[신성장4.0] 정부 신성장 4.0 전략 로드맵 ‘양자컴퓨터’, 현실 가능성은? ②
기초과학에 해당되는 양자물리학 이해도도 낮은 민간 인력 시장 양자컴퓨터 개발은 언감생심이라는 전문가와 달리 대량의 가짜 전문가 양산될 가능성도 염두해둬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스위스 방문 중 전 세계 최대 물리학 연구소인 CERN을 방문한 이후, 한국에도 양자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20일 연도별 신성장 4.0 전략 로드맵을 제시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우주개발 등의 주요 산업과 더불어 미래 핵심기술인 양자 기술은 윤석열 대통령이 관련 분야 석학들을 직접 만날 정도로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로 2030년까지 글로벌 최상위권 국가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정부의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것이 주요 발전 전략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현장 연구자들의 분위기는 비관적이다. 개발 및 운영에 절대 0도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천문학적인 유지 비용이 필요한 데다 과장된 보도와 달리 현실적으로 사용 용도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예산을 투자함에도 불구하고 민간의 역량이 부족할 경우 이른바 ‘정부 프로젝트 사냥꾼’이라는 이름의 가짜 전문가들이 대량으로 생산될 가능성도 지적된다.
상용화가 현실 연구 및 개발에 도움 되나?
절대 0도 구현 및 유지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더불어 상용화가 실제 현실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시뮬레이션 기반의 연구를 진행하는 학자들은 이미 계산 비용이 과다하게 지불되는 경우를 해결하기 위해 수학식을 변형하는 방식으로, 혹은 샘플 데이터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근사치 결과를 빠른 속도로 얻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고가의 슈퍼컴퓨터를 이용하는 것이 관례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고차방정식을 컴퓨터 계산에 의존하는 것보다 간단한 인수분해를 통해 계산할 경우 더 빠른 답을 얻는 것처럼 인간이 조금 더 머리를 쓰면 굳이 엄청난 고가의 하드웨어 자원을 돌릴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양자컴퓨터의 실제 구현이 가능해지더라도 천문학적인 유지 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을 때까지는 연구소에서조차 큰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양자컴퓨터는 영원히 구현되기 힘들다는 회의론도
한편 양자컴퓨터 개발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된다. 조동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원자물리학)는 “양자컴퓨터 개발은 내가 죽을 때까지 안 될 것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구현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양자정보학 연구)을 해본 물리학자라면 그런 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양자컴퓨터를 만든다는 건 그냥 불가능(simply impossible)하다”고 단정했다.
조동현 교수는 지난해 구글이 ‘양자우월성(Quantum Supremacy)’, 즉 그들이 만든 양자컴퓨터가 일반 컴퓨터보다 계산 능력에서 앞섰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1만 년 걸릴 계산, 500년 걸릴 계산이라는 말을 하는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라며 “계산이 의미 있으려면 하고 싶은 계산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계산 결과가 맞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구글은 계산을 한 게 아니라 ‘난수(random number)’를 만들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 양자컴퓨터가 현재의 암호체계를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의 암호체계를 깰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건 앞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 양자컴퓨터 연구 1세대 과학자인 김재완 고등과학원(KIAS) 교수도 ”지금도 양자컴퓨터는 구현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물리학자들이 있다“며 ”양자컴퓨터가 워낙 쉽지 않은 연구이고 굉장히 도전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구글이나 IBM 같은 곳이나 양자컴퓨터 개발에 돈을 퍼부을 수 있지, 한국은 삼성도 하기 힘들다”며 회의감을 드러냈다. 또 양자정보학 관련 연구를 동료들과 많이 하냐는 질문에는 “별로 생각들 안 했다“며 ”아직도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 정책, 인재 없는 곳에 세금 투입하면 가짜 전문가만 대량 생산될지도
최근 정부가 양자컴퓨터 개발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며 막대한 예산 투입을 약속했으나 R&D 투자나 인프라 구축, 국제 협력 등 갈 길이 너무나도 멀다. 우리 정부가 2026년 50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올해 1,000큐비트를 목표로 한 것만 봐도 기술 격차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기존 보안 체계 혁신 과정에서 위협과 기회가 공존하는 가운데 양자 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업 생태계 조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양자컴퓨터 개발에 필수적인 물리학 지식을 갖춘 인재도 없는 상황에서, 당장 공무원들이 몇 명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 전해들은 말로 정책 방향을 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고급 연구실을 보고 와서 국내의 열악한 사정을 깨닫고 정책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칭찬할만한 일이나, 인재 없는 시장에서 역량 없는 공무원이 억지로 인재를 찾다 보면 가짜 전문가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난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운영했던 ‘인공지능’ 관련 프로젝트들 대부분이 핵심 수학 실력이 전무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에게 배정되고, IT기업들의 ‘돈줄’로 전락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한국을 인공지능 선도국가로 만들겠다는 목표와 비전은 화려했으나 당장 국내 인공지능 대학원에서 교육된 인재들과 글로벌 최상위권 대학에서 공부하는 인재들과의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 수준이다.
기초 물리학 인재가 사실상 전무한 한국이 양자 물리학이라는 도전적 주제에 대한 지식 없이 단순히 양자컴퓨터만 개발하겠다고 나서게 되면 역시 기초과학 지식이 전무한 공대 출신 관계자들이 아까운 국민 세금을 낭비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매년 수조원을 투입하는 정책인 만큼 노이무공이 되지 않도록 신중하면서도 세심한 추진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