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더 이상 완벽한 대안은 아냐

국회입법조사처 ‘독일 연방의회 선거제도’ 보고서 발간, 연동형 선거 문제점 짚어 비례성은 개선했으나 초과의석 138석으로 골머리 앓게 된 독일 국회, 2년 전 통과한 준연동형 선거제도 개선 논의 “과연 제도만의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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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회에서는 내년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현행 준연동형 선거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2년 만의 재개혁 논의에 앞서 우리 선거제도의 원형인 독일의 연동형 선거제도 분석을 통해 시사점을 짚어봐야 한다는 의견이 최근 제기됐다.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수제와 비례제의 장점을 결합한 혼합형 선거제도로 그간 가장 바람직한 모델로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17일 발간한 ‘독일 연방의회 선거제도의 특징과 개선 논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선거 결과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의원정수가 급증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어 개선책이 필요한 것으로 관측됐다.

득표-의석 간 비례성을 확보하면서도 정당 파편화는 제어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는 선출직에 대한 책임을 묻기 용이한 ‘다수제’, 비례성이 높은 대신 정당 난립의 위험성이 있는 ‘비례제’ 그리고 이 둘을 함께 시행하는 ‘혼합제’ 크게 이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혼합형 선거제도는 다시 병립형과 연동형으로 나뉘는데, 한국이 기존에 채택하고 있던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 결과를 분리해 의석을 산정한다.

반면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석 배분에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 결과가 연계돼 있다. 유권자는 지역구 후보자와 정당명부에 투표하지만, 정당의 총의석수는 비례대표 선거 결과로 결정된다. 정당별로 확보한 의석에서 지역구 당선인을 뺀 나머지는 비례대표로 채워진다. 비례대표 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할당되므로 득표-의석 간 비례성을 확보하는 한편 지역구 중심의 선거를 통해 정당 간 구심적인 경쟁을 유도하는 효과 또한 가질 수 있다. 다만 비례적 의석 배분은 정당 파편화 효과를 낳을 수 있는 만큼, 독일의 연동형 비례제는 비교적 높은 최소득표기준(threshold)을 적용함으로써 이를 제어하는 중이다. 현재 독일은 지역구 3석 이상 혹은 전국기준 정당명부 득표율 5% 이상인 정당에만 의석을 할당한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유권자는 정당에만 투표할 수 있는 폐쇄형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또한 유권자는 주단위 정당명부에 대해 투표하지만, 각 정당에 돌아가는 의석수는 전국수준에서 비례적으로 결정된다. 현재 의석 배분은 두 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먼저 주명부에 대한 제2투표를 기준으로 정당별 할당 의석이 배정된다. 주명부로 할당받은 의석보다 주내 지역구 당선인 수가 많은 정당은 초과의석을 인정받고 비례의석은 배분받지 못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전국단위에서 정당별 득표율과 의석률이 일치하도록 조정하는 작업을 거친다. 초과의석을 얻었거나 특정 지역에 집중된 지지로 인해 전국수준에서 볼 때 과다 대표된 정당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이를 시정하기 위해 득표와 의석 간 비례성이 충족될 때까지 다른 정당들에 보정의석을 배분하고 있다.

완벽한 줄 알았던 독일식 선거 모델에서 발견된 한계 

독일은 2013년 이전에는 초과의석만 허용했지만, 2011년 연방헌법재판소가 ‘음의 득표 가치’가 발생하는 것을 헌법불합치로 결정함에 따라 보정의석이 도입되었다. 음의 득표 가치란 특정 정당의 득표가 늘어나는데 오히려 의석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는 독일이 연방 선거법 개정을 통해 주단위에서 먼저 의석 배분을 하도록 절차를 바꾸고 보정의석을 통해 비례성을 제고함으로써 음의 득표 가치를 해소했다고 설명한다.

그래프에서 보듯이 2013년 이전까지 초과의석 규모에 따라 비례성에 변화가 있었지만, 법 개정 이후에는 비례성이 현저히 개선됐다. 대신 의석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소수정당에 대한 지지가 늘어나게 되면서 초과의석이 늘고 보정의석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21년 선거에서는 초과·보정의석이 138석이나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큰 문제로 보고 있다. 의원정수의 지나친 확대는 예산 증가 등의 문제를 낳을 뿐 아니라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초과·보정의석 배분으로 여야가 바뀔 수 있어 정부 구성의 정당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11월 한 차례 변경된 연방 선거법에 의거한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수치가 기록돼 독일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권자의 신뢰 잃은 정치인들이 나아갈 방향은

가장 좋은 평가를 받던 독일식 선거 모델도 더 이상 완벽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보인다. 이런 와중에 국회는 준연동형을 아예 폐지하고 기존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갈 것인지, 연동형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안을 선택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전문성이 없는 국회에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회의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한국 정치권은 전문 인력의 모임이라기보다는 정치꾼의 모임처럼 보이고, 국익보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연동형 비례제에서 득표-의석 간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구 대비 비례대표 의석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고, 정당의 후보자 공천과정은 투명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서술했다. 만약 국회가 준연동형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완전히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한다면 어떨까. 2020년 9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표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논의와 대안의 모색’ 보고서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지역구 의석을 축소하기는 어려우므로 의원정수를 늘려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높여야 하며 이는 모두 비례대표로 뽑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폐쇄형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사용하고 있다. 폐쇄형 명부방식에선 유권자가 비례대표 후보 선정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처럼 정치인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박힌 상태에서 유권자들이 어떻게, 누구를, 무엇을 믿고 의원정수 확대에 찬성할 수 있을까?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매번 똑같은 결과를 낳는 시스템 개혁을 되풀이할 게 아니라 근시안적 당파의식에서 벗어나 국회의 실질적 변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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