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까지 ‘그린바이오 산업’ 10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정부 “바이오 기반 농식품 新벨류체인 육성하겠다”
농림축산식품부,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 전략’ 내놓으며 수출 5조원까지 확대 육성 ‘그린바이오 산업화 촉진, 혁신 기술 개발 및 인력양성, 산업생태계 조성’ 등이 핵심 과제 한편 2019년 육성 전략과 크게 달라진 점 없고, ESG 관련 지침 누락 등 “보완 필요하다”는 지적도
정부는 농업생명자원에 생명공학기술을 적용해 농업 전반에 대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에 나설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7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3대 추진전략으로 ▲산업화 촉진 ▲혁신 기술 개발 및 인력양성 ▲산업생태계 조성 등을 중심으로 한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그린바이오 산업은 농업생명자원에 생명공학기술 등을 적용, 농업 및 전·후방산업 전반에 대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산업이다. 주요 분야로 종자, 동물용 의약품, 미생물, 곤충, 천연물, 식품 소재 등을 포괄한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 전략의 체계적인 이행을 통해 농업과 식품산업의 새로운 가치사슬 구조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도약의 기회를 마련하고 기업들이 세계시장으로 활발하게 진출하며 국가 전체적으로는 탄소 저감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2027년까지 국내 산업규모 10조원, 수출 5조원까지 확대 육성 계획
정부는 이번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 전략’을 통해 바이오 기반 농식품 벨류 체인을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오는 2027년까지 국내 산업 규모를 10조원, 수출 5조원으로 늘리고 글로벌·유니콘 기업 15곳을 육성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비전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크게 3가지 목표로 나뉜다. 첫째, 정부는 그린바이오 산업화 촉진을 위해 신생기업을 위한 전용 펀드를 조성하고 투자를 확대해 종자 및 미생물 등 6대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지원에 나선다. 전용 펀드는 1,0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확대하고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정책 금융 등 다양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혁신기술 개발 및 인력 양성을 위해선 마이크로바이옴, 디지털육종, 바이오사료·농약·비료 등 그린바이오 산업 12대 핵심기술 분야의 R&D(연구개발)를 확대해 기술 경쟁력을 높일 예정이다. 가령 핵심기술과 관련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단기 프로젝트형 R&D을 확대하고 중장기 투자가 필요한 분야는 예비타당성 조사 등 로드맵을 마련하는 식이다. 나아가 연구‧산업·서비스 등 분야별 융합인력을 양성하고 특히 유망벤처와 스타트업 육성 등 창업 활성화에도 집중하기로 했다.
그린바이오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수요자 중심의 데이터 수집과 활용이 용이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농업생명공학정보센터 등의 데이터 공개를 확대하고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표준화 및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수요 창출을 위한 ‘그린바이오 제품 공공 우선구매제도’를 도입해 공공기관이 기능성 식품, 미생물 비료·농약 등 그린바이오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내용의 제도를 법제화하고 그린바이오 제품의 분류체계와 우선구매 기준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2019년에도 관련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하겠다던 정부, 달라진 점은?
과거에도 정부는 이번 육성 전략과 비슷한 방안을 발표하며 그린바이오 산업을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기관은 ‘그린바이오 융합형 신산업 육성방안’의 계획안을 발표하며 그린바이오 산업을 통해 신(新)혁신성장 동력 육성 및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 등의 비전을 제시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이번 육성 전략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산업 기반을 토대로 기업을 지원하고 그린바이오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2019년 계획안과 이번 육성 전략의 추진과제가 항목의 세분화만 다를 뿐 주요 골자는 같은 것으로 보인다. 세부 내용을 살펴봐도 그린바이오 산업의 주요 분야를 한 가지 확장(기존 5대 분야 → 6대 분야)한 점, UAE 국부펀드 내용 등 시황에 따라 추가된 부분이 존재하지만, 큰 틀에서의 목표와 추진 체계가 크게 다르지 않다.
관련 스타트업 구체적 지원 및 ESG 전략 제시 내용 등 전략 보완 필요해
그린바이오 관련 국내 벤처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아쉽다. 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를 조성하겠다는 전략이 제시됐지만, 기존의 캠퍼스를 제외하고 추가로 신설되는 곳은 단 1곳 뿐이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선 현재 ‘파이토믹스’, ‘이수화학’, 리하베스트’ 등 여러 그린바이오 및 푸드테크 관련 국내 스타트업들이 활발히 사업확장에 나서는 것에 반해 정부의 지원 규모가 많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현재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재계와 산업계 전반의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해 EU가 모든 공급망에 ESG를 강제하는 지침을 내면서 산업 전반에 큰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 계획안에 ESG 관련 국내 기업들의 수출 및 공급망 체계를 점검하고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등의 전락적 제시가 없는 점 또한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한 수출기업 관계자는 “정부에서조차 특정 산업의 육성 전략을 내놓는 계획에 ESG와 관련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기술과 상품을 개발하더라도 수출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국내 그린바이오 산업 기업 대다수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수출기업들로, 이들 대부분 고객사와 하위 협력업체까지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향후 EU 등의 수출 길이 막히지 않으려면 ESG 경영에 대한 지원과 교육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