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사용한 근로자에 대해 ‘불리한 처우’ 해석 다른 한국과 호주 사회
육아휴직 사용 두려운 근로자들, “육아휴직 복귀 후 불이익 조치 두려워” ‘로이 모르건 사건’ 등 호주에선 육아휴직 사용을 마친 근로자의 ‘취약성’ 인정 국회입법조사처, 호주와 다른 한국 법원의 해석방식 등 판례가 다른 주요 원인 개선해야
국회가 해외사례와 비교해 육아휴직 사용 이후 회사의 불이익 조치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는 방안을 살펴보는 보고서를 내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4일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개선 입법 과제: 대법원의 남양유업 판결vs.호주 연방법원의 Roy Morgan Research Ltd 판결 비교’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최근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육아휴직 기간을 18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현장에선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사업체의 27.8%가 ‘육아휴직을 전혀 활용할 수 없다’고 답변했고, 사용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49.6%가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는 육아휴직 사용 이후 사업주의 불이익 조치에 대한 우려가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3항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 또, 사업상의 사유가 없음에도 육아휴직 기간 해당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불리한 처우’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같은 조항을 기준으로 다른 내용의 판결이 내려지고 있다.
‘남양유업 사건’ 국내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 보복성 인사 판결 취소
근로자들이 육아휴직 사용을 꺼리는 배경에는 2020년 ‘남양유업 사건’으로 불리는 육아휴직 관련 대법원의 판결이 있다. 2015년 남양유업의 광고팀장이었던 근로자 A씨는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2016년에 복직했다가 1주일간 업무를 부여받지 못하고 권고사직을 권유받는다. 이에 A씨가 응하지 않자 회사는 그를 광고팀장에서 해임하고 지방 물류센터나 공장 등으로 발령을 보냈다.
이후 A씨는 팀원 발령에 대해 부당인사발령구제신청을 했지만,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등이 ‘A씨의 인사평가 결과가 좋지 않아 광고팀장에서 해임한 것’이라는 사측의 주장을 수용하며 부당전보가 아니라 판정했다. 이에 A씨는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행정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기각을 확정받았다.
1심에선 정당한 이유 없이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원고를 광고팀 업무에서 배제할 의도를 가지고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과 대법원은 A씨가 인사 발령 후 종전과 같은 수준의 급여를 받은 점, 원고의 근무 장소가 인사발령 전과 동일한 건물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들며 인사발령으로 인한 생활상의 불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1심의 판결을 취소했다.
해외에선 어떨까, ‘호주 로이 모르건(Roy Morgan) 사건’
호주에서도 남양유업 사건과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호주의 한 여론조사 회사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던 J씨는 2013년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다음 해 여름 복귀했다. 육아휴직 사용 중 회사가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J씨의 업무가 정리해고 대상이 되었지만, 사측에서 이후 재고용을 약속하며 근무를 지속했다. 이후 J씨는 육아를 위한 유연근무를 신청했지만, 회사가 이를 거절함과 동시에 재고용 제안을 철회했다.
이에 J씨는 회사로부터 불이익 처분을 받았음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의 사례와 달리 2016년 호주 연방법원은 근로자가 유연근무를 신청하였다는 사유로 업무상 지위를 변경하는 등 고용상 손상을 일으킨 점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회사에 J씨가 수입 손실로 제시한 손해액 약 1억9,287만원과 약 4,648만원의 범칙금을 별도로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같은 상황, 다른 판결 “무엇이 다른가”
한국과 호주 두 나라 모두 육아휴직에 대한 불리한 처우 금지를 법률에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호주가 한국과 다른 점은 ‘불리한 처우’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호주의 ‘Fair Work Act 2009’에 따르면 육아휴직 등을 사용한 근로자에 대한 사업주의 적대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적대적 행위에는 △근로자 해고 △고용상의 손상 △근로자에 대한 편견에 의한 근로자 지위 변경 △근로자 간 차별 등이 해당함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이에 국회는 법률 개정을 통해 그간 불분명했던 ‘불리한 처우’의 개념을 보다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육아휴직 사용 확대는 종국적으로 우리 사회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고, 나아가 근로자의 일과 생활의 균형을 통해 노동시장의 성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결실을 거두기 위해선 기간 연장 등의 제도 개선에 앞서 육아휴직 사용 후 불이익 조치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수립되어야 한다. 나아가 정부는 자녀를 돌보는 근로자의 돌봄권을 보장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가 자유롭게 향유될 수 있는 사회·문화적 인식 개선에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