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특보와 화재 발생, 상관관계 떨어지지만 속단은 일러
“한파특보가 발효되면 화재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성 없다고 못박아 건조한 겨울철, 개인별 화재 예방에 각별한 주의 필요
올해 초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신설된 재난정보분석팀에 따르면, 한파특보와 화재는 상관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한파특보가 발표되면 화재 발생 건수는 더욱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한파특보와 대기 건조가 화재 사고 급증으로 이어진다?
기상청에는 이런 편견이 있다. ‘한파특보가 발효되면, 화재 발생 건수가 늘어난다.’ 실제로 기상청은 한파특보 발효와 함께 대기가 건조해진다며 건조경보 및 주의보를 발령하고 화재 사고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한파특보는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 이하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이 예상될 때 한파주의보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이하인 날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한파경보를 발령한다. 기상캐스터들은 으레 한파특보 방송 시 화재에 주의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반드시 덧붙인다.
실제로 지난주 MBC에서는 이번 겨울철 화재 상황을 공유하며 한파특보가 발효된 날에 화재가 집중된다며 화재 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요청하는 기상방송이 있었다. 충청북도 소방청도 한파특보 발효 시 평소보다 25% 이상 화재 신고가 더 많았으며, 추운 날씨로 인해 난방기기에서 발생하는 화재가 매년 늘어왔다고 전했다. 충북소방본부는 2020년부터 최근 3년간 하루 4.04 건의 화재가 발생했으며 한파특보 발효일에는 하루 평균 화재 발생 건수가 5.96 건으로 평상시보다 0.92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대구소방본부도 한파특보가 내려진 날 화재위험 경보를 ‘경계’ 단계로 격상하고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오태엽 대구소방안전본부 현장대응과장은 “영하권 추위로 인해서 난방기구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며 “외출 시에는 난방기구를 점검하고, 장시간 사용 시에는 잠시 전원을 꺼야 하며 특별히 난방기기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소방본부 정면 반박, 개인이 경각심 가져야
하지만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분석을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서 발표했다. 15일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최근 3년간 겨울철(11~1월)에 한파특보가 발령된 날과 발령되지 않은 날의 화재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전했다. 분석 결과, 경기도에서 발생한 화재 총 6,993건 중 한파특보 발효 시 466건, 평상시 6,527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경기도에서는 하루 평균 25건, 소방 관서별 평균 0.7건의 화재가 발생하는데, 한파특보 시 0.2건이 발생해 평균 대비 0.5건 감소한 반면, 한파특보가 발령되지 않은 평소에는 0.9건이 발생해 평균보다 0.2건 증가한다는 것이다.
조선호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은 “이번 화재 원인 분석을 통해 한파특보 시 주택 내 부주의로 인한 화재 발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화기 취급 시 안전 수칙 준수, 주택용 소방시설인 소화기, 화재경보기 설치 등 각별한 주의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서 너무 성급한 분석 결과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한파가 심해져 대기가 건조해지면 화재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는 뉴스를 자주 시청했던 시민들이 한파특보 소식을 듣고 더욱 주의를 기울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난방기기의 사용량이 늘고 산불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시기가 겨울철인 만큼, 한파특보가 화재를 불러일으킨다는 편견은 합리적이지 않지만, 아예 상관관계가 없다고 속단하긴 이르다. 한순간에 수많은 재산을 잃을 수도 있는 화재 사고 예방을 위해 개개인의 경각심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대응책을 더욱 촘촘히 마련하고 시설을 점검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