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금융권 성과급 이연 지급제, 금융위 칼 댄다
은행권 과점 지위 활용해 과도한 영업이익 누리고 있다는 지적 윤 대통령 지시 따라 은행권 배당성향, 성과급 지급 등 결산 조사 시작 경기 침체기 대출 끼워팔기 조사 후 차단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맞다는 지적도
금융당국이 역대급 성과급 지급에 대해 은행권 및 금융권 전반에 대한 성과급 지급 제도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선진화에 본격 착수했고, 이어 현장검사 등을 통해 기존 은행의 성과급 체계와 배당 성향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진다는 방침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의 공공성과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 지시에 따라 은행 및 금융기관들의 성과급 제도의 적정성을 점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3일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공공재적인 성격을 강조하며 ‘은행의 돈잔치’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은행은 과점 기업, 특권적 지위 남용해 성과급 잔치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금감원 업무보고 중 은행업이 국내에서 과점 형태로 운영되는 탓에 초과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과 경기 침체기에 국민을 위해 도움이 되어야 할 기관이 거꾸로 수십억원에 이르는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경우 임원진은 최대 15억7,800만원까지 성과급을 지급받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감원은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경영진의 성과급 체계 적정성을 점검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법에 따라 ‘성과급 이연 지급제’가 제대로 실시되고 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이연성과급이란 성과급을 한 번에 지급하지 않고, 여러 해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제도다. 금감원은 임원 보수와 성과급 총액, 산정 기준 등을 연차 보고서에 공시하고, 이연 지급될 경우 구체적인 지급계획을 주주총회에서 설명하도록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배당성향 적정성 여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금감원은 전날 카카오뱅크에 대한 결산 현장검사에 이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검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결산검사는 금감원이 매년 초 주요 은행을 대상으로 자본 건전성 등을 확인하는 정기 검사였으나, 올해는 성과급 지급이 논란이 되면서 배당성향에 대한 논의도 추가됐다. 금감원은 결산검사 결과 배당성향 대비 손실흡수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기관에는 충당금 추가 적립을 요구하는 등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의 반발, 성과급도 제대로 못 주나
올 상반기 중 금융당국이 특별대손준비금 제도를 도입해 사실상 배당 규모를 관리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은행권 배당액에 대해 불만을 가져왔던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은행은 항상 밸류에이션이 낮다고 이야기가 나오고, 국내 은행들은 P/B가 2를 넘기가 힘들만큼 시장 밸류에이션이 각박하다”며, “올해 같은 때에 배당으로라도 투자자들에게 보상이 되지 않으면 은행주에 투자할 매력이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은행권 내부 관계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마치 2008년 금융위기 시절 미국 대형 투자은행의 고위직 관계자들이 정부의 공적자금(Bailout)을 받아가면서 1억 달러에 달하는 보너스를 지급했던 것처럼 여론이 움직이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내보인다. 은행권이 그간 조기 퇴직하는 직군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은행원들 사이에 성과급 지급이 적어 직장 선택지도 선호의 대상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성과급을 제한하면 업무 동기부여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상반기 경기 침체 예정된 가운데 은행권 내부 우려도
이복현 원장은 14일 임원회의에서 “은행의 성과평가체계가 단기 수익지표에만 편중되지 않고 미래손실가능성과 건전성 등 중장기 지표를 충분히 고려토록 하는 등 미흡한 부분은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은 증가한 이익을 바탕으로 손실흡수능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면서 “결산검사 등을 통해 대손충당금과 자본여력 등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토록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 뉴스, 커뮤니티 반응, SNS 등에서 수집한 여론 빅데이터의 반응도 같은 맥락이다. 외부적으로는 역대급 성과급에 대해 말이 나오는 탓에 여론의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올해 2,000명 이상이 은행권에서 희망퇴직을 신청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자’, ‘수익’과 함께 ‘국민’, ‘비판’ 등의 키워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붉은색 키워드 그룹에서 여론의 냉소적인 반응과, ‘희망’, ‘퇴직’, ‘감소’, ‘경영’, ‘대상’ 등에서 희망퇴직 대상자에 대한 녹색 키워드 그룹이 ‘성과급’ 키워드에 연결된 키워드로 나타나는 점이 주목된다. 역대급 성과급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고용 불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내외부 관계자들은 대출 이자율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소상공인들이 치명타를 입는 동안 대출에 끼워팔기 등을 이용해 적금, 보험 등을 팔았던 부분을 지적하는 정도에서 그쳐야 할 일을 은행권 전반의 개혁으로 몰고 갈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