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65세가 과연 노인인가?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의 본질
서울교통공사, 기본요금 1,250원에서 300원 인상 노인 무임승차 제도, 정치권서 갑론을박 이어져 무임승차 폐지 시 연 수입 1,330억 이상 늘어날 수도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두고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노인’의 정의 자체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도 이뤄지는 모양새다.
서울교통공사는 현재 1,250원인 기본요금을 300원가량 인상한다고 밝혔다. 요금 인상 배경으로는 지하철 무임 수송 손실에 따른 적자가 거론되고 있다. 실제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21년 당기순손실(9,644억원) 중 무임 수송에 따른 손실은 2,784억원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하철 요금을 올려도 운송 원가에 턱없이 못 미친다”며 “정부의 재정 지원이 있다며 대중교통 요금 인상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대구광역시의 경우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65세 이상으로 된 무상이용 규정을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며 “(법적으로도) 65세부터가 아닌 ‘이상’으로 되어 있는 만큼 70세로 규정하더라도 하자가 없다”고 밝혔다.
65세가 노인? 고개를 젓는 사람들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지하철 무임승차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더 이상 우리 사회가 만 65세를 노인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6월부터 2달 동안 1957년생 또는 1957년 이전 출생자 3,010명을 대상으로 대면 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2022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서울 시민 3,010명이 생각하는 노인 기준 연령은 평균 72.6세였다. 이는 2016년 71세보다 1.6세 오른 결과로, 노인복지법의 기준 연령인 65세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노인 연령 기준의 상향은 주요 선진국들에서도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재정 재원 문제가 심각한 공적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을 독일은 65세 11개월, 영국·아일랜드는 66세, 스페인 66세 2개월, 네덜란드 66세 7개월, 미국·이탈리아·그리스·아이슬란드 등은 67세로 상향 조정했다. 130여 년 이상 통용돼 온 만 65세라는 노인 연령 기준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고령자들의 건강 상태와 근로 능력이 지속해서 개선되는 추세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Ryder 등 일부 학자들은 기대 여명(현재 나이에서 더 살 수 있는 예상 기간)을 기준으로 노인 연령을 설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노인 연령으로 기대 여명이 15년이 되는 시점을 제안하는 게 일반적이다. 주요국의 노인 연령 조정 추이와 기대 여명이 포착하지 못 하는 다양한 이질성들을 감안할 경우 기대 여명이 20년이 되는 시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노인 무임승차, 외려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는 주장도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노인복지법상 ‘65세 이상’ 경로우대 조항에 대해 법제처 유권 해석과 전문가 조언을 받기로 결론지었다. 이에 3일 당·정은 노인 무임승차에 따른 적자 해소 방안의 하나로 노인 기준 상향 조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대구시의 ‘65세 이상’ 해석이 맞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 지하철 무임승차를 적용할 연령을 조정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노인 연령 기준의 상향이나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가 경제 논리로 따져봐도 무임승차를 허용하는 쪽이 더 낫다는 분석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가 지난 2014년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지하철 경로 무임승차 인원에게 요금을 물려 늘어나는 수입이 한 해 1,330억원으로 추산된다. 자살과 우울증 예방, 의료비 절감, 관광산업 활성화 등으로 2,270억원의 사회경제적 편익이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이어 유 교수는 “노인 연령 상향에 및 무임승차 제도 자체의 폐지에 대해서는 더욱더 신중해야 한다”며 “단순히 정치적, 법적 논리로 재단되기에는 노인의 생물학적 건강 문제나 무임승차 자체가 갖는 경제적 효과에 대한 충분한 심층 연구가 이뤄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정부가 노인 무임승차 문제에 대해 신속히 답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이나 70세 이상으로 올려도 된다고 주장하는 홍준표 시장의 해답 둘 다 부족함이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