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고령화와 산업혁명, 톱다운 정책으로는 노사 간 합의 어려워
’60세 정년제’도 부족, 65세 정년 상향 요구↑, 노사 갈등 여전 초고속 4차산업혁명 시대에 도태되는 고령층, 기업도 골머리 국회미래연구원, 정년제도에 대한 정책적 논의 축적 및 제도개선 제안
정혜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급속한 고령화 시대를 맞아, 고용연장 측면에서 정년제도 개선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일본의 정년제도 정책 과정 및 내용을 비교·분석하고 대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고임금의 고령 인력을 활용하기 어렵다며 정년제도에 대한 불편을 드러냈다.
정년제도와 임금피크제, 하향식 정책 결정의 이면
2023년 1월 27일, 고용노동부는 올해 안에 일명 ‘계속고용노동로드맵’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히며 직무성과급을 토대로 한 정년연장(계속고용제) 등을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가파른 고령화 속도, 고령 빈곤, 연금 수급 연령의 상승(2033년이 되면 전 국민 수급 연령이 65세)으로 인한 최소 5년 이상 소득 공백을 감안했을 때 정년을 65세로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정년제 자체가 공기업, 일부 대기업, 정규직, 남성 고령자, 유노조 기업에만 주어지는 불공정 정책이라며 사실상 정년 전 퇴임하는 것이 추세이기 때문에 정년 연장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시행 중인 60세 이상 정년 의무화 제도(이하 60세 정년제)는 2013년 국회를 통과해 2016년부터 실시되었다. 정 부연구위원은 60세 정년제에 관해 “고령 노동자의 계속근로 가능성을 높이고 실질 퇴직 연령을 2~3년 상승시켰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지만, 인건비 부담으로 조기퇴직 등 사전 고용조정을 하거나 청년 채용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임금피크제가 실시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임금체계 개편 조치의 일종으로 전반적으로 고령자의 기업 구성 비율을 높였으며, 정년 연장과 같이 실시했을 때 청년층 고용 주저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했다. 하지만 공공부문, 금융권 등 강제‧일괄 실시한 사업장일수록 조직 내 분쟁이 증가했으며, 노동자의 조직 내 불필요한 업무 수행으로 당사자와 실무진 간 갈등을 유발한 부정적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5월에는 대법원에서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을 내려 관련 갈등이 격화되기도 했다.
고령사회에 불친절한 노동제도 vs 고령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노동현장
한국 고령자가 실제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은퇴하는 연령은 72.3세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순위이다. 하지만 2022년 5월 통계청 조사 결과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은 49.3세로 약 10~20년의 공백이 있다. 즉, 주 업무 직종에서 은퇴해도 10~20년 이상 ‘새로운 고령 노동시장’에서 일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면 한국이 고령사회에 친화적이지 않은 노동제도를 갖고 있음은 틀림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갈수록 심화되는 고령사회에 늘어나는 복지지출과 줄어드는 생산성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을 상대로 고령층 고용계속제를 추진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의 상황은 다르다. 현장에서는 고령층 자체가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생산성이 나오지 않아 주변 업무만 할당할 수밖에 없으며, 임금 지급, 업무의 한정성을 고려했을 때 고용을 이어가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고령층 대부분이 컴퓨터나 스마트폰, 최첨단 기술과 친밀하지 않아 최첨단 기술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새로운 프로그램을 런칭할 때마다 일이 지체되고 외려 잡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정 부연구위원은 사회적 상황과 이에 따른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사회적 논의, 노사 간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정책 과정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사 간 합의 없이 특정 제도를 일방적으로 설계해 발표할 경우 정책 효과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조직 내 분쟁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이미 고령사회 된 이웃 나라 일본, 한국과 차이 나는 고령층 고용 안정성
한편 국회미래연구원에서는 정년제도를 도입하고자 할 때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강조해왔다.
일본의 경우 1998년에 60세 정년제, 2012년에 65세 계속고용제 의무화를 도입했다. 다만 기업들에 제도 준수에 관한 ‘노력’을 먼저 요구한 뒤 ‘법적 의무화’를 도입하는 20~30년에 걸친 단계적·점진적 정책 과정을 거쳐 성공적인 합의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본 기업의 99%는 ‘65세까지 고용확보 조치’를 실시하고 있어 정년 후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는 노동자 대부분이 재고용되고 있다. 심지어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고령 인력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연금제도를 비롯해 사회안전망 제도와 연계해 정년제도를 확립했기 때문에 고령자들은 공적 연금과 근로 수입으로 한국 고령자보다 생활 수준이 안정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60세 정년제’는 2013년 국회 통과 3년 후 시행되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으며, 법조문 자체도 노사 간 정치적 교환을 담고 있지만 실제 합의 수준이 낮아 정책 효과도 낮은 편이다. 또 일방적인 지침이나 제도가 강제된 공기업 사업장의 경우 구성원 수용성이 떨어져 오히려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도 있다.
정년제도, 더 이상 국회 부유 안 돼, 젊은 층 부담 줄이되 제도 안정화 모색해야
정 부연구위원은 정년제도에 대한 개선과제로 ▲국회 차원 정년제도 영향 분석 및 평가를 토대로 노사 간 이견 조정 토대 마련 ▲장기적 정년정책 노사정 거버넌스 구성과 국회 심사의 유기적 연계를 제안했다. 노동시장 제도 자체가 실제 기업을 운영하는 사용자와 일하는 구성원인 노동자의 수용성이 낮으면 잘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추후 입법과 제도 설계를 위해 이해관계가 첨예한 시민들이 합의할 만한 심층 분석과 조사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구성원 합의 없이 논의가 축적되지 않는 이벤트성 정책 제안이 아닌 논의가 축적될 수 있도록 연속성 있는 회의체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국회 역시 노사 정상 논의와 합의를 토대로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고령 인력을 기업에서 활용하고 싶어도 산업현장에 적합하지 않아 활용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다양한 케이스를 조사해 고령층 일자리에 대한 혁신적인 일자리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화가 초고속으로 이뤄지는 시기인 만큼 도태되는 인력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정부에서 세금을 이용해 사회를 억지로 안정시키고자 한다면 결국 젊은 세대의 부담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관련 개혁이 2030대 젊은 층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여러 계층의 주목을 받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정 부연구위원은 “정년제도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이지만 “특정 법 제도만 논의되면 쟁점이 협소해질 수 있다. 다양한 가능성이 배제될 수 있어, 그 효과는 기대와 다를 수 있으니 보다 풍부한 정책 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