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청소년 마약사범에 칼 뽑은 법무부, 마약범죄 근절 나선다
법무부, 청소년 마약범죄 강력 대응 나선다 10~20대 마약사범 증가, 비대면 구매로 접근성 낮아져 사후관리보다도 애초에 마약 접촉을 근절해야
29일 법무부는 최근 10~20대 젊은 층 사이에서 급증하고 있는 마약 범죄를 막기 위해 예방 교육·재범 방지 체계 구축 등 보다 강화된 대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다크웹 등 인터넷 비대면 거래 증가로 젊은 층 사이에서 거부감없이 마약 전파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1~11월 10대 마약사범은 454명으로, 2017년 한 해 동안 집계된 119명보다 335명 늘었다. 20대 마약사범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 5,335명으로 2017년(2,112명)보다 3,223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1년 전체 마약류 사범의 27.5%가 유혹 또는 호기심에 마약류를 섭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청소년을 가르치는 학교 교원, 의료종사자 등의 마약범죄까지 늘고 있다.
이를 위해 법무부는 올해 1분기 중 서울중앙·인천·부산·광주지검 등 전국 4대 권역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과 다크웹 전담수사팀을 신설하고, ‘자동 검색 프로그램(e 로봇)’을 활용해 온오프라인을 통한 마약 유통범죄 근절에 나설 계획이다.
또 공무원·교원 등 공공서비스 종사 마약사범에 대해서도 초범이라 할지라도 구공판을 적극 검토하고, 유관 부처와 징계 강화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식약처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마약중독자에 대한 치료와 재활, 청소년 등에 대한 예방 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쉽게 마약에 노출되는 젊은 층
최근 10~20대 젊은 층에서 마약에 대한 거부감이나 죄의식 없이 마약 전파가 가속화되고 있다. 젊은 층 마약사범이 급증하는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이후 SNS 등 비대면 구매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접근성이 낮아진 것을 가장 크게 꼽는다. 실제 지난해 9월 SNS를 통해 마약류 판매 광고를 내고 가상자산(비트코인)으로 대금을 받는 방식으로 마약을 유통한 20대 A 씨가 경찰에 붙잡힌 바 있다. A 씨에게 마약을 산 82명 중 65명(79%)이 20대였다.
젊은 층 사이에서 ‘펜타닐’ 처방도 급증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처방받기 쉽고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데다 투약도 간편하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일부 학생은 병원에서 허리가 아픈 척하며 펜타닐을 처방받았는데 그중에는 한 병원에서 최대 9번까지 처방받은 사례도 있었다. 10장가량 들어있는 패치 한 팩이 15만원 정도로 주로 피부에 붙이는 패치 형태가 처방되는데 이는 어디서나 쉽게 투약이 가능한 형태다. 또한 마른 몸을 동경하는 10대들이 소위 ‘나비약’이라고 불리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불법으로 처방받아 유통하거나 투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젊은 층의 마약 소비가 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처방 남용을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1년 의사가 진료 시 환자의 투약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의료쇼핑방지정보망’ 서비스를 도입해 의료용 마약류의 잘못된 처방을 막겠다고 했지만 이를 사용하는 의사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의료계 전언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대응안
법무부는 마약에 노출될 우려가 높아진 학생·청소년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예방 교육을 시행하고 민간 전문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전국 중·고등학교(학생)와 청소년복지시설(학교 밖 청소년)에 방문해 학교폭력과 사이버범죄 예방 교육을 하는 ‘찾아가는 법 교육 출장 강연’에 마약 예방 교육을 추가하고 교육부·여가부 등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예방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식약처 산하), 한국중독관리센터협회 등 마약 관련 전문기관을 법무부 법문화진흥센터로 지정하고 마약 예방법교육 전문 강사 풀을 확대하는 등 민간 전문기관과의 연계를 활성화해 마약 예방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예방 효과를 높이고 경각심 고취를 위해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콘텐츠의 유튜브, 법 교육 포털 업로드 등 온라인 홍보를 강화한다. 법질서 실천 문화 확산 청년·대학생 저스티스 서포터스 활동에 ‘청소년 마약 예방’을 추가해 공공장소 홍보를 병행하는 등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동시 추진한다.
법무부는 소년원 교육과정에 ‘약물중독예방’을 추가하고,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된 소년 중 마약·유해 화학물질 남용자는 특수분류심사를 시행해 비행 원인을 심층 진단한다.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 중 마약류관리법 위반자가 최근 증가 추세인 점을 고려해 보호관찰 준수사항개시 교육 시 필수적으로 마약 예방 교육을 하고, 분류 등급에 따른 상시 또는 불시 지도·감독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채팅·누리 소통망 서비스(SNS) 등을 통해 마약을 구입하지 못하도록 특별준수사항(휴대전화·컴퓨터 검사)을 부과해 범행 유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청소년비행예방센터(청소년꿈키움센터)의 학교·검찰·법원 대안교육 과정과 상담 조사 교육생 대상 마약류 중독 예방 교육과정을 운영해 초기비행단계 소년에게도 교육과 상담 지원을 강화한다. 중독증상 등으로 치료적 개입이 필요한 소년은 전문기관과 연계해 교육 종료 이후에도 지역 병원 등지에서 계속해서 상담과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법무부는 마약류 사용실태를 모니터링하고 처우를 반영하기로 했다. 청소년비행예방센터, 보호관찰소, 소년분류심사원, 소년원 등 소년 처우의 모든 단계에서 마약류 사용실태를 상시로 조사하고 사용실태 현황의 추이를 면밀하게 확인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소년사건의 접수와 소년의 시설 입원 시 진행하는 신상 조사, 심층 면담 등에 마약류 사용 여부, 친구·선후배 등의 사용 인지 여부, 사용 실태 등의 현황을 범죄예방정책국 교육·지도·감독 시스템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이후 마약류 사용실태 결과는 교육·지도·감독 프로그램 등 처우에 반영하고 교육부·보건복지부·식약처 등 관계부처와 정보를 공유해 정책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서 마약사범을 잡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그러나 마약 청정국으로 불리던 대한민국은 이미 마약사범이 급증하고 있고 그 범위가 청소년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청소년이 마약에 접근하기 쉬워진 상황 자체를 해결해야지, 단순히 사후 추적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약사범 재범 방지 정책, 효과 있나?
‘2017-2019 마약사범 재범률’을 분석한 결과, 3년간 마약사범들의 재범률은 평균 36.2%이었다. 반면, 교육을 조건으로 기소유예된 마약사범의 재범률은 7.7%이다. 그러나 2017년~2019년 마약사범의 재활 교육은 평균 10명 중 1명(11.3%)꼴이었다. 마약은 중독성이 강해 상담 및 치료가 필수적이지만 2020년 기준 재활 교육 강사는 46명, 상담사는 6명으로 마약사범 및 마약중독자에 비해 그 수가 현저히 부족하다. 실제로 재범 방지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교정시설이 제 역할을 하기는커녕 재범률을 높인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교정시설 수감자들에게 재활 교육을 하는 임상현 한국다르크협회 마약중독치유 재활센터장은 “10대 마약사범이 소년원 등에 가면 마약 외 범죄로 들어와 있는 다른 10대들에게 마약을 퍼뜨릴 위험도 많다”라고 말했다. 임 센터장은 교정시설 대부분이 마약사범을 별도 관리하지 않는 데다가 재활 치료나 재범 예방 교육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10대 마약사범이 성인이 되어 성인교도소로 이송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현재 전국 교도소에선 마약범죄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범죄 사범과 분리 수용하는데, 여기에 들어가게 되면 단순 투약 사범이 제조·판매 사범으로 진화하는 부작용이 따른다. 수십 년 마약을 해온 다른 마약사범과 함께 생활하며 전문적인 범죄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2021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마약사범은 1만6,153명으로 이 가운데 재범인원은 5,916명(36.6%)에 달했다.
정부가 청소년 마약사범 확산을 막기 위해 법령 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마약 특성상 한 번 손을 대고 나면 재범을 막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처음부터 마약에 접촉하지 못하도록 차단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