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전세사기 피해 지원책 내놨지만 “이걸로 끝?”
국토부,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추가 지원 방안 발표 피해확인서 발급 절차 축소, 피해 임차인 고통 경감될 듯 전세사기 피해 68%가 2030, “관련 지원 더 늘려야”
지난 10일 국토교통부가 피해확인서 조건부 발급 등 내용을 골자로 한 전세사기 피해 추가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경매 절차가 끝나기 전에라도 보증금 피해가 확실한 경우 피해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겠단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확인서 유효기간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된다. 이외에도 ▲긴급주거 선택권 확대 ▲정부 차원 공공임대주택 입주 지원 확대 ▲대출 지원 등 피해 임차인을 위한 각종 지원안이 준비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정부 차원에서 마련한 지원 방안을 차질 없이 이행하며 피해 임차인의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고 꼼꼼하게 살피겠다”며 “피해 임차인의 일상 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절차 확 줄이고, 지원 범위는 확 넓히고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피해확인서 발급 절차 축소다. 기존에 전세사기 피해확인서를 발급받기 위해선 전세피해지원센터 예약, 센터 방문, 전문가와의 상담, 관련 서류 제출, 심사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때문에 당장 주거지원을 받아야 할 입장에 있는 이들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정부는 피해확인서를 경매 절차가 끝나기 전에도 발급받을 수 있도록 절차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앞으로는 보증금 피해가 확실한 경우에 한해 조건부 피해확인서를 긴급히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피해확인서가 있어야 저리 전세자금 대출 및 긴급주거지원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피해 임차인 고통 경감에 지대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피해 임차인에 대한 지원 범위도 더욱 넓힌다. 우선 피해 임차인에 대한 긴급주거 선택권을 확대한다. 기존에는 6개월 치의 월세를 선납해야만 긴급지원주택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월세를 매월 납부하기만 하면 긴급지원주택에 들어갈 수 있다. 기존 집의 면적과 같거나 그보다 작은 주택에만 들어갈 수 있다는 제한 조건도 ‘기존 주택의 면적과 유사한 면적’이면 입주가 가능하도록 완화된다.
또 임대인이 사망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 전세 대출을 연장할 수 있음을 적극 안내할 방침이다. 이는 오는 4월 1일 국세기본법에 따른 것으로, 4월 1일 이후 매각이 진행되는 건에 대해선 국세보다 전세금을 먼저 돌려받을 수 있다.
비대면 상담 및 방문 상담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각 지역에 관계기관, 변호사, 법무사 등 전문인력이 상주하고 있는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설립해 피해 임차인 지원을 더욱 공고히 하겠단 구상이다. 추후 비대면 상담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도 마련할 방침이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저금리 대출 지원한다는 정부, “여전히 부족해”
대출 지원도 강화한다. 우선 정부는 피해 임차인이 불가피하게 거주 주택을 낙찰받는 경우 디딤돌 대출과 보금자리론의 생애최초 대출 혜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디딤돌 대출은 금리를 0.2%p, 보금자리론은 LTV(Loan to Value, 주택담보대출비율)를 10%p 각각 완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긴급주거지원을 받은 피해 임차인이 퇴거 후 새 전셋집에 입주하는 경우 저리 전세자금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피해 임차인은 최대 3억원 이하 전셋집까지 가구당 2억4,000만원을 연 1~2%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최근 시장 이자율이 3~4%를 오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금리에 틀림 없다.
다만 일각에선 피해 임차인에 대한 금리 할인에 좀 더 힘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피해 임차인에 대한 금리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의 연령대가 2030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비판에 힘을 싣는다. 실제 ‘빌라왕 사건’ 등 전세사기 피해자 10명 중 7명이 2030세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전세사기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무려 68%가량이 2030세대였다. 2030세대는 곧 나라의 미래라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이들이 짐을 덜 수 있도록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다.
최근 정부는 전세사기를 뿌리 뽑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중이다.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악성 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를 통과하는가 하면, 임차 보증금을 미반환해 HUG가 대위변제에 나선 경우 해당 임대인의 인적 사항을 공개하는 주택도시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토위 소위에서 의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국회 차원의 대책이 실효성 있다 판단된 사례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날이 갈수록 늘고 있는 전세사기 건수만 봐도 그렇다. 정부는 앞으로 임대차계약 과정에서 을의 입장에 서 있는 임차인의 입장을 고려한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