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구직문화] ③ 심각한 역량 저하, 주원인은 교육 붕괴

신입 평균 급여는 인상, 평균 역량은 되려 하락 극소수 최상위권만 뛰어난 인재, 대부분은 10년 전보다 수준 낮아 기업들이 인재 못 뽑아 해외로 이전해야 할 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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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직군 중 하나인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 경력이 10년이 넘는 한 스타트업 개발이사(CTO)는 “기본만 해도 연봉 많이 달라고 그러니 회사에 무작정 뽑자고 하기가 미안하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6개월 IT 학원 출신뿐만 아니라 대학 학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어도 기본 중의 기본인 데이터베이스 구조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질문을 해도 제대로 대답을 못 하는데 연봉은 일반 대기업 최상위권 신입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결국 기본기를 갖추기만 해도 ‘모셔가야’하는 상황이 되어 회사에 개발자 채용을 적극적으로 늘려달라는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신입 평균 급여는 올랐는데 평균 역량은 오히려 더 떨어져

안양에서 12년째 초·중·고교생 영어 교육을 맡고 있는 P씨는 “최근 들어 수준 미달인 학생들의 수가 매우 크게 늘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기대 이하 수준의 학생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 수가 소수에 불과해 동료 학생들에게 놀림감이 될 정도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오히려 압도적인 다수가 된 탓에 교육 수준도 덩달아 하향 평준화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사정은 사설 학원이 아니라 학교에서도 관측된다. 사교육에 강남 못지않은 비용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 분당 일대에서 영어 과목 담당 교직원으로 15년째 근무 중이라는 L씨도 학생들의 실력 저하를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예로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중급 이상의 영어 수업을 따라올 수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급이 있었으나, 현재는 최상위권을 대상으로 한 1개 반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은 10년 전의 기초 수준에 불과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사정은 대학 이상의 교육 기관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익명을 요구한 명문대 K모 대학에 재직 중인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돌아와서 크게 실망한 상황”이라며 “학생을 조교로 써서 연구를 하는 것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버렸다”는 안타까운 사정을 전하기도 했다. 국내 대학 교육이 사실상 붕괴해 졸업생 중 극소수를 제외하면 대학원 연구를 따라올 수 있는 역량을 아예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영어로 된 교재를 읽지 못해 수업을 포기하고, 대학원에서 논문 읽기나 연구마저 포기한 상황”이 국내 최고 명문대 중 한 곳에서 벌어지는 것에 납득하기 힘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교육 붕괴로 역량 부족 문제 해결책마저도 막막한 상황

지난 문재인 정권 내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채용 시 ‘단가가 안 나오는 상황’이라는 표현을 쓴 반포동 일대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인사 담당자는 “급여가 너무 올라 정말 고급 인력이라고 확인되지 않았으면 쓰고 싶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워낙 역량을 갖춘 인재가 없어, “가성비는커녕, 달라는 급여를 줄 테니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인사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경험담을 밝혔다.

같은 상황은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의 인사 채용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상반기 채용을 포기한 기업이 무려 54%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 30대 대기업 인사팀 담당자는 “경기 침체로 인력을 뽑지 않는 것도 있지만, 지난 2~3년간 채용한 인력들의 업무 역량이 2010년대 초반에 비해 현격히 부족해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다”는 내부 사정을 설명했다. 마케터 직군의 경우 현재 대리로 승진한 인력이 3년 차 신입 사원의 업무를 모두 다 해야 하는 상황이나, 대체 가능한 인력을 채용하지 못해 대부분의 업무를 외주로 돌리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인사팀 내부에서는 평균 급여 인상 결정으로 채용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신입 급여에 대해 이른바 검증된 ‘중고 신입’이 아니라면 적정 급여가 아니지 않으냐는 의견도 나온다고 밝혔다.

사람 못 뽑아서 해외로 나간다?

교육 현장이 완전히 붕괴된 가운데, 역량을 갖춘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인재 채용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규제로 어려움을 겪던 테헤란로 일대의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해외 진출을 모색하던 중에 해외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법인의 해외 이전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규제 이외에 어려움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해외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는 인력을 한국에서 찾기 너무 어려워 포기한 사업 라인이 많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챗GPT의 과거 2.0 버전을 이용해 간단한 문장의 광고 문구를 만들어내는 카피라이팅 업무 담당자를 찾다 결국 한국에서 사업을 포기하게 됐던 사례를 들면서, “해외 시장에서 투자 미팅 중에는 카피라이팅 업무 담당자들이 AI 도구를 쓰는 것이 당연”한데 “챗GPT가 엄청나게 홍보된 와중에도 지난 1달간 카피라이팅에 AI 도구를 쓸 수 있는 인재를 전혀 만나지 못했다”며 시장 격차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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