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확보 위해 매번 선거제 개정하는 일본, 한국 선거개혁의 방향성은?

일본 국회를 구성하는 중의원과 참의원, 공정성 위한 서로 다른 선거제도 낙선자 득표수 고려한 일본의 석패율제, 한국의 극단적 의석 구성 억제할 수 있나 국민 대다수 선거제도 개혁 원해, 오래 걸리더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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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월례 포럼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인 정치인은 다음 총선에서 유권자들에게 버림받을 것”이라며 선거제도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소선거구제가 ‘승자 독식’의 폐해를 낳는 것은 물론 유권자 절반에 가까운 의사가 사표(死票)로 처리되는 등 큰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심지어 대통령 5년 단임제가 맞물리면서 ‘조금만 버티면 된다’는 잘못된 정치 관행이 뿌리내리는 결과가 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에 대한 합의 요구가 수면 위로 부상하며 이웃 나라인 일본의 선거제도를 본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일본은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으로 국회를 구성하고 있으며 각각 다른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일본 국회의 중의원과 참의원, 서로 다른 선거제도

일본 국회를 구성하는 중의원과 참의원 선거는 다른 선거제도를 통해 의원을 선출한다. 중의원 선거제도는 소선거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1인 2표 병립제를 채택하고 있다. 총선은 중의원 의원의 임기인 4년이 만료되거나 중의원이 해산된 경우에 실시된다. 현시점 일본의 중의원 의원정수는 465명으로 이 중 소선거구(지역구) 선출 의원이 289명, 비례대표 선출의원이 176명이다.

소선거구·비례대표 병립제는 선거인이 소선거구와 비례대표 선거에 각각 1표씩 투표하는 제도로, 중의원 비례대표 선거의 경우 명부에 순위가 정해진 구속명부식(폐쇄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권역 구분은 47개 광역자치단체(도도부현)를 11개로 구분해 권역별로 6~28인을 선출한다. 이 제도는 1994년 선거제도 개혁 당시 거대 정당에 유리할 수 있는 소선거구제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군소정당 후보의 당선 기회를 보장하고자 도입됐다.

참의원은 임기 중 해산되지 않으며 6년 임기 만료에 의해서만 선거가 실시된다. 다만 참의원 의원은 3년마다 절반을 개선(改選)하도록 헌법에서 정하고 있기 때문에 3년에 한 번 의원정수 248명(선거구 148명, 비례대표 100명)의 절반인 124명을 선출한다. 참의원 선거는 중·대선거구제와 전국단위의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채택해 실시하고 있으며, 47개의 도도부현을 선거구로 하여 인구비례에 따라 선거구별 2~12인의 의원정수를 배분하고 있다.

전국단위의 비례대표 의원은 2001년 선거부터 비구속명부제(개방형)를 도입해 전체 100명 중 50명을 3년마다 정당별 득표율에 의해 배분 의석을 정하고 개인 득표 순위로 선출한다. 다만 2019년 7월 참의원 선거부터는 비례대표 선거에서 ‘특별지정명부제(特定 )’를 도입해 각 정당이 우선적으로 당선돼야 하는 후보자의 순위를 명부에 기재하도록 한 구속명부식 요소를 결합했다.

일본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특징

일본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특징을 크게 ▲입후보 방식 ▲선거구 획정 및 의원정수 조정 ▲중의원 선거 중복입후보제 및 석패율제 ▲참의원 비례대표 선거 특별지정명부제로 들 수 있다. 먼저 일본은 총무성에 등록된 ‘정당 및 정치단체’는 정당 소속 중의원 또는 참의원 의원이 5명 이상이거나 가장 최근 선거에서 2% 이상의 표를 얻은 경우에 한해 입후보를 낼 수 있다. 이때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는 우리나라의 공천에 해당하는 정당의 공인(公認)을 받아 정당에서 발행하는 증명서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며 이외에도 정당의 ‘추천’, ‘지지’, ‘지원’ 등을 통해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있다.

또 일본의 선거구 획정은 선거구 간 인구수와 균형을 도모하고 행정구획, 지세, 교통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으로 실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선거구 간 인구수는 10년마다 실시하는 인구 조사의 결과에 따라 2배 이상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한 선거에서 선거구마다 유권자 수 혹은 인구수가 다른 경우 1표의 가치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 ‘1표의 격차’를 시정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선거 때마다 선거구 수를 조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2020년 인구조사를 바탕으로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중의원 소선거구 수를 ‘10개 증가, 10개 감소’시키며 선거구를 개편했다. 참의원 선거구 2018년에 ‘1표의 격차’ 시정조치를 위해 선거구를 재획정했으며, 비례대표 의원정수를 100명으로 4명 증원해 전체 의원정수 248명으로 결정지었다.

한편 일본 중의원 선거제도에서 가장 큰 특징은 중복입후보제와 동시에 석패율제를 도입하고 있는 점이다. 즉 정당은 중의원 소선거구 후보자를 해당 중의원 선거의 비례대표 명부에 올릴 수 있으며 복수의 중복입후보자를 비례대표 명부에 동일 순위로 기재할 수 있다. 후보자 2인 이상이 비례대표 명부에 동일 순위로 등재된 경우 중의원 소선거구 선거에서 당선자의 득표수에 대한 해당 선거구 낙선 후보자의 득표수 비율이 가장 높은 자부터 비례명부의 순위가 결정된다. 석패율제는 지역구 선거의 낙선자 득표수가 당선자 득표수에 어느 정도 근접해있는지를 계산해 아깝게 낙선한 사람을 비례대표 선거로 구제할 수 있는 제도이다.

중의원 선거제도는 위 두 가지 제도로 인해 결과적으로 동일 선거구(지역구) 출신의 비례대표 당선인이 2인 이상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소선거구 유권자들의 표심에 반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본 정당은 두 제도로 인해 소선거구 선거에서의 사표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며 지지하고 있다. 반면 참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특별지정명부제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참의원 비례대표 선거의 당선자는 후보자 득표수와 정당 득표수를 합산한 총득표수에 비례해서 당선인 수를 배분한 후 정당마다 득표수가 가장 많은 후보자 순으로 결정된다.

극단적인 기득권 양당정치 이제는 한국에서 없어질 때 되지 않았나.

우리나라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꾸준히 있었지만, 특별히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도 신년 인터뷰로 인해 ‘선거제도 개편’ 이슈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이 개헌과 선거구제에 대한 질문에 선거제는 다양한 국민의 이해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하는데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지역 특성에 따라 2, 3,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고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도 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최근 국회 사무처가 수행한 ‘정치개혁 국민 인식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국민의 72.4%가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는데 그 이유는 ▲국민의 다양성을 잘 반영한 국회를 만들기 위해(29.9%) ▲정쟁보다 정책경쟁이 이루어지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23.4%) ▲정치 양극화와 대결의 정치를 해소하기 위해(21.7%) 등으로 밝혀졌다. 즉 우리 국민 대부분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기득권 양당정치에 대해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 정치학자는 한국 정치의 현실을 두고 “내전적 갈등 상황이라 할 정도로 민주공화국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152석을 얻어 압도적인 승리를 차지한 바 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5년 차에 해당했음에도 집권 여당이 이겨 정권 재창출 및 집권 말기 레임덕을 해소하는 역할을 했다. 반면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이라는 전무후무한 결과를 얻었다. 이로 인해 민주당은 국회 내에서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해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를 넘어 윤석열 정부 집권 전반기 내내 국정 전반을 주무를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극단적인 결과는 두 거대 정당의 심각한 대립을 초래해 국민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본의 자민당은 1989년 정치개혁안을 마련하며 ‘정치개혁은 단순한 정경유착 사건의 대처가 아닌 21세기 사람들의 비판에도 견딜 수 있는 민주정치·의회제도·정당정치를 확립하기 위해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현재까지 선거제도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발견하고 수정하며 대의민주제의 최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야 할 방향성이 바로 이것이다. 한국 총선 방식은 석패하는 수많은 후보들이 비례대표 연동이 되지 않아 의석수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본과 달리 비례대표 방식으로 보전해주는 시스템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제도 개혁은 뚝딱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회의원들과 정치, 언론, 경제계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도 1989년 이후 1994년 입법화까지 무려 5년의 논의 기간을 가졌다. 또 단순히 정치적 이익의 문제를 떠나 게리맨더링을 피해야 하는 이슈인 데다 게임이론 같은 수학적 고려도 필요한 만큼, 정치학자들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있어야 한다. 오래 걸리더라도 정치싸움이 아닌 민생을 위해 정말 국민들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선출될 수 있도록 국민들의 끝없는 지지와 견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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