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수사학, 윤 대통령 “저출산 문제는 중요한 국가적 어젠다”
윤석열 대통령 “국가가 우리 아이들을 돌봐준다는 믿음과 신뢰를 국민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사회·문화적 가치관, 미국 거주 한인 출산율도 최저 실제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하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와중,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 발언은 이 시급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부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주지 못했다. 대통령의 문제 진단은 정확하지만, 그가 제시한 해결책과 노동 정책은 대통령 본인이 줄곧 견지해왔던 입장과 모순되어 그 실효성을 믿기 어렵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 해결의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는 일관성이 없어 그 진정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부위원장엔 장관급을 임명했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진 알 수 있다. 그러나 나경원 의원의 임명과 허무한 해임, 그리고 대통령의 잦은 회의 불참은 위원회의 실효성과 대통령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앵무새 위원회
최근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서도 휴교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특히 농촌과 지방 도시가 위기에 직면해 있고, 어린이집을 노인 요양원으로 개조하는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고령화 사회의 급속한 진행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국가가 우리 아이들을 돌봐준다는 믿음과 신뢰를 국민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신념이 저출산 대책의 근간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했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등 노동 취약 계층이 현재 법으로 보장된 출산휴가, 육아휴직, 육아휴직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정확히 파악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최근 회의 발언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부처가 협력하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지난 수년간의 동일한 메시지를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해 실망스럽다. 협업은 매우 중요하지만, 대통령의 연설은 이 시급한 문제에 대해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가시적인 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한민국 국민은 지도자로부터 공허한 말과 이행되지 않은 약속 그 이상을 기대할 자격이 있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고 정부 부처의 역할에 대한 책임을 묻는 등 진정성 있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은 협력과 책임에 대한 반복적인 수사가 아닌 측정 가능한 결과를 보고 싶어 한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리더십이 필수다. 윤 대통령은 국가 수장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할 뿐만 아니라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위원회 회의에 꾸준히 참석하고, 유능한 인재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며, 다각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실행해야 한다. 이러한 리더십이 없다면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반전시킬 수 있는 전망은 여전히 암울할 것이다.
한인들의 낮은 출산율이 시사하는 문화적, 사회적 과제
과거 20~30대 한인 1.5세와 2세들의 결혼 패턴을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다른 인종 집단에 비해 한인 여성들의 결혼 비율은 높고, 출산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창환 캔자스대 교수가 발표한 ‘교육 수준별 한인 2세들의 결혼 패턴과 경제적 삶의 질’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3년까지 한인 1.5세(13세 이전 이민)와 2세(25~34세)의 결혼 패턴을 조사한 결과 남성의 결혼율은 30%, 여성의 결혼율은 43%로 여성이 13% 더 높은 결혼율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한인들의 평균 자녀 수는 0.82명으로 흑인(1.56명), 히스패닉(1.52명), 백인(1.37명)에 비해 출산율이 낮았다. 이 연구는 2001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인구조사국의 미국 지역사회 조사 데이터를 분석했으며, 13세 이전에 이민 온 1.5세와 미국에서 태어난 2세(25~34세)의 표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 평균 2.0명이 넘는 미국의 전체 출산율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 조사 결과는 한인 커뮤니티의 중요한 문제를 보여준다. 특히 현재 한국의 출산율이 0.7~0.8명으로 과거 출산율이 1.4명이었던 일본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우려스러운 결과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심각한 사회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은 학력에 따라 결혼하는 경향이 있어 미혼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들의 ‘고학력 남편-저학력 아내’ 결혼 비율은 25%로 미국 전체의 평균 비율인 19%보다 6%포인트 높았다.
이러한 패턴은 유교적 영향과 한인 사회의 문화적 지체와 같은 문화적 요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성 평등을 향한 제도적, 사회적 진전 속도는 빨랐지만 문화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반면 미국 백인 남성들은 자신보다 교육 수준이 높은 여성과 결혼하는 경우도 늘었고, 전통적인 ‘남편은 고학력, 아내는 저학력’ 패턴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이 연구는 한국 저출산의 근본 원인에 대한 해결과 함께 한인 사회 내 문화적, 사회적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장벽을 해소하고 양성평등을 증진해야 한인 사회와 한국 사회 전체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근본적인 문제 이해와 해결에 집중해야
무엇보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접근 방식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 예산 배분에만 치중하고 정작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책 입안자들의 의견을 듣는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애초에 김 부위원장이 그 자리에 적합한 인물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단순히 젊은 사람을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문제의 근원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단순히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 것이 아니라 저출산의 근본적인 문제를 연구하고 분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연구와 분석에 대한 강조는 최근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한편 김영미 부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각 지역 가족센터의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자와 세 자녀 이상 다자녀 가구 부모들의 의견을 듣고 정부의 다자녀 지원 정책에 대한 제언을 들었다. 김영미 장관은 무상보육, 초등돌봄, 아이돌봄 서비스 등 정부의 서비스 제공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돌봄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자녀 양육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인식했다. 안전하고 질 높은 보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력하는 것은 물론,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영미 부위원장의 발언처럼 실제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하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정부가 화답할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