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도입, 기업의 초과이익 과세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부터 논의해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면 위로 떠오른 횡재세 EU와 영국 등은 일부 국가 도입한 반면, 국내선 찬반 의견 팽팽 국회, 지난해 최대실적 기록한 정유회사와 은행권 중심으로 횡재세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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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유럽연합(EU)과 영국 등의 일부 국가에서 횡재세가 도입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되어 논의 중이다. 이에 따라 국회입법조사처는 횡재세 도입 논의에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횡재세 도입 논의의 현황과 과제」라는 제목의 『이슈와 논점』보고서를 28일 발간했다.

우선 횡재세 도입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에 대한 이해와 해당 국가의 세법 체계 및 산업규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초과이득에 대해 추가적인 과세를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어떠한 상태에서 어느 정도를 해당 기업의 초과이익으로 과세할 수 있는지’ 명확한 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횡재세 논의가 시작된 이유, 그리고 해외 도입 현황

횡재세(windfall tax)는 이론적으로 기업이 비정상적으로 유리한 시장 요인(외부 사건)으로 인해 부당하게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간주되는 부분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서 고안된 제도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횡재세를 두고 “기업에 발생하는 금전적 이득이 산업 활동의 직접적인 결과가 아닐 때 정부가 금전적 이득을 분배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다.

횡재세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러-우 전쟁 등으로 인한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국제유가가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산유국을 비롯한 국제 석유 정유사들이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리게 됐고, 이에 따라 이들 기업에 일종의 한시적 초과이득세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국내외에서 제기됐다. 또 정유업계 외에도, 은행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고금리 상황을 통해 예대마진으로 영업여건을 크게 개선하며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인 반면 일반 국민들은 대출 이자 부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계속되자 횡재세 도입 논의가 더욱 가속됐다.

횡재세 도입 자체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국내외와 달리, EU와 영국 등은 지난해 원유채굴회사에 한해서만 횡재세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먼저 EU는 화석연료 부문의 회원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벌어들인 초과이윤에 대해 최소 33% 세율로 ‘연대기여금’이란 명칭의 횡재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또 영국의 경우 석유 및 가스 회사의 이익에 대해 ‘에너지 이익 부담금(Energy Profits Levy)’이라는 명목으로 기존 세율보다 25%의 추가요율을 부과해 영업이익에 대한 횡재세를 부여하기로 했다.

한편 미국의 경우 횡재세 도입 여부를 두고 찬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미국 국가경제위원회는 관련 법안 도입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반면, 미국 조세재단(TAX FOUNDATION)은 횡재세에 관해 “기업의 정상이윤과 초과이윤을 구분할 일관된 방법이 없다”며 “횡재세 도입이 조세 왜곡을 발생시키며 조세 시스템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정유사 및 은행권 중심으로 횡재세 도입돼야

현재 국회에선 횡재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 3건이 발의되어 현재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된 상태다. 특히 정유사와 은행 등을 대상으로 도입을 논의 중이다.

이는 국내 정유 4사가 지난해 역대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서 비롯됐다. 전쟁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얻은 초과이득에 대해선 한시적으로라도 세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횡재세를 찬성하는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 시추를 통해 유가 상승의 이득을 직접적으로 누리는 해외 석유회사들과 달리 국내 회사는 원유를 수입해 정제해 판매하는 사업구조로 되어 있다며 횡재세 도입이 부당하다고 반론하고 있다. 실제로 횡재세를 도입한 영국도 원유를 시추하지 않고 정제만 전문으로 하는 정유기업들은 횡재세 부과 대상에서 배제했다.

마찬가지로 은행 등 금융업에 대한 횡재세 부과 여부에 관해서도 찬반 의견이 나뉜다. 은행을 대상으로 횡재세를 부과할 경우 필요 이상의 예대마진을 추구하려는 은행의 욕구를 억제할 수 있어 간접적으로 소비자가격에 대한 상한선을 두는 것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금융 당국의 전반적인 규제 강도가 높아 최근 금리 상승에도 국내 금융권의 초과이익 규모가 제한적이며 국내 시중 은행의 사회공헌 비율이 다른 국제 금융기관보다 이미 훨씬 높다는 반론도 있다.

기업 초과이익 과세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부터 논의해야

과세요건과 관련해 ‘과연 어떠한 상태에서 어느 정도를 해당 기업의 초과이익으로 과세할 수 있는지’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어야 하는 것이 횡재세 도입 논의의 주안점으로 보인다. 특수한 상황에서 통상 2~3배 이상의 영업이익이 발생한다면 이를 ‘초과이득’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영업이익이 예년 동기 대비 일부 증가한 것을 두고 횡재세 부과 대상이 되는 영업이익으로 해석해 과세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또 국제적으로 우리나라의 법인세 규모가 상당히 높은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초과이득을 추가로 과세하기 위한 명확한 과세 근거 확보는 필수적이다. 현행 법인세는 과세표준에 따라 한계세율이 증가하는 4단계 초과누진과세 체계를 가지고 있어 영업이익 규모가 커질수록 과세규모도 증가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급입법 문제에 대한 검토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횡재세 논의에선 지난 영업실적의 초과이득에 대해 과세를 하겠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지만, 이는 이미 납세의무가 성립한 과세연도에 대해 소급 과세하겠다는 것으로 관련 세법 규정 등을 감안할 때 입법론적으로 받아들여지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실효성 측면에서 본다면 이러한 경우에까지 무리하게 과세권을 확대하기보다는 해당 기업들의 자발적인 사회공헌활동 확대, 기업 경쟁구조 확립, 유통·거래 관행 개선 등의 노력을 우선시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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