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 코앞, 전매제한 최대 기간 10년→3년까지 완화
최대 10년이었던 수도권 전매제한 기간, 최대 3년까지 완화 예정 비수도권 전매제한 기간은 최대 1년, 일부 지역은 전매제한 규제 폐지 함께 손보겠다던 ‘실거주 의무 폐지’ 국회 계류 중, 한동안 시장 혼란 있을 것
이번 달 말부터 수도권에서 최대 10년인 전매제한 기간이 최대 3년으로 대폭 줄어들고, 비수도권 전매제한 기간은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축소된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24일 차관회의를 통과했으며, 28일 국무회의 통과 이후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 이전 이미 분양을 마친 아파트에도 소급 적용해 완화된 규정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올 초 전매제한과 함께 2년에서 5년에 달하는 실거주 의무(전월세 금지법)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주택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전매제한 규제 완화와 실거주 의무 폐지 시점이 어긋나며 한동안 시장의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대 전매제한 기간 대폭 축소
정부는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에선 정부의 규제 완화는 결국 이어지는 집값 하락세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이달 전국 주택 평균 매매가는 전달보다 0.83% 하락했으며, 특히 서울 아파트의 경우 1.17%나 급락했다. 전국 주택 전셋값도 같은 기간 0.93% 하락했다. 차후 3개월간 부동산 가격 전망에도 먹구름이 꼈다.
이에 정부는 시장 부양을 위해 지역별 시장 상황을 감안한 전매제한 규제 완화책을 내놨다. 먼저 최대 10년이었던 전매제한 기간을 최대 3년까지 줄이고, 3년 이전에 등기를 완료한 경우 전매제한 기간이 지난 것으로 본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서울 강남 3구와 용산 등 수도권 내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받은 아파트도 3년 만에 전매가 가능해진다.
그동안 최대 4년이었던 비수도권의 전매제한 기간은 최대 1년까지 줄어든다. 규제지역이 아닌 과밀억제권역은 분양받은 뒤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지방 광역시의 용도지역 중 도시지역으로 지정된 곳 등 기타 지역은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전매가 가능하다. 그 외 지역은 전매제한 규제 자체가 폐지된다.
전매제한이란?
전매제한은 해당 주택의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 등을 전매제한 기간이 지나기 전에는 전매(매매, 증여 등 상속을 제외한 권리 변동을 수반하는 모든 행위)하거나 이의 전매를 알선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다. 일반적으로 ‘전매’는 청약 당첨 이후 부동산 등기 전 되팔아서 잔금 부담 없이 ‘프리미엄’ 수익을 내기 위해 이용된다.
하지만 이처럼 ‘투자’를 위해 청약을 하는 사람이 늘고, 청약 당첨자가 분양권을 높은 가격에 판매할 경우 실수요자의 청약을 통한 내집마련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분양권이 투기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분양시장이 과열될 위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 전매제한은 실수요자에게 우선적으로 내집마련 기회를 제공하고, 투자 수요로 인한 시장 과열을 막는 역할을 수행한다.
전매제한은 투기과열지구에서 건설·공급되는 주택, 조정대상지역에서 건설·공급되는 주택,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 공공택지 외의 택지에서 건설·공급되는 주택 등에 적용된다. 전매제한 기간은 지역마다 다르게 설정된다.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주변보다 분양가격이 눈에 띄게 낮은 아파트의 경우 투자 수요를 막기 위해 전매제한을 길게 잡고 실수요자 당첨 확률을 높이는 식이다.
실거주 의무 폐지는 ‘지지부진’
한편 전매제한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과밀 억제 권역인 서울 강동구의 둔촌 주공아파트 역시 전매제한 기간이 기존 8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게 됐다. 하지만 둔촌주공에 적용되던 2년간의 아파트 실거주 의무는 그대로 적용된다. 실거주 의무 폐지를 위한 주택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 2021년 2월 19일부터(입주자 모집 공고 기준) 서울 등 수도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아파트에 실거주 의무 기간을 부여한 바 있다.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를 막기 위해 공공택지 분양아파트에만 적용되던 실거주 의무를 공공택지 민간 분양과 민간택지 분양아파트에 확대 적용한 것이다.
당시 주택법과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공택지의 경우 △분양가격이 인근 지역 시세의 80% 미만이면 5년 △분양가가 시세의 80~100% 미만이면 3년의 실거주 의무가 발생했다. 민간택지 아파트는 △시세 대비 분양가가 80% 미만이면 3년 △80% 이상 100% 미만이면 2년의 실거주 의무 기간이 적용됐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3 대책을 통해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 등에 적용한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고, 이를 소급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은 국회 통과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함께 움직여야 할 전매제한 규제 완화와 실거주 의무 폐지에 시차가 발생한 셈이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혼란은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면 분양가 상한제를 제외한 전 정부에서 통과시킨 부동산 가격 억제 정책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정권이 교체된 만큼 ‘변화’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정부는 부동산 시장 상황에 끌려가며 일관성 없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당장의 위기를 넘기기 위한 단편적인 정책은 오히려 국민의 혼란을 가중할 위험이 있다. 시장 부양을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보다 잘못된 시장 구조를 올바르게 바로잡는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