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4.0] 에너지신기술 개발 착수, 생태계는 안전할까? ② 태양광과 해상풍력
미래산업 성장동력 확보 위한 ‘신성장 4.0 전략’ 대책 발표 태양광, 환경 문제와 양립하기 어려워진 친환경 목표 해상풍력 구조물, 해양 환경 오염 및 수산업 붕괴 우려
정부가 미래산업 ‘신성장 4.0 전략’ 로드맵을 지난 2월 공개했다. 정부는 우선 올해 안에 디지털 일상화, 전략산업 지원, K-컬처 융합 관광 등 15대 신성장 프로젝트별 주요 대책을 30개 이상 발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상반기에만 관련 대책을 20개 이상 마련해 세부 과제 추진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아랍에미리트(UAE)에 바라카원전 3호기의 상업 운전을 개시하며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원전은 SMR 표준설계인가 획득을 위한 R&D 과제에 착수하고, 민간 수요가 높은 무탄소 해양시스템 등 해양용 MSR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도 본격 추진한다.
청정수소 생산을 위해서는 중점 기술 분야 투자를 통해 수소 생산·발전 기반을 구축하고, 글로벌 해외 진출 기반을 공고화해 나갈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국내 수소에너지 산업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수소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태양광, 환경 파괴와 함께 이룬 성장
정부는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인 태양광도 차세대 셀 개발을 통해 ‘초격차’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26년까지 태양광 탠덤 셀의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해, 내년까지 태양광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효율을 개선한 차세대 태양전지인 탠덤 셀 모듈 공정기술 개발과 탠덤 전지 양산을 위한 핵심 장비 개발 착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발전원인 태양광은 기후변화 위기 해결의 열쇠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태양광 시설의 설치가 산림의 훼손과 발전 시설 도입 부지의 재해 등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2월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밝히며 태양광 발전 산업에 국고보조금을 늘리는 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시 정부는 부지 선정에 문제가 없는 정부 소유 산림에 나무를 벌목하고 대규모 태양광을 설치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그러자 많은 기업이 국고보조금을 타기 위해 태양광 시설을 마구잡이로 설치하면서 임야 곳곳에 난개발이 이뤄졌고, 이로 인해 260만 그루의 나무가 잘려나갔다.
실제로 2015년 522ha(헥타르), 2016년 529ha였던 태양광 설치 목적 산지전용 허가 면적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1,425ha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후 2018년에는 2,443ha까지 늘어나며 정점을 찍었다. 2016년과 비교하면 4.7배 증가한 수치다.
친환경 발전을 한다면서 수많은 동식물의 서식지이자 자연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산림과 숲을 마구잡이로 파괴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친환경 에너지 발전 사업’이라고 끊임없이 홍보했다. 이런 무분별한 벌목은 폭우 시 산사태를 유발하는 요소로 작용해 피해를 키웠다. 문재인 정부가 탈(脫)원전,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면서 태양광 발전 비중을 늘린 것이 되려 가장 큰 탄소 흡수원인 산림을 훼손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 지원의 수혜를 받고 선방한 기업이 있다. 태양광 산업에서 선두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한화솔루션’이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활동과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모듈 평균판매가격(ASP)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 주거용·상업용 태양광 시장에서 올 2분기까지 각각 16개 분기와 11개 분기 연속 점유율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2022년 4분기 매출 3조4,715억원, 영업이익 3,288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한화솔루션의 호실적은 태양광 산업을 육성하고 국가적 에너지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적 지원에 기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한화솔루션은 탠덤 태양광 모듈 공정기술 개발 분야의 정부출연금을 비롯해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러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한화솔루션이 우리의 에너지원을 대규모로 대체하지도 못했으며, 명확한 기술적 한계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악평하기도 했다.
환경친화적 에너지원 해상풍력, 만능 해결책 아닌 이유
정부는 풍력발전 분야의 세부 추진 방안으로 부유식 해상풍력 구조물 설계기술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바다 지면에 고정하는 고정식 해상풍력과 달리 풍력발전기를 바다 위에 부표처럼 띄워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안전하게 바다에 띄우는 부유체가 핵심이다.
풍력발전은 공해물질의 배출이 없어 대표적인 환경친화적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하지만 환경을 지키기 위한 에너지 생산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풍력발전에도 여러 가지 단점이 존재한다. 일부 환경공학자들은 풍력 터빈 작동 시 난기류가 공기를 혼합시켜 지역의 기후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발전 중 블레이드에 새가 휘말려 들어가는 ‘버드 스트라이크’가 자주 발생해 오히려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먹이를 잡던 독수리들이 회전 속도가 시속 270km에 이르는 풍력발전기 날개 끝부분에 충돌해 희생되는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해상풍력발전소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싸고 수많은 논쟁이 이어져 왔다. 특히 제주도의 대정해상풍력발전 추진을 두고 사업 예정지가 ‘국제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들의 주요 서식처’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서귀포시 대정읍 주민들은 “대정해상풍력발전 조성으로 해양생태계가 파괴되고 어업인들이 황금어장을 잃게 된다”고 토로했다.
어업인들이 해상풍력발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우선 수산업 측면에서는 조업 구역이 상실된다. 해상풍력 적지(풍속 6m/s, 수심 50m 미만)와 연안어업 적지(한류·난류 교차해역, 얕은 수심 등)가 중복돼 현재 추진 중인 해상풍력 예정지 대부분이 어업 활동이 활발한 해역으로, 발전소 건설 시 조업 구역 상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해양환경 측면에선 해양생물 서식지 파괴, 화학물질 누출, 소음·진동에 따른 생태계 교란, 전자기장에 의한 생태계 교란 등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풍력기 설치 및 송전케이블 매설 과정에서 해저면이 교란되고 부유사가 발생해 저서생물 서식지가 훼손되는 등 주변 해역 생물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이다.
건설 과정 및 발전기 가동 중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도 문제다. 풍력발전 시 발생하는 260dB의 소음은 어종의 청각장애 및 생태계 변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고전압 전력선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으로 말미암아 지구자기장을 이용해 이동하는 어류 및 해양포유류에 영향을 끼치며, 전파 교란 등 어선 통신망 영향으로 안전조업에도 위협이 된다.
이미 진행 중인 신재생에너지 국책 사업에 줄줄 새는 세금
한편 정부가 에너지 신기술 개발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전남 나주혁신산업단지에 에너지신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을 건립하고 탄소중립을 이끌어갈 핵심기술인 수소, 에너지저장, 태양광, 해상풍력, 재생에너지 O&M, MVDC(Medium Voltage Direct Current), 신소재 등 7개 분야를 중점으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개소 1년을 맞은 지금 그동안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에너지연은 미래의 수소 시대를 대비해 대용량 수소 생산, 고안전성 수소저장, 친환경 수소 활용 전주기 운영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 비율 증가에 따른 출력 변동성 대응 및 잉여 에너지 수용을 위한 대용량 중장주기 에너지저장 기술과 순환경제 촉진을 위한 폐배터리 재사용 ESS(Energy Storage System·에너지저장장치) 개발 연구를 수행하는 등 대부분 수소에너지와 에너지저장 분야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에너지연은 최근 개교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이하 ‘한전공대’)의 산학연 R&D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지역협력과 관련된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한전공대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 특성화 대학교로, 2022년 3월 나주에 있는 한국전력 본사 바로 옆에 설립됐다. 인구 급감으로 인한 지방대 지원감소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전공대가 설립된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낸 한전은 올해 한전공대에 1,588억원을 지원한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법에 따라 한전공대를 지원해야 하는 한전은 2031년까지 소요비용만 1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의 부실은 국민의 전력 요금 부담으로 돌아오는 만큼 충격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지난 1월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23년 에너지 기술 개발에 대해 전년 대비 0.8% 증가한 1조2,065억원을 투입, 이 중 원전과 수소 효율화, 수소 등 1차 신규과제 80개에 1,024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2030년 글로벌 에너지 新시장 선점’을 목표로 차세대 유망기술을 집중 개발하면서, 글로벌 시장구조를 고려한 전략적 성장동력화 및 수출산업화 기술 개발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시장 개척 아닌 기술적 난제 극복에 주안점 둬야
이처럼 정부는 에너지신기술이 환경 및 자원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 부족과 발전 설비 안전성 미검증, 나아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의 주 에너지원인 태양광과 풍력은 부지 확보, 환경 및 경관 훼손 문제뿐만 아니라 전력 배송망 구축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근본적인 기술적 문제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이 지닌 전력 생산의 간헐성 문제다. 흐린 날이나 바람이 약한 날에는 재생에너지원을 활용한 전력 생산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ESS와 같은 저장 장치가 필수적이다. 이번 정부 정책에도 ESS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책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탄소중립위원회의 자체 추정 결과 예상 구축 비용이 최대 1,248조원에 달할 정도라 재정적 부담이 상상을 초월한다. 게다가 이 정도의 ESS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여의도의 76배에 달하는 땅이 필요한 만큼 ESS도 만능 해답이 아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에너지원에 있어 우리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춘 선진국의 행보를 따라가는 것도 재고해봐야 한다. 일례로 태양광 발전단가부터 차이가 심해 우리나라가 미국 수준의 태양광 발전국가가 되기에는 여건상 불가능하다. 광활한 사막과 풍부한 일조량을 갖춘 미국에 비해 우리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는 적절한 부지조차 태부족하지 않은가. 농지를 무분별하게 전용하는 것도, 산림을 모두 제거하고 태양광 패널로 덮는다는 것도 그야말로 본말전도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구조적,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에너지신기술을 위해, 자연조건이 열악한 상황에 기술적 도전을 풀어내는 투자도 없이, 그저 시장 개척이라는 ‘수박 겉핥기’에 머문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