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자전거도로 전면 개편, ‘실효성’ 있는 대책 나올까

한강 자전거도로 전면 개편, 안전사고 예방 목적 갖은 노력 해온 서울시, 하지만 효용성은 ‘제로’ 자전거 이용자 1,600만 명 시대, 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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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강 자전거도로가 전면 개편된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총 78km 길이의 한강 자전거도로를 전면 개선하고 자전거 쉼터, 노을 전망대 등 관련 시설을 확충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매력적인 한강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공사는 올해부터 시작되며, 한강공원 자전거도로 중 11개 공원을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사고 예방 및 이용객 편의성 증가가 골자인 만큼 주요 개선 내용으로는 △도로 폭 확대 △자전거도로와 보행로의 분리 △충돌사고 방지를 위한 구조 개선 등이 포함됐다. 서울시는 우선 3m가량이던 자전거도로 기준 폭을 4m로, 2m가량이던 보행로 폭을 3m로 개선한다. 이를 통해 보행자와 자전거 간의 충돌 사고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로, 기존에 차선으로만 분리되어 있던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를 녹지대로 분리한다. 보행자와 자전거 사이의 거리를 더욱 확충함으로써 충돌 가능성을 낮추겠단 취지다. 안전속도를 지킬 수 있도록 속도 저감 시설도 확충한다. 서울시는 한강공원 39개소에 AI CCTV를 설치하고 횡단보도 인근 과속방지턱을 4개소 조성하는 등 갖은 노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편의 시설 확충도 계획 중에 있다. 서울시는 노을 전망대를 포함한 자전거 쉼터를 곳곳에 조성하고 이색 시설인 광나루 자전거 모토크로스(BMX) 경기장도 업그레이드해 재개장할 계획이다. 노을전망대는 자전거를 타며 도로마다 연출되는 다채로운 한강의 노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조성된 장소로, 지난해 9개소가 조성됐다. 서울시는 노을전망대를 올해까지 5개소 추가로 조성하겠단 계획이다.

주용태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장은 “한강공원 자전거도로를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강공원 전역의 자전거도로를 순차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며 “모두가 안전한 자전거 이용문화 정착을 위해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오늘만의 문제 아닌 안전사고, 갖은 노력 이어온 서울시

서울시의 한강공원 안전사고 저감 노력은 올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시는 지난 2021년 코로나19로 인한 자전거 이용자 증가에 따른 안전사고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서울시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와 자전거가 접근할 때 각각 자동으로 LED 등을 켜고 신호음을 울려주는 안전 시스템 ‘괄호등'([])과 ‘쉼표등'(,)을 설치했다. 이는 보행자와 더불어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까지 확보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500m 구간인 광나루자전거공원 주변 권장 속도를 10km/h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간 한강공원 자전거공원엔 속력 제한이 사실상 없었다. 물론 20km/h 제한 교통 표지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긴 했으나, 일부 자전거 이용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30km/h가 넘는 속도로 쌩쌩 달렸다. 보행자들이 앞을 지나가고 있음에도 “지나갑니다”라며 큰소리치며 앞으로 휙 달려가 버리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실질적인 규제책의 부재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이에 서울시는 단순히 권장 속도를 지정하는 것을 넘어 자전거 속력 자체를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지난해 2월 서울시는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신문고에 한강공원 내 자전거 운행 속도를 시속 20km/h로 제한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을 건의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까지 가능하도록 규정을 뜯어고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시 서울시 자전거정책과 관계자는 “속도 제한은 보행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도 함께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서울시는 자전거 도로 안전을 위한 5대 대책과 ‘함께 지켜요! 행복속도 20’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시민들의 인식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사고 밀집 구역과 사고 다발 구역 10곳엔 안전속도 시속 20km/h를 알리는 속도 제한 노면표시를 더욱 촘촘히 배치해 시민들이 안전속도를 보다 잘 지킬 수 있도록 독려한 바 있다.

실효성 없다는 비판↑, “속도 제한에만 목맨 수준”

그러나 일각에선 지난해까지 서울시가 내놓은 한강공원 안전사고 대책들이 모두 현실성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강공원 내 자전거 속도 제한에 대해선 경찰 측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경찰 측은 “자전거는 속도 측정계가 따로 없어 이용자 스스로 과속 여부를 확인할 방도가 없다”며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속도 제한이 불가하며, 미국·독일 등 국가에서도 이는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 금문교는 자전거 속도 제한 규정 위반 시 1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시민들의 반발로 인해 시행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시민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로드 바이크 이용자 A씨는 “속도 제한 지정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한강공원 전체에 속도 제한을 걸기보단 사람들이 많은 구간에만 설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전거 페달을 안 밟기만 해도 속도는 충분히 시속 20km/h 아래로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이용자 B씨는 “라이더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차라리 로드와 서행하는 자전거 길을 분리하는 게 더 효용성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을 전했다.

전문가들 또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속도 제한만 고려하기보단 종합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한강공원 자전거 이용자는 저속과 고속 이용자로 나뉘는데, 이들의 반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선 무작정 속도 제한을 걸 게 아니라 고속도로와 저속도로를 구분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강공원 안전사고 캠페인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실효성이 낮아도 너무 낮다는 지적이다. 제대로 된 단속조차 없는 캠페인이 사고를 방지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목소리가 많다. 결국 20km/h 제한속도가 ‘권장 속도’인 이상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없어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주 비판 대상이다. 그나마 제한속도에 과태료를 물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이 서울시 차원에서 건의되긴 했으나, 이에 대해선 앞서 언급된 대로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지고 있어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서울시의 안전 대책 초점이 너무 속도 제한에만 맞춰져 있다는 점도 지적 대상이다. 한강공원 이용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떼빙족’과 ‘음주 라이더’에 대해선 제대로 된 방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떼빙족’이란 ‘떼 지어 드라이빙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로, 이들은 단체 추월을 위해 줄지어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천천히 달리는 다른 자전거 이용자를 큰 소리로 위협하기도 해 문제가 되고 있다. ‘음주 라이더’는 말 그대로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는 이들을 뜻한다. 자전거 음주 운전 시 범칙금이 부과될 수 있긴 하나, 한강공원에서 자전거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음주 단속은 실질적으로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효성이 전혀 없는 것이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자전거 교통사고는 △2018년 4,771건(부상자 5,041명, 사망자 91명) △2019년 5,633건(6,020명, 79명) △2020년 5,667건(6,150명, 83명)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강을 중심으로 한 자전거 추돌 사고도 적지 않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2021년 한강공원 내 자전거 사고는 총 94건이었다. 이 중 신고되지 않은 사고를 포함하면 실제 사고는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자전거 이용자는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2019년 1,300만 명이던 이용자는 어느새 1,600만 명까지 늘었다. 불과 몇 년 새 300만 명이 늘어난 것이다. 자전거 이용자가 늘어난 만큼, 앞으로 관련 사고가 더욱 자주 발생하리란 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예측 가능한 비극을 막지 못할 만큼 후진적이지 않다. 서울시의 갖은 노력들이 보다 안전한 한강공원을 조성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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