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올해 ‘은행권 손실흡수 능력’ 높이기 위한 제도 정비 ‘적극’ 검토 중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부과·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 등 제도 정비 나설 계획 금리·환율 가파른 상승으로 불확실성 증대된 마당에, SVB 그룹 파산이 불안 키워 은행권 반발 예상에 “공청회 등 제도적 절차 밟으며 진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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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를 논의 중인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사진=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올해 은행권 손실흡수 능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 정비 추진에 나서기로 했다.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부과,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 등 자본 적정성과 충당금 제도의 정비를 통해 지난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급증한 여신의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한다.

금융위는 상반기 중으로 자본 적정성 제도의 세부 정비방안을 구체화하고, 하반기부터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충당금 제도에 대해서도 상반기 중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을 완료하고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 전반 자본비율 높이는 제도 개선 추진

금융위는 15일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고, 은행권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건전성 제도 정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우선 국내 은행의 전반적인 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은 은행이 경기 활황이 지속되는 신용팽창기에 추가자본을 적립하도록 의무화하고, 신용경색 발생 시 해당 의무를 완화해 적립금을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또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 도입도 자본 적정성 제도 정비방안에 포함될 예정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주기적으로 은행에 스트레스테스트(ST)를 실시하도록 하며 손실흡수 능력을 점검하고 있지만, 테스트 결과가 미흡한 경우 개별 은행에 추가자본 적립의무 부과 등 직접적인 감독 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과 예상손실 전망모형 점검체계 구축도 함께 추진하며 충당금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현재 대손준비금은 감독 규정상 최저적립률을 기준으로 산출됨에 따라 향후 경기변동 등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는데 한계가 있고, 은행별로 대손충당금 적립을 위해 설정한 예상손실 전망모형 또한 정기적인 관리·감독 체계가 미흡한 상황이다.

이미 해외에선 은행 건전성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들

지난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해외에선 은행권의 손실흡수 능력 상향을 위해 제도를 정비해왔다. 영국, 호주 등 해외 주요국들은 CCyB와 같은 추가자본 적립의무 부과 제도 등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금융권 시스템 리스크 평가의 어려움 등을 감안해 2016년부터 1%의 경기중립적 CCyB를 도입했으며, 올해 7월부터는 2%로 상향할 예정이다. 호주와 스웨덴 등의 국가에서도 자본체계 및 거시건전성 대응의 유연성 제고를 위해 올해부터 1%~2% 경기중립적 CCyB를 적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 또한 해외에서 널리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에 따르면 미국과 EU의 경우, 연준(Fed)과 유럽중앙은행(ECB)이 직접 대형 은행에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은행별로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차등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만 미국에선 30개 이상 은행이, EU에선 100개 이상의 은행이 최대 4%의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여받았다.

SVB 파산 사태 따른 영향 확대, 은행권 반발 예상

업계에선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발생한 SVB 그룹 파산이 금융당국의 제도 정비 방향에 영향을 줬을 거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가 중소형 은행에 대한 예금 보호 조치 등을 시행하며 일단락됐지만, 지속되는 고금리로 인해 향후에도 언제든 취약한 고리들이 터지며 시스테믹 리스크(Systemic risk)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기간 낮아졌던 국내 은행권 연체율이 최근 대출금리 상승 등에 따라 가계부문을 중심으로 점차 상승하고 있는 점과,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자본 적정성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점 등이 우려스럽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은행권 보통주 자본비율은 12.26%로, EU와 영국을 비롯한 해외 주요국들에 비해 한참 낮은 상황이다.

한편 시중은행은 이번 제도 정비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OO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충당금 적립요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하는 제도 개선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지만, “이미 은행권 평균 자본비율이 금융당국이 정한 규제비율을 상회하고 있으며, 미국 은행권 자본비율도 우리보다 근소하게 높은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당장 자본비율을 늘리라는 요구에 대해선 은행권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공청회 등의 절차적인 제도 도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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