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생태계 구축 의지 드러낸 윤 대통령 “300조원 대규모 민간 투자 바탕으로 세계 최대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만들겠다”

2026년까지 반도체 등 첨단산업 6대 분야에 550조원 이상의 민간 투자 이뤄지도록 지원 수도권 내 세계 최대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신규 구축엔 300조원 집중 투자 한편, 벨기에 등 해외 산단 사업 모델 벤치마크 통한 접근 필요하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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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를 주재하며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 전략을 논의했다. 특히  3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수도권 내 세계 최대 규모의 신규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히며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최근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첨단산업 제조시설을 자국 내에 유치하기 위한 대규모 지원을 아끼지 않는 상황을 반영한 대책으로 풀이된다.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 위해 나서는 정부

최근 반도체에서 시작된 경제 전쟁이 배터리, 미래차 등 첨단산업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지원을 통해 자국 내 첨단산업 제조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힘쓰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2026년까지 반도체 등 첨단산업 6대 분야에 총 550조원 이상의 민간 투자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입지, R&D, 인력,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날 회의에선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 계획’이 확정됐고, 300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수도권 내 신규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이 주요 과제로 선정됐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기존 메모리 반도체 제조단지, 150개 이상의 국내외 소부장 기업, 판교 팹리스 등과 연계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우주, 미래차, 수소 등 첨단산업을 키우기 위한 전략도 제시했다. 지방 균형 발전을 고려해 지방에도 3,300만㎡, 총 1,000만 평이 넘는 규모의 첨단산업단지 14개를 새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역 스스로 비교우위가 있다고 판단되는 분야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토지이용 규제를 풀고,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산단 사업 모델, 벨기에 IMEC

분명 첨단 산단 조성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우리보다 먼저 첨단분야 산단 사업에 나선 해외국가들의 사례를 점검해 사업 개발에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정부의 계획처럼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민간 투자가 활성화되어 하나의 성공적인 산업단지를 조성한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바로 벨기에 루벤에 위치한 반도체 비영리 국제연구기관 IMEC(Interuniversity Microelectronics Centre)다. ‘반도체 업계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IMEC는 수백 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 관련 어떠한 설계나 장비도 생산하지 않고, 오직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연구와 지식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바람직하게도 IMEC의 최대 자금 제공자는 벨기에 정부다. 민간에서도 자금을 제공하지만 가장 많은 자금을 내는 기업도 전체 4%를 넘지 않는다. 특정 기업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반도체 관련 기업 전체에 도움이 되는 연구와 노하우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설립됐기 때문이다.

IMEC는 중립적인 연구기관으로서 설립 이후부터 여러 제조사가 서로 협력하도록 운영되어 왔다.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장비 등을 한곳으로 모으거나, 창출된 IP를 프로젝트 참가 기업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며 특정 기업이 수혜를 독차지하지 않도록 중립성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EUV 등 첨단 반도체 관련 기술 개발에 성공하는 등의 업적을 세우며, 현재 세계의 반도체 관련 가장 주요한 연구개발 거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사진=IMEC 홈페이지

흔들리는 중립성

한편 최근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반도체 국제 연구기관들의 중립성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자체 개발 및 제조 인프라를 지향하는 중국 정부의 방침에 대항해 중국 반도체 기업을 해외시장에서 퇴출하거나,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를 비롯해 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국제집성전로제조(SMIC)와도 함께 해온 IMEC도 예외는 아니다. 외신에 따르면 IMEC의 최고경영자 반덴 호프도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장치 메이커와 큰 제휴는 없다”고 언급하며, 중국 기업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러한 현상의 심화에 따라 반도체 관련 기술 개발이 더뎌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특별연구원은 “중국에 유입하는 반도체 제조에 대한 정보가 줄어들어 중국으로부터의 정보 유입도 줄어든다면 IMEC의 자랑인 세계 집약적인 기술이 빛을 잃을 것”이라면서 “현재 IMEC 내 중국인 연구자가 전체 3.5%로 미국의 2배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기술 발전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IMEC와 같은 국가 산단은 수평분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디지털 반도체 산업 특성상 기업 한곳이 연구부터 설계와 제조까지 통합하는 수직통합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평분업은 자금과 투자 등에 있어 중립을 지키는 일이 기본이지만,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 중립성 문제로 인해 기관이 제 역할을 못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가 이러한 문제와 IMEC 사례를 적극 고려해 향후 반도체 첨단 산단 조성에 나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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