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승객 안전 지키는 ‘시니어 승강기안전단’, 62명에서 662명까지 전국구 확대

지하철 승강기 안전 지키는 ‘시니어 승강기안전단’ 사업, 서울·경기 넘어 전국구로 확대 안전 점검부터 승객 안내, 사고 대처 등 다양한 업무 수행하며 안전사고 피해 최소화 일각에서는 ‘과잉 인력’ 지적도, 보다 효용성 있고 다양한 노인 일자리 고안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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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공공일자리 실장과 김성렬 서울교통공사 기술본부장/사진=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하 개발원)은 3월 15일 원활한 시니어 승강기안전단(이하 안전단) 사업 진행을 위해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지하철 승강기 안전 문화 정착과 노인 일자리 확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공사와 개발원은 이번 협약을 통해 안전단 사업을 넘어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신규사업 발굴을 함께 고민하고 양 기관 추진사업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안전단 사업은 시민의 안전한 지하철 이용과 노인 일자리 확대를 위한 양 기관 간 협업에서 출발했다. 앞서 지난해 4월 만 60세 이상 노인 일자리(사회 서비스형) 참여자를 대상으로 모집을 실시했으며 총 62명의 노인 인력이 5월부터 12월까지 안전단으로 근무한 바 있다.

김성렬 서울교통공사 기술본부장은 “시니어 승강기 안전단 사업은 승강기를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동시에 노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기업의 본분을 다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더 많은 노인 일자리를 만들고 안전한 지하철 이용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승객 안전·사고 피해 최소화 위해 근무

안전단은 승강기 안전 활동에 필요한 안전과 직무 교육을 거친 뒤 철도 역사에 배치된다. 수행하는 업무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기본적인 안전 점검부터 고령자 및 거동 불편자 승강기 탑승 도움, 안전 수칙 준수 안내 등 다양하다. 승객을 에스컬레이터 안전선 안에 탑승하도록 안내하거나 짐을 가지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승객을 엘리베이터로 안내하는 식이다.

단순 안내 외 실제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짐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신속하게 에스컬레이터를 작동 중지해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만큼 사고 발생 시 대처 요령을 교육받은 안전단이 에스컬레이터 옆에서 근무하며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게 된다.

실제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승객이 갑자기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근처에 있던 한 시니어 승강기 안전단이 에스컬레이터를 가동 중지해 승객 동선을 통제하고, 119 구급대가 올 때까지 팔다리 마사지 및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피해를 최소화한 사례가 있다. 당시 응급조치에 나선 안전단 이용관 씨는 언론 보도에서 “단지 승객을 살리고자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에스컬레이터의 안전 운행 상태를 점검하는 시니어승강기안전단/사진=승강기안전공단

사업 확대 시행과 함께 안전단 사업의 노인 일자리 창출 효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시행했던 안전단 사업은 만 60세 이상 사회 서비스형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했다. 사회 서비스형 일자리는 시니어의 경력·역량을 활용해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영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활동의 강도가 높은 만큼 급여 수준도 높아 지원율도 상당했다. 당시 서울·경기 지역 8개 지하철 역사에 배치된 안전단 인력은 62명이었다.

한편 올해부터는 서울·경기 지역뿐만 아니라 한국철도공사, 서울교통공사, 서울시메트로 9호선, 인천교통공사, 부산 김해경전철, 부산교통공사, 공항철도 등 전국 7개 철도 운영기관의 95개 역사까지 사업이 확대 시행된다. 배치되는 안전단 인력도 총 662명까지 늘었다.

일각에서는 “인력 낭비” 비판도

주로 에스컬레이터 사고 피해는 고령층 위주로 발생한다. 미연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자력으로 대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2023년 3월 6일 암사역 에스컬레이터에서 90대 여성이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그 뒤에 서 있던 80대 여성부터 고령의 승객들이 줄줄이 넘어지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교통약자가 아닌 다수의 승객은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 등 다른 대체 통로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고령자와 같은 교통약자에게는 승강기가 가장 안전한 층간 이동 수단이다. 지하철 이용 시 고령층이 에스컬레이터가 아닌 승강기에 탑승하기 위해 줄을 길게 서는 이유다.

그러나 현재 승강기가 없는 지하철역은 극소수에 불과할 정도로 대부분 역사 내 승강기가 배치돼 있다. 사고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는 고령층의 대부분이 에스컬레이터 대신 승강기를 탑승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일각에서는 ‘종종’ 발생하는 청장년층 사고 및 고령층 에스컬레이터 사고 방지를 위해 이렇게까지 많은 인력이 필요하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보다 효율적인 노인 일자리를 고안해 노인의 자기효능감을 제고하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물론 전국에는 극소수라고 해도 승강기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역사가 분명히 존재한다. 언제 발생할지 모를 사고의 위험 역시 간과할 수만는 없는 것이다. 교통약자의 안전한 이동을 보장함과 동시에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안전단 사업을 ‘불필요하다’고 섣불리 말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필요한 수준 이상의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아닌지, 정말 ‘질 좋은’ 일자리를 노인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차후 보다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고안하고 노인 인력을 적절히 배치하기 위한 정부와 공기업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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