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국 올해 경제성장률 1.5%” 전망치 하향, 수출 부진 등 악재 겹쳐

‘부동산 시장 위기, 반도체 산업 약세’ 등 연초 국내 경기 부진 반영한 결과 세계경제 성장률도 2.8%, 전반적으로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 ‘주요 은행 파산 및 높은 인플레이션’이 침체 원인, IMF “중앙은행 긴축 기조 유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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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7%에서 1.5%로 0.2%p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7월 이후 4차례 연속으로 전망치가 하향되고 있으며, 주요 선진국 대부분의 전망치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만큼,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IMF,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2.8%로 전망

IMF가 2023년 4월호 세계경제전망(WEO)를 발표하며 세계 경제성장률을 2.8%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1월 전망치(2.9%)에 비해 0.1%p 햐향조정된 수치다. 또 5년 후 세계 경제 중기성장률은 3.0%로, 1990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현재 세계 경제는 경기침체 국면에 놓여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세계 주요 선진국의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은 1.3%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 및 개도국 그룹도 3.9%로 지난 1월 전망(4.0%) 대비 소폭 하락했다.

IMF는 올해 세계경제 여건을 ‘험난한 회복 과정(A Rocky Recovery)’으로 평가했다. 지난해부터 세계 경제를 괴롭혀온 러-우 전쟁, 경제 분절화 심화, 인플레이션 등 불안 요인이 해결되지 못한 채 최근의 실리콘밸리은행·크레딧스위스 사태 등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는 상황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이 밖에도 지나치게 높은 공공·민간부채 수준, 신흥국 및 개도국 그룹 중심으로 나타나는 신용 스프레드 상승 등을 잠재적인 위험요인으로 제시했다.

연초 경기 부진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4회 연속 하향

IMF가 제시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1.5%로 정부, 한국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기관에서 전망한 수치와 유사한 수준이다. 다만 이는 지난해 7월 전망 이후 네 번 연속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결과로, 올해 일부 국가의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점을 감안하면 국내 경제에 대한 전망은 특히 어두운 편이다.

1.5%대 성장률은 그간 한국 경제가 겪은 네 번의 경제위기 국면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다. 국내 경제는 통계가 집계된 이래 1980년대 오일쇼크에 따른 충격과 1998년 IMF 외환위기에 따라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고,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팬데믹 경제 위기에도 역성장했다.

이처럼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낮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먼저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수출 부진이 첫 번째 원인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5%로,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2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지난 1월 기준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44.5%나 감소하면서 국내 총수출 감소에 큰 영향을 줬다.

반도체 수출이 불황을 겪음에 따라 반도체 재고도 계속 쌓이고 있으며, 이 역시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반도체 품목뿐 아니라 다른 주력 품목에서도 한국 수출에 추세적이고 구조적인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중국 시장 수출액 상위 50개 품목 가운데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의 수출액을 살펴보면, 무려 36개 품목의 수출액이 전년보다 줄었다.

아울러 부동산 시장, 특히 PF로 인한 금융부실 가능성이 높은 점도 문제다. 국내 부동산 시장 매매가격의 하락 추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전체 미분양 주택도 7만5,000호를 초과할 만큼 급격히 쌓이고 있음에 따라 지방 건설사들의 부도 가능성도 커졌고, 특히 몇몇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 또한 제기되면서 금융부실 우려 또한 높아진 상황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윌리엄 로즈 전 씨티그룹 부회장과 대화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IMF “기대 인플레 낮아질 때까지 중앙은행 긴축 기조 유지해야

IMF가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한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주요 은행들의 파산으로 불거진 금융 불안이다. 부실사태로 조명받는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은행권은 대출에 소극적이게 됐고, 그렇게 축소된 유동성이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들며 경기침체가 가속될 것이란 전망이라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다. 지난 2월 기준 미국의 근원 PCE 지표는 4.6%로 미 연준이 목표하는 2%보다 현저히 높다. 최근 중국의 리오프닝과 OPEC+의 감산 합의까지 더해지면서 원자재와 에너지 물가의 상승 압력이 재차 높아짐에 따라 향후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상황이다.

IMF는 세계 경제에 대한 제언도 덧붙였다. 특히 최근 불거진 금융시장 불안을 두고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금융 시스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낮아질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재정당국에는 “통화정책과의 정합성 및 부채 관리를 위해 긴축재정을 권고하는 한편, 생계비 완화를 위한 재정지원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재정적자와 부채 규모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세계 경제가 저탄소 경제체제로 빠르게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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