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국외 대학과 산학연 체결, 국내 대학 이정표는 어디?

경기도, 미시간대와 산학연 체결 → 경기청년사다리프로그램 올 7월 중 시행 국내 대학 홀대하는 정부와 지자체? 국내 대학 역량 부족은 현실 대학에서 산업체와의 협력 위해 혁신은 필수, 정부의 적절한 지원금 분배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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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경기도

김동연 경기도 지사가 4조3천억원 규모의 해외 투자유치와 청년 기회 확대를 위한 방미 일정 중 미시간대학교와의 기술 협력을 체결했다. 해외대학과 국내 기업, 국내 지자체와의 산학협력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학의 역량 부족과 발전 방향성의 한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시간대 찾은 김동연 경기도 지사, 첨단모빌리티 기술 견학 후 산학연 체결

지난 10일 오전(현지시간) 김동연 경기도 지사는 일정의 첫 순서로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Ann Arbor) 미시간대학교에 위치한 엠시티(MCity)를 방문했다. 엠시티는 2015년부터 가동을 시작해 8년 정도 된 시설로, 자율주행 기술을 시험할 수 있도록 일반 도시와 똑같이 도로 상황을 재현해 놓은 13만㎡ 규모의 세계 최초 모형 주행 시설이다. 철도 건널목, 회전교차로, 자갈길, 공사 현장, 인도, 주차장 등 여러 상황을 구현해 다양한 주행 안전성 실험이 가능하며, 국내에 비슷한 사례로는 경기도 화성시에 조성된 교통안전공단 자율주행 실험도시 K시티가 있다.

헨리 리우(Henry Liu) 엠시티 센터장은 “엠시티는 세계 최초의 커넥티드 자율주행 자율 협력 테스트 전용 시설”이라며 “실제와 가상이 함께하는 복합 현실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실제 차량이 운행 실험을 하면서 가상의 요소들을 추가할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김 지사는 이날 함께한 남경순 경기도의회 부의장과 함께 리우 센터장이 운행하는 자율주행차를 3km 정도 시승하며 기술 개발현황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시승 중에는 교차로에서 가상차량과 충돌하는 돌발상황도 겪으며 자율주행차의 대응 상황을 살피기도 했다. 시승 이후 김 지사와 남 부의장은 경기도가 첨단 모빌리티 산업의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모빌리티 사업에 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김 지사는 미시간대 전기자동차(EV.electric vehicle)센터와 배터리랩(Battery Lab)을 찾아 전기차와 이차전지 개발현황 등을 확인했다. 미시간대 배터리랩은 전 세계 학계, 산업 사용자에게 배터리와 배터리에 들어가는 재료의 시제품, 시험, 분석에 필요한 전문 지식과 자료를 제공하는 연구기관이다. 김 지사는 이곳에서 소재 시험 시설, 조립 시설 등 다양한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술 개발현황을 살펴본 뒤 “경기청년사다리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청년들이 7월경 올 때 하루 정도 미시간 공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함께했으면 좋겠다”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에릭 미키엘센(Eric Michielssen) 미시간 공과대학 연구부장은 “교수진들이 실제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연구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더 많은 협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경기도 기업과의 협업을 기대한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김 지사는 이날 로리 맥컬리(Laurie McCauley) 미시간대학교 부총장과 이런 내용을 담은 ‘경기도–미시간대학교 문화·교육 협력을 위한 협약서’에 서명했다.

국외 대학-국내 산업체 간 협력 연합 증가, 국내 대학의 현주소

경기청년사다리프로그램은 경기도 청년을 대상으로 해외 대학 연수와 현지 문화 체험을 통해 다양한 진로 개척과 도전의 기회를 주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기 청년들은 미시간대학이 마련한 어학, 문화 체험, 기업탐방, 팀 프로젝트 등의 수업을 4주 동안 받게 된다. 김 지사는 “경기도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미국 대학 3곳, 호주대학 1곳, 중국 대학 1곳과 함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가능하면 어려운 경제적 여건에 있는 청년을 중심으로 보낼 계획”이라며 “일종의 계층이동을 추진하기 위한 것인데 청년들에게 더욱 많은 기회를 줘서 새로운 세상에 눈뜨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라고 소개했다. 미시간대학과의 협력으로 올해 7월부터 경기 청년 30여 명이 미시간대학에서 짧은 경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국내 대학에서는 자국 대학의 발전을 위해 기술 이전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국내 기술에 대한 ‘저평가’ 인식을 전환하고 국내 대학의 지위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동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소속 연구위원은 대학 교육이 사회적 요구에 얼마나 부응하는지를 보여주는 IMD의 대학 교육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2020년 기준 63개 국가 중 27위를 기록했다며, 이는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23위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애초에 대학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교육・연구 여건을 조성하기에 한계가 있는 환경인 데다가, 산업구조 변화로 신산업 분야 인재 양성이 필요하지만 대학도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또 국내 혁신 주체들이 상호 협업하기보다는 각각 외부 혁신 원천과 연계·운영해 기술혁신 체계의 산학 연구 협력 수준은 2020년 기준 129개국 중 28위로 2019년 대비 세계혁신지수가 2단계나 하락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연구위원은 그의 보고서에서 산학연에 관한 대학 내부 관점에서의 한계 및 문제점으로 ▲산학협력에 대한 자발적 참여 부족 ▲교수·조직에서 산학협력 경험 부족 ▲수요와 괴리된 인력 양성 ▲실질적 산학연 부족 ▲산학협력 지원시스템 미흡 등을 문제로 꼽았다. 즉 대학 자체의 역량이 산업체와의 협력을 이루기에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적절한 단계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결국 자체 역량 강화에 힘써야 할 것

물론 대학의 역량 보완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적절한 지원도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 A 국립대 산학협력단장은 정부 주도의 산학협력은 산학 간 ‘억지’ 매칭이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대학의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이뤄진 산학협력은 효과가 단기적이고, 실질적인 산학협력이 이뤄지는 곳이 드물어 지원사업이 끊기면 산학협력도 함께 끊어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또 대학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수요 기업 리스트’에 오류가 많아 정부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대학 측에서는 “대학의 기술이 산업체가 요구하는 기술 동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가치 추구 방향성 자체가 다른 것이 문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당장의 산업적 실용성을 따져 실용적인 기술만 지원해주기보다는 대학 내 ‘기술의 실용화 연구’ 단계부터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기술사업화의 시작은 외부에 기술을 알리는 ‘홍보’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어떤 대학에서 어떤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 TLO(선도기술이전센터)를 통해 공개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대학이 보유한 기술에 대해 홀대하는 ‘저평가’ 인식에 대한 전환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지난 2월 2025년부터 2조원이 넘는 대학 재정지원사업 예산을 지방자치단체 주관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 주도 하에 대학을 지역 발전 허브로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교육부는 지자체와 협력이 중요한 개별 대학 재정지원사업을 우선적으로 통합하고, 대학에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단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대학들이 발전을 꾀하며 산학연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 지자체로 제공되는 막대한 예산의 흐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각 대학은 단순히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추는 것을 넘어서 그 이상 앞서나갈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 대학에 관한 국민 및 기업들의 인식 전환은 정부의 적절한 지원보다는 대학의 역량에 가장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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