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순환 경제, 국제적 이슈 이전에 우리의 ‘미래’ 문제다 ②

플라스틱 순환 경제 필요성에 국제적 공감대 형성 ‘기술 혁신’ 필요한데, “비용부터 너무 적다” 정부의 과도한 지원금, 오히려 순환 경제 악화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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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환경문제 대응 필요성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 응답하기 위해 오는 2024년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유럽은 이미 플라스틱 규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모양새다. 유럽연합이 지난 2021년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 규제를 위한 지침 제정안을 발효함에 따라 영국은 지난해부터 재생 원료가 30% 미만인 플라스틱 포장재를 대상으로 ‘플라스틱세’를 도입함으로써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 세계 최상위권인 우리나라도 이제 바뀌어야 할 때다.

전처리 공정 환경영향 압도적으로 높아, 기술 혁신 필요

국회미래연구원은 플라스틱 순환 경제 환경영향 평가 보고서를 발표하며 국내 플라스틱 순환의 장애를 지적하고 순환 경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우선 천연자원으로부터 원자재를 생산하는 단계부터 제품이 생산되고 최종 처분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평가하는 ‘전과정평가’를 통해 우리나라가 플라스틱 순환 경제를 달성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환경영향을 분석했다.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수준의 기계적 재활용 기술과 가스화, 열분해, 용해, 가용매분해 기술을 이용하는 경우 제조 방식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전처리 환경영향을 제외할 경우 공정 수율이 27.4%로, 매우 낮은 열분해를 제외한 모든 재생 원료 생산 공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저감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함으로써 플라스틱의 소각 처리를 회피할 경우 전처리 공정에서 오는 환경영향을 모두 포함하더라도, 재생 원료 생산 공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소각 처리 대비 45%~75%의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또한 차후 기술 수준이 향상돼 화학적 재활용 공정 효율이 100%에 근접하는 최적 시나리오에선 열분해를 통한 디젤 생산 경로를 제외한 모든 재생 원료 생산 공정이 기존의 화학제품 생산 공정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천연자원 고갈 영향도 분석됐다. 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한 재생 원료 생산 과정은 전처리 및 화학적 공정으로 여러 단계를 거치며 폐플라스틱을 포함한 원료와 에너지 투입이 요구됨에 따라 기존의 신규 물질 생산 공정에 비하면 천연자원의 고갈 영향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폐플라스틱 전처리에서 오는 환경영향을 제외할 경우 현재 수준의 모든 화학적 재활용 공정으로 인한 천연자원 고갈 영향은 기존의 신규 물질 생산 공정 적용 시 발생하는 환경영향의 단 0.02%~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적 시나리오의 경우 낮은 공정 수율로 인한 부정적인 환경영향이 매우 감소했다. 특히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공정 효율이 특히 낮은 것으로 알려진 열분해를 통한 폴리에틸렌 혹은 폴리프로필렌 단량체 생산 공정의 천연자원 고갈 영향이 큰 폭으로 줄었다.

플라스틱 생산 공정에 따른 미세먼지 배출 및 대기오염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과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현재 수준의 기계적 재활용 기술과 가스화, 열분해, 용해, 기용매분해 기술을 이용하는 경우 기존의 제조 방식에 비해 적은 미세먼지 발생량을 기대할 수 있었으며, 여기서 전처리 미세먼지 발생량을 제외할 경우 미세먼지 발생량은 기존 제조 방식 적용 시 발생하는 환경영향의 0.08~48%에 불과했다. 최적 시나리오에선 낮은 공정 수율에 의해 부정적인 환경편익이 컸던 열분해를 통한 폴리에틸렌 또는 폴리프로필렌 단량체 생산공정의 미세먼지 발생량이 대폭 감소했다.

결국 폐플라스틱으로부터 재생 원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현재 수준의 기술 또는 최적 시나리오 조건의 기술을 적용하는 경우 발생하는 환경영향은 기술별 편차가 컸다. 또한 동일한 종류와 양의 재생 원료를 생산하는 공정을 비교했을 때 가스화, 열분해, 용해, 가용매분해 공정이 포함된 시스템에서 전처리 공정의 환경영향 값이 절대적으로 높았다. 플라스틱 순환 경제 시스템 구축에 있어 특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전처리 공정 과정임이 잘 드러나는 결과물인 만큼 관련 기술 혁신이 꼭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pexels

“R&D 비용 너무 적어, 이래선 기술 혁신 못 한다”

그러나 기술 혁신을 일으키기엔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플라스틱 자원화는 환경부 투자가 주를 이루며, 산업계 기술 투자와 밀접하게 관련된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관련 투자는 각각 환경부의 9%, 12%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2018년부터 플라스틱 자원화 R&D 투자가 급증하긴 했으나 이는 환경부의 ‘생활폐기물 재활용 기술개발사업’의 영향이었다. 결국 단일 사업이 해당 투자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국내 플라스틱 자원화 R&D 투자가 미미한 수준이란 의미다.

이에 따라 자연히 플라스틱 재자원화와 관련한 기술 특허출원 현황도 좋지 않다. 전체 특허 7,956건 중 한국을 대상국으로 한 특허 수는 단 4건에 불과했으며, 한국 출원인에 의한 특허는 겨우 53건에 그쳤다. 주요 출원국은 대부분이 중국(60%), 일본(16%), 미국(8%), 독일(3.1%), 프랑스(1.9%)이었으며, 이들의 주요 대상국은 중국(71%), 일본(16%), 미국(8%), 유럽(5%)이었다.

독일과 미국, 프랑스 등 해외 국가는 주요 출원국가에 비해 재생 원료 사용 기술과 관련한 출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미국과 독일은 관련 기술 분야의 특허 규모가 점차 커지는 추세다. 중국의 경우 모든 기술 영역에서 특허출원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바이오패키징 관련 기술에서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플라스틱·고무 재활용 기술 집중도가 주요 출원국가 대비 높은 편에 속했다. 물론 이마저도 ‘비율’로 따진 결과일 뿐, 절댓값으로 비교하자면 처량하기 그지없다.

우리나라도 재생 기술 없지 않아, 그런데 왜?

사실 폐플라스틱 재생 기술 자체는 우리나라도 꿀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폐플라스틱 재생 기술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디고 전체적인 순환 경제 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이유는 폐플라스틱 재생에 ‘단가’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의식 수준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대로 살펴보면 쓰레기 처리 비용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폐기물 수집·운반 예산은 지난 3년 만에 40.4% 폭증했으며, 폐기물 처리 비용은 3년 새 30억원가량이 늘었다. 플라스틱 재생 단가가 안 나오는 구조가 아니란 뜻이다.

자원재활용법 제16조는 ‘제조업자나 수입업자는 제조·수입하거나 판매한 제품·포장재로 인해 발생한 폐기물을 회수해서 재활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의 원칙으로, 기업이 제품을 포장·판매해 이익을 얻는 만큼 생산한 폐기물에 대해 재활용까지 책임지란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이 원칙만 보면 기업들이 국내 재활용 비용을 모두 떠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론 EPR 분담금이 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0.1%에 불과하다. 정부가 정한 기준이 플라스틱 kg당 10~300원 정도로 매우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부족한 금액은 누가 다 채우고 있는 걸까? 결국 세금이다. 2020년 지자체 공공선별장의 적자는 1,74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지자체 공공선별장의 적자는 5,598억원이었다. 기업들이 매출의 약 0.1%만 분담금으로 내는 사이 수천억원대의 세금이 폐기물 처리 보조금으로써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막대한 ‘사실상 지원’이 결국 폐플라스틱 순환 경제 구축에 장애를 가져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EPR 제도의 원칙이 버젓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폐기물 처리 비용을 지자체가 예산으로 떠맡는 이상한 구조, 이것이 우리나라가 지니고 있는 불합리다. 이 같은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폐플라스틱 순환 경제 구조를 절대 구축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폐플라스틱이 발생하면 지자체나 정부 차원에서 알아서 처리해주는데, 기업 입장에서 구태여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신경 쓸 필요가 있겠는가? 자연스러운 순환 경제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정부가 잠시 뒤로 물러날 필요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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