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순환 경제, 국제적 이슈 이전에 우리의 ‘미래’ 문제다 ①

플라스틱 순환 경제 관련 국제적 관심 ↑ 플라스틱 사용률 최상위권 달리는 韓, “이대로 괜찮을까” 국제적 ‘낙인’ 찍힐 가능성도, “이제는 변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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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s

최근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환경문제 대응 필요성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유럽은 이미 지난 2021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 규제를 위한 지침 제정안을 발효했고, 영국은 지난해부터 재생원료가 30% 미만인 플라스틱 포장재를 대상으로 ‘플라스틱세’를 도입함으로써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다. 특히 이외 다수 유럽 국가들도 유사한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거나 논의 단계에 있다.

국제사회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 응답하기 위해 오는 2024년엔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마련한다. 2024년 말 관련 협상이 마무리되고 2025년 협약이 수립되면 파리기후협약처럼 플라스틱과 관련해 구속력 있는 첫 협약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앞으로 5차례의 정부 간 협상을 거쳐 플라스틱 오염 국제협약을 구체적으로 수립할 방침이다.

韓,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 세계 최상위

우리나라는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전 세계적으로 최상위 수준이며, 이중 포장재로 사용되는 플라스틱 비중이 약 50%에 달한다. 실제 환경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2017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재활용률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로부터 수입되는 폐플라스틱의 양이 2배 이상 증가한 탓이다.

현재의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수준으로 달성 가능한 최대 재생자원 양과 2050 플라스틱 재활용 목표 수준 간에는 22%의 간극이 존재한다. 플라스틱 순환이용에 방해로 작용하는 플라스틱 수지를 순환이용에 용이한 물질로 대체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수율 향상이 요구된다.

플라스틱엔 ‘다른 형태의 화석연료’라는 별칭이 있다. 그만큼 플라스틱이 야기한 환경오염 문제가 많다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에 의한 해양오염, 또 이에 따른 해양생물의 떼죽음 등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대표적인 플라스틱의 폐해인데,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생물에만 해를 끼치는 게 아니다. 인간이 마시는 물, 인간이 먹는 해양생물 등에 미세 플라스틱이 섞일 수밖에 없는 만큼 미세 플라스틱은 인간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플라스틱 순환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이유다.

플라스틱 문제 해결은 국제적 의미도 크다. 앞서 언급했듯 유럽 여러 국가들은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사용 규제를 위한 지침 제정안을 발효하거나 논의 중에 있다. 플라스틱 순환에 대한 문제의식이 국제적으로 크다는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국제적 레드존(Red Zone)으로 낙인찍혀 수출·수입 등에 대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인 만큼 그 불이익이 한국 경제에 끼칠 영향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pexels

플라스틱 분류·선별 체계화 필요해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총생산량은 17,501kton에 달한다. 특히 이 중 50% 이상은 국외로 수출된다. 소비량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총 6,952kton의 합성수지를 소비했다. 1인당 135kg의 플라스틱을 이용한 셈이다. 플라스틱은 주로 포장재(46%), 건축 및 건설(17%), 생활용품(15%) 등에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장재 및 전자·전기 제품으로 인한 플라스틱 소비는 2017~2019년 사이 급격히 증가했다. 포장재의 주요 성분인 폴리에틸렌(PE)과 전자·전기 제품의 주요 성분인 폴리프로필렌(PP)의 폐기량은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여전히 종량제로 배출되는 포장재의 대부분은 매립 또는 소각 처리되고 있다. 종량제로 배출되는 폐플라스틱의 분류와 선별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폐기물 재자원화 이전에 생산 단계 또는 분리배출 단계에서 재자원화의 효율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플라스틱 순환, 국제적 차원의 ‘핵심 분야’

플라스틱 순환 문제는 자원순환 분야에서 국제적인 핵심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유럽과 일본 등 국가가 주도적으로 화학적 재활용 기술 개발을 이뤄내고 있다. 현재는 석유계 플라스틱 순환의 화학적 재활용 기술 개발 및 상용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바이오 플라스틱 순환 기술 개발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플라스틱 재생원료화에 필요한 물질을 수거·선별하는 자동화 로봇 개발 △플라스틱의 화학적·생물학적 재활용 기술 △재생원료 분리 및 정제 기술 개발 등이 병행되고 있다. 앞으로 플라스틱 순환 사업에 대한 여러 신산업이 창출되며 기존의 자원순환 산업의 규모는 지금의 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국제적 흐름에 탑승해 관련 기술 개발에 열중하는 추세다. 국내에선 플라스틱의 기계적 재활용 고도화, 열분해, 해중합, 생물학적 재활용 기술 등에 대한 산업계 상용화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다만 현재 한국은 플라스틱 관련 기술 선진국에 비해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연구 환경상 열위에 있어 연구진들이 기술 개발에 활기를 띠기 어려운 상황이다. 차후 기술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전략적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적 시나리오 대비 전환율 1/2 수준인 韓, “이대로는 위험해”

이런 가운데 국회미래연구원은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순환 경제를 시나리오화해 향후 전망을 추정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우선 시나리오를 △BAU(Business as usual) 시나리오 △전환동력 시나리오 △To-be 시나리오 △미래전략 시나리오 △지표 밖 영향 시나리오 등으로 구분했다. BAU 시나리오는 별도의 개선 노력 없이 현재 추세가 지속되는 시나리오이며, 전환동력 시나리오는 순환 경제를 촉진하는 전환동력에 기반해 K-순환 경제 이행전략으로써 플라스틱 전량이 재생자원화되는 시나리오다.

To-be 시나리오는 전환동력 외 정책적 노력 등 미래전략이 투입돼 최대 성과에 도달하는 시나리오이며, 미래전략 시나리오는 BAU 경로에서 벗어나 바람직한 To-be 시나리오에 도달할 수 있도록 기술혁신을 일으키는 시나리오다. 지표 밖 영향 시나리오에선 앞서 언급한 미래전략이 적용된 결과 바람직한 시나리오에 도달함에 따라 환경·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플라스틱 전주기 상의 물질흐름을 분석한 결과, BAU 시나리오에서 플라스틱의 순환이용률(폐플라스틱 발생량 중 재자원화 시설에 투입된 양)은 56%, 재생자원 전환율(폐플라스틱 발생량 중 재생원료로 전환된 양)은 48%로 나타났다. 전환동력 시나리오에선 순환이용률 76%, 재생자원 전환율 59%로 나타났으며, To-be 최적 시나리오에선 순환이용률 95%, 재생자원 전환율 81%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현 상황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경우 최적 시나리오에 비해 순환이용률 및 재생자원 전환율이 약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단 의미다.

가정에서 플라스틱을 분리배출한다 해서 모든 플라스틱이 순환되진 않는다. 플라스틱엔 PP, PE, PET, PS, PVC, 우레탄 등 다양한 종류가 있고, 하나의 제품이 꼭 하나의 재질로 되어 있으리란 법도 없다. 특히 플라스틱은 식품이나 여타 이물질로 오염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복잡한 플라스틱의 재질, 종류, 첨가제, 이물질 등을 모두 고려해 재생원료로 생산하는 건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 그러나 플라스틱을 그대로 소각하는 과정에서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결국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고, 매립되는 플라스틱은 그대로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우리 몸에 다시 들어온다. 플라스틱 순환 문제는 국제적 이슈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꼭 논의되어야 할 논제다. 계획 없는 자에게 미래는 찾아오지 않는 법,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는 결국 우리 미래의 생활방식을 결정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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