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영국·미국 의회의 ‘전원위원회’ 제도

영국·미국 ‘전원위원회’, 실제 운영사례 비교 시 공통점보단 차이점 두드러져 영국에선 ‘위원회 심사단계’에 속하는 한편, 미국에선 ‘본회의’ 단계에 속해 입법처 “국민 삶에 지대한 영향 미치는 법안은 전원위원회 심사대상에 포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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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10일(오늘)부터 나흘간 전원위원회를 개최해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열띤 토론을 벌인다. 이번 전원위원회는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해 19년 만에 개회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영국 의회와 미국 의회의 전원위원회 제도」를 다룬 『외국 입법·정책분석』을 발간해 영국과 미국의 전원위원회제도를 비교·분석하고, 우리 국회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했다.

위원회 심사단계에 속하는 영국 전원위원회 제도

영국 의회와 미국 의회는 전원위원회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제도의 기원은 17세기 영국 의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17세기 스튜어트 왕조 시대까지 조세와 재정문제를 둘러싸고 주기적으로 충돌했던 국왕과 의회는 18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대부분의 법안이 대위원회에 회부되어 심사되는 것이 일반화됐다. 이후 18세기 후반에 접어들어 이러한 제도적 발전이 법안심사를 위한 효율적인 방안으로 입증됨에 따라 재정관련 법안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발전했다.

영국 의회는 본회의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이는 법안의 기본내용과 방향이 본회의 독회와 토론과정에서 결정됨을 의미한다. 입법과정은 크게 다섯 단계(제1독회 →제2독회→위원회 심사→본회의 보고→제3독회)로 구분되며, 이때 영국의 전원위원회는 입법 과정상 위원회 심사단계에 해당한다.

전원위원회 심사에선 헌법상 중요성이 있는 법안이나 내각이 신속입법을 추진하는 법안, 재정법안 등 특정한 범주의 법안이 심사된다. 이때 전원위원회 심사 결과는 본회의 보고단계에서 수정될 수 있다. 이는 하원 입법과정에서 법안수정이 가능한 마지막 단계로, 수정 단계에서의 토론은 축조 심사된 조문 전체보다는 매우 짧고 형식적인 토론으로 제한적이다.

아울러 특정 범주의 법안은 공법안위원회 대신 전원위원회에서 심사된다. 법안을 전원위원회에서 심사하기로 결정되면 제2독회 이후 본회의는 바로 전원위원회로 전환되는 식이다. 전원위원회 심사대상 법안으로는 헌법적 중요성을 가지거나, 긴급히 입법이 필요하거나, 내각이 신속히 통과시키고자 하는 법안 등이 주로 포함된다.

축소된 본회의로 불리는 미국 전원위원회 제도

미국의 경우 식민지 의회 시기부터 전원위원회 제도가 존재했다. 다른 의회제도와 마찬가지로 전원위원회 제도 또한 의회제도의 모국인 영국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지만, 미국의 전원위원회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발전되어 왔다.

미국 하원의 전원위원회는 ‘축소된 본회의’, ‘변형된 본회의’로 불리는 만큼 건국 초기와 달리 꽤 자유롭게 운영되고 있다. 관련한 제약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원 본회의에 적용되는 의사규칙보다는 훨씬 유연한 규칙들이 적용되고 있다. 이는 하원의 입법과정이 435인이라는 전체 의원 규모와 방대한 심사대상 법안 등 시간적 압박 하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유연한 의사규칙을 채택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법안을 심사하기 위한 제도적 성격이 강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미국의 전원위원회는 본회의에 비해 완화된 의사정족수와 의결정족수 하에서 법안을 심사한다. 또 상임위원회가 보고한 법안에 대한 토론과 수정이 전원위원회의 주된 기능이며, 전원위원회가 보고하지 않은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심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진=미국 의회

이름만 빼고 다른 양국의 전원위원회

영국 의회와 미국 의회 모두 ‘전원위원회’라는 동일한 이름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로 운영사례를 비교하면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본회의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 의회에서 전원위원회는 위원회 심사단계에 해당하는 반면, 미국 하원의 입법과정에서 전원위원회는 본회의 단계에 해당한다.

영국의 경우 헌법적 중요성을 갖는 법안이나 긴급입법이 필요한 법안 등 특정 범주의 법안만이 전원위원회에서 심사되는 만큼 전원위원회 심사를 거치지 않는 법안도 많지만,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법안이 전원위원회에서 논의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영국의 경우 본회의에서 전원위원회 심사 결과에 대한 수정이 가능하지만, 미국의 경우 본회의에서는 전원위원회에서 보고한 수정안만 심사가 가능하다는 점도 큰 차이점이다.

그러나 미국 하원도 반드시 전원위원회에서 먼저 논의하도록 하고 있는 안건들은 영국의 전원위원회 심사대상 안건과 공통점을 갖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국 의회 공통으로 세입·세출 등 조세 및 재정법안을 전원위원회 심사대상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는 양국이 해당 안건이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최대한 많은 의원이 출석해 자유롭게 토론한 후 결정되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조세 및 재정문제는 의회제도의 필요성과 관련된 중요한 이슈일 뿐만 아니라 납세자인 국민의 대표로서 의원들 간에 충분한 토론을 거쳐 결정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우리 국회도 이러한 전원위원회의 제도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여야 모두 정쟁보다는 초당적 협력을 통한 합의 문화를 구축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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