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국의 바시 해협 봉쇄, 한국 자원 수입로 끊길 시 대안 있나?

중국의 대만 포위 작전, 한국 물동 99.9% 달린 바시 해협도 포함돼 제주 강정 해군기지가 중국 동부 해안 견제에 쓰일 수 있어 무기 구매보다 더 효과적인 해군기지 설비 확충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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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의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에서 회동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로이터

지난 9일 대만 차이잉원 총통이 미국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미국에서 회동을 진행하자 중국은 즉각 대만 인근 해역에서 무력 과시를 시작했다.

중국-대만 사이의 양안이 아니라 대만과 필리핀이 태평양을 끼고 있는 바시 해협이 주요 무력시위성 훈련장이었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기습적으로 대만 방문을 감행했을 때도 역시 중국은 해군 구축함을 동원해 바시 해협에서 사격 훈련을 진행했었다. 당시 동원했던 055형 구축함은 아시아 최대 구축함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한 함정 중 하나인 동시에 미 항공모함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소수의 구축함으로 분류된다.

바시 해협 봉쇄 훈련, 한국에 주는 의미는?

군사 전문가들은 대만, 필리핀, 오키나와 사이를 가르는 바시 해협이 국내에 들어오는 해상 운송의 99.9%가 지나는 구간인 만큼, 바시 해협이 중국에 의해 막히면 원유 수입을 비롯한 주요 자원 수송이 완전히 차단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으려 항공모함을 배치해 놓았는데, 이러한 현재의 세력 균형이 붕괴되면 자원 수송 문제로 당장 한국 경제가 치명타를 입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9일 대만-미국 간의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J-10, J-11, J-16 등의 중국 전투기와 공중급유기, H-6K 폭격기, KJ-500 조기 경보기 등 군용 항공기 71대와 함정 9척이 대만 섬 주변에서 탐지됐다. 그중 군용기 45대는 양안 중간선을 넘어 대만 공역에 진입하기도 했다. 대만 해역이 장악될 경우 바시 해협이 중국의 항행권역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은 상식적인 결론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훈련은 사실상 대만 포위 실전을 방불케 했을 만큼 실전에 가까웠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군사과학원의 자오샤오줘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이번 훈련은 군대의 모든 전력이 참여한 전군·전 병종의 연합 훈련이었으며, 모든 무기가 실탄을 장전하고, 순찰용 함정의 경우 레이더를 켜는 등 실전 지향 훈련이었다”고 했다. 중국은 이번 무력시위에서 정보망 장악에도 집중했다. 자오 연구원은 “대만군의 모든 레이더 기지와 미사일 방어 기지를 제압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게 만드는 훈련을 진행했다”고 했다.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방문 때는 대만 고립이 목적인 훈련으로 보였으나, 이번 훈련은 대만 봉쇄를 넘어 대만 공격을 상정한 훈련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목숨줄, 한국 군사력은 어디까지 가 있나?

군사 전문가들은 양안 전쟁 발발 시 미국 항공모함의 진출 여부와 관계없이 바시 해협은 사실상 항행 불능 지역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중국이 압도적으로 밀리지 않는 이상 양안 일대에서 양측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포격전을 이어가는 동안 인근 해역에서도 군사 작전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양안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남방 해역 전체를 관할할 수 있는 제주도 기반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설비를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발해만에서 상해 일대에 주둔하고 있는 중국의 해군 병력이 남하할 경우 제주 남쪽에 있는 기지에서 직접 요격도 가능한 만큼, 제주의 해군기지는 중국과의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데 필수적인 군사 요소라는 의견이다.

지난 2010년 착공에 앞서 ‘해적기지’ 등의 비난이 일기도 했으나, 2016년 2월 준공 후 현재는 해군 함정 20여 척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의 해군기지가 설치되어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당시 인근의 강정마을 관계자들 및 환경단체들과 합의점을 찾았다면 지금보다 더 기능적으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군사 기지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었다며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지중해 몰타 기지로 본 해군기지의 힘

외교가 관계자들은 영국이 지중해를 안방처럼 쓸 수 있었던 이유로 지중해 초입에 있는 영국령 지브롤터, 지중해 남쪽에 있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그리고 한가운데에 위치한 몰타섬의 해군기지를 꼽는다. 영국 해군은 2차 대전기에 지중해를 ‘영국의 욕조’로 부르기도 했다.

전쟁 이후 몰타섬은 사용료 협상을 앞두고 영국으로부터 사용료를 더 높게 받기 위해 레버리지(지렛대)를 이용한 전략을 썼고, 몰타섬이 러시아와 사용권 협상을 맺는 것처럼 알려지자 영국은 서둘러 비싼 가격에 몰타 기지 사용료 협상에 서명한다. 러시아의 흑해 함대를 터키와 그리스 해역에서 막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몰타 기지를 잃게 되면 사실상 지중해를 반분한 상태에서 러시아와 각축전을 벌여야 했기 때문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만을 ‘육지형 항공모함’이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주도도 중·일을 견제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천혜의 요충지라고 강조하면서, 중국이 바시 해협에서 한국의 물류를 차단할 경우 위치상 중국 동부 해안가 전체 물동을 완전히 틀어막을 수 있는 제주 해군기지를 군사적 위협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전략적 협상에 나서야 하며, 이에 대비해 군사력 또한 보강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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