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털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 정부가 관리하면 더 공정해질까?
포털 제평위 신문법으로 규제하자는 법안 발의 네이버·카카오 규제 못 믿겠다고 정권에 권한 넘기게 되는 꼴 민간 서비스인 만큼 민간에서 효율적인 규제 방법 찾아야
김승수 의원을 비롯한 11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4일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놨다. 핵심 요지는 포털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를 법제화해서 정부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사안은 지난해 3월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간 네이버·카카오 양사의 포털 서비스 외에는 뉴스 유통 채널이 사실상 막혀 있었던 터라 언론사들의 불만뿐만 아니라 ‘언론을 타지 못하는’ 관계자들의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다.
정부가 관리하면 더 공정할까?
김 의원 등은 포털 서비스들이 시행령으로 정한 기관·단체의 추천을 받아 독자를 대표하는 위원회에서 기사 배열 기준 등을 심의하도록 기존의 신문법을 개선할 것을 촉구한다.
문제는 시행령으로 정한 기관·단체다. 시행령은 대통령이 정하고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공표된다. 법률 시스템 구조적으로 법 안에 세부 조항을 만들 수 없어 시행령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이 시의적절하게 규정을 조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지만, 자칫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 관계자들의 이익 요구가 직접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 수사 권한 제한 법안 폐지를 위해 국회 절차를 밟으려다 국회 의석수로 더불어민주당에 밀려 어려움을 겪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의한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수원복’을 만들어 낸 바 있다. 어떤 법안이 옳았는지 따져보는 것은 차치하고서, 이는 국회 권력과 행정부 권력이 첨예하게 맞붙은 사건이며 나아가 행정부가 국회의 권력을 어떻게 억제하고 행정부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다.
김 의원 등이 내놓은 법률안을 따를 경우 대통령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기관·단체를 추천해 ‘인터넷뉴스진흥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잘못된 선정에 국민 여론이 들끓을 수는 있겠으나, 지정된 기관·단체는 여론을 신경 쓰기보다는 주어진 ‘권력’을 선출해 준 ‘대통령’의 의지에 맞춰 권한을 휘두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포털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의 장점과 한계
뉴스 유통이 종이 신문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사실상 포털이 뉴스 유통의 독점적인 채널이 됐다. 이용자가 다른 플랫폼으로 떠나지 않도록 뉴스를 활용하는 포털들의 운영 전략에 언론사들이 반기를 들었고, 언론사들의 불만을 잠재우고자 지난 2015년부터 포털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가 설립됐다. 초기 부침을 겪기도 했으나 곧 자리를 잡았고, 1, 2, 3단계로 나눠진 제휴 심사는 지난 8년간 대부분의 언론사들에게 넘어야 하는 벽으로 인식될 만큼 도전적인 과제가 되었다.
AP신문에 따르면 국내 각 지자체에 등록된 10,000여 개의 언론사 중 가장 낮은 단계인 1단계 검색 제휴 심사에 통과된 언론사는 지난 2월 발표된 최근 평가를 포함 961개다. 2단계인 스탠드 제휴, 3단계인 콘텐츠 제휴를 맺은 언론사들은 더 높은 조건을 통과해야 하는데, 3단계를 통과한 언론사는 지난 8년간 8개 언론사뿐이다. 그 중 ‘뉴스타파’ 등 사회적 영향력을 갖춘 기자 인력이 모인 기관이나 ‘동아사이언스’ 등 주요 언론사의 자회사를 제외하면 3단계 심사를 통과한 언론사는 ‘비즈워치(전 비즈니스워치)’, ‘더스쿠프’, ‘농민신문’ 등에 불과하다.
제평위의 포털 제휴 심사는 심사 통과가 어려운 데다 정량 평가보다 정성 평가 비중이 대단히 높아 ‘바늘구멍’ 같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으나, 신문업계 관계자들은 제평위의 국내 언론 품질을 개선하겠다는 대의가 포털 뉴스를 새로운 채널로써 자리매김하게 했다는 것에는 공감을 표한다.
코로나 발발 이후 지난 2년 반 동안 제휴 심사에 도전하는 언론사들 몇 군데를 돌면서 함께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전직 2단계 스탠드 제휴사 기자는 “기사 몇 개 읽어보기 전에 몇 점 받을 수 있는지 대충 알 수 있다”며 “심사관들이 바빠서 제대로 볼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기는 하지만, 통과된 언론사들의 기사 품질은 통과되지 못한 언론사들보다 분명히 나은 것이 사실”이라는 평을 내놓는다. 일부 언론사들이 1단계 검색 제휴 통과 기준인 60점의 경계선에서 아까운 차이로 탈락하거나 조금 더 점수를 받고 통과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어 경계선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나, 70점대인 스탠드 제휴, 80점대인 콘텐츠 제휴가 된 언론사들의 품질은 기성 언론사들보다 높은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민간 제평위가 독자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기사 배열 문제로 카카오는 제평위 탈퇴를 고려할 만큼 뉴스 서비스 자체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는 상태고, 네이버의 경우 시스템을 왜곡하려는 댓글 부대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선거철마다 시스템을 조금씩 변경해왔다. 최근 들어서는 양사 모두 당사의 기사 배열은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특정 정치집단 및 기업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네이버에서 뉴스 검색을 하지 않은지 5년도 넘었다는 한 IT 개발자는 “심지어 한국 뉴스도 구글 검색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나 기업들이 네이버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먼저 구글, 빙 같은 해외 검색 엔진을 쓰면 되지 않나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국인들 대다수가 네이버, 카카오가 만들어낸 인터넷 트래픽을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면서 정작 시스템 운영자들에게 불평을 내뱉고 있다는 것이다.
제휴 2단계에서 3년째 3단계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언론사 출신의 관계자는 “통과되지 못하니 괴로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민간 기업이 민간에서 시스템을 만들어서 개선하겠다는데 왜 정부가 이 주제에 개입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놨다. 일부 의혹 섞인 언론사들이 1단계 검색 제휴 심사를 종종 통과해 논란이 되기도 하고, 3단계였던 연합뉴스가 규정을 어겼음에도 법원의 집행정지 명령으로 처벌을 피하는 것을 봤을 때, 정부가 개입하여 막강한 기존 언론에 비해 힘이 약한 민간 기관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겠지만 정부 개입은 필연적으로 지금보다 더 큰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언론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심사 통과가 매우 어려운 것에 대해 불만이 많은 편이지만, 덕분에 2010년대 초까지 ‘기레기’ 등의 비속어로 대표되는 품질 낮은 기사가 인터넷상에 뿌려졌던 것을 차단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음은 인정한다. 매년 2차례 심사 예정 발표가 있기 전이면 일부 기자들이 모여 심사 대상인 과거 1년 치 기사들을 점검하고 서류 지원을 하는 경우도 많다. 품질이 통과의 기준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3년째 1단계 검색 제휴 심사에 도전 중인 한 인터넷 언론사 관계자는 “자세하게 왜 떨어졌는지 심사 내용을 볼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계속 떨어지며 합격하는 언론사와 우리 사이의 품질 격차를 조금씩 인지하고 있다”며 “제평위 심사위원들에게 각종 뇌물·향응을 제공한다는 소문이 돌기는 하지만, 실제 통과된 매체와 우리와의 격차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정부가 개입해서 자칫 언론 독재로 흘러가고 있으면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사람들도 생길 것”이라며 “민간 기업의 시스템인 만큼 민간이 적절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