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파이 줄어드는데, 정작 재정추계위는 ‘낙관’하기만
재정추계전문위, 시나리오별 국민연금 소진 시점 추정 “국민연금 추계위, 상황 너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듯” 기금투자수익률·경제성장률 모두↓, “우리나라의 현실”
국민연금이 지난달 31일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현 제도를 유지할 경우 적립기금은 2040년까지 증가해 최대 1,755조원에 이를 것이며, 기금 유지는 2055년까지 이뤄질 것으로 추정했다. 국민연금은 이번 재정추계에서 지난 1월 발표된 기본 가정에 기반한 재정추계 시산결과를 확정했고, 이에 더해 기본 가정 이외 다양한 미래 상황을 고려한 시나리오별 민감도 분석 결과를 추가했다.
기본 가정 시 기금 소진 시점 2055년, 수지적자 시점은 2041년
재정추계전문위원회(이하 재정추계전문위)는 차후 70년 장기추계에 따라 다양한 미래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8가지 미래 시나리오를 설정했으며, 시나리오별 민감도를 분석해 결과값을 발표했다. 조합 시나리오는 통계청 인구 시나리오 중 고위, 저위, 초저출산율(코로나19 장기 영향), 출산율 OECD 평균에 경제변수를 조합한 시나리오와 기본 가정(인구중위)에 경제 낙관, 비관을 조합한 시나리오 등 모두 6가지로 설정됐다.
우선 기본 가정(중위중립, ~1.21명) 시나리오의 경우 수지적자(지출이 수입을 상회함) 시점은 2041년, 기금 소진 시점은 2055년이다. 이 경우 노인부양비는 2093년 기준 92.8%, 부과방식비용률(그해 보험료 수입만으로 지출을 충당할 경우 필요한 보험료율)은 29.7%, GDP 대비 급여지출은 8.8%로 예측됐다.
이외 인구 시나리오를 저위중립(~1.02명), 고위중립(~1.40명), 초저출산율(0.98명), OECD 평균 출산율로 바라볼 경우 수지적자 시점은 2041년으로 모두 같았다. 예외로 인구 시나리오를 중위비관, 중위낙관으로 바라볼 경우 수지적자 시점은 각각 2040년, 2042년으로 예측됐다.
기금 소진 시점은 저위중립, 중위비관, 초저출산율, OECD 평균 출산율 시나리오에서 모두 2055년으로 예측됐다. 다만 기금 소진 정도는 각기 달랐는데, 각각 저위중립 -132조원, 중위비관 -121조원, 초저출산율 -207조원, OECD 평균 출산율 -14조원으로 예측됐다. 이외 중위낙관·고위중립 시나리오는 모두 기금 소진 시점이 2056년인 것으로 예측됐으며, 기금 소진 정도는 각각 -259조원, -209조원이었다.
이 같은 재정추계전문위의 민감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인구 및 경제변수의 변화 조합은 비교적 단기인 기금 소진 시점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았다. 경제변수를 낙관적으로 전망할 경우 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총액이 증가해 기금 소진 연도가 1년 늦춰지고 부과방식비용률이 29.7%에서 27.4%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정도였다.
늘어나는 노령인구, 정작 생산연령인구는 줄어들기만
다만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 저출산 및 고령화 심화와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국민연금의 수지적자 시점은 지난 4차 재정계산 대비 1년, 기금 소진 시점은 2년 당겨져 각각 2041년, 2055년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최대적립기금 시점과 규모도 2014년 1,778조원에서 2040년 1,755조원으로 줄었다. 또한 인구변수 시나리오의 경우 출산율 변동에 따른 노인부양비 변화에 극심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부양비의 변화는 부과방식비용률에 영향을 미치는데, 출산율이 낮아지면 노인부양비가 커지니 이에 따라 부과방식비용률도 자연스럽게 오르는 것이다.
노인부양비란 15~64세 생산연령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을 의미한다. 그런데 재정추계전문위가 내놓은 시나리오를 그대로 따라갈 경우 우리나라의 노인부양비는 2070년대에 들어서면 100%를 넘어선다. 노령인구가 생산연령인구보다 더 많아짐으로써 생산연령인구의 부양 부담이 배로 늘어나게 된다는 의미다.
인구 시나리오의 전제를 기본 가정으로 둘 경우 2070년대 노인부양비는 무려 104.4%다. 이외 시나리오의 경우에도 저위중립 115.0%, 중위비관 104.4%, 중위낙관 104.4%, 초저출산율 전제로는 129.1%의 노인부양비가 추정됐다. 고위중립과 출산율 OECD 평균 시나리오의 경우 각각 95.9%와 96.5%로 100%를 넘지 않았으나 이 또한 결코 적다고 볼 수는 없는 수치다.
“재정추계전문위 시나리오, 너무 비현실적이다”
개별 시나리오에 따른 적립기금 소진 추정 시점도 대체로 2055년으로 같았다. 기금투자수익률 가정을 ±0.5%p 범위에서 변화시킬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이 2년 늦춰지거나 1년 앞당겨지는 것으로 나타나는 정도였다. 임금상승률 가정을 ±0.4% 범위에서 변화시키자 부과방식비용에 영향이 미치긴 했지만, 임금상승률 범위의 차이로 수지적자 시점 및 기금 소진 시점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기진 않았다. 여기서 기금투자수익률 및 임금상승률 가정에 따른 개별 시나리오의 기본 가정은 각각 기간 평균 4.5%, 3.7%를 기준으로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각에선 기금투자수익률 기본 가정을 4.5%, 임금상승률 기본 가정을 3.7%로 잡은 게 말이 되냐며, 이 같은 시나리오 설정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2022년 국민연금 기금 운용수익률은 -8.22%였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상황에 기금투자수익률 기본 가정이 어떻게 4.5%일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은 충분히 타당해 보인다.
임금상승률도 마찬가지다. 임금이 제대로 상승하기 위해선 국가의 경제 성장이 우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0%에서 1.7%로 오히려 떨어진 상태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 등 영향으로 주요 국가 성장률 전망치들이 대체로 상향 조정된 와중 우리나라만 하향 조정됐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띈다.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이다.
재정추계전문위가 내놓은 시나리오를 현실적으로 바꿔보면 결국 기금 소진 시점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고령화가 정부나 기성세대의 생각보다 더 심각함을 알리는 경종이다. 혹자는 ‘출산율의 마지막 희망은 90년대생’이라며 ’90년대생에게 모든 걸 맡기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90년대생에겐 그 어떤 책임도, 짐도 있어선 안 된다. 애초에 출산이 책임이 된다면 이란의 피임 불가 정책과 다를 바 없어지는 것 아닌가. 줄어드는 국민연금에 조급해지는 건 사실이다. 국민연금 자체가 국가 차원의 폰지사기라며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절대 적지 않다. 재정의 올바른 운용이 필요한 시기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시국에도 관련 재정을 ‘뿌리기식’으로 밖에 운용하지 못한다면 정부는 그 무능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꼴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