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처치 곤란 ‘폐현수막’으로 재생 페트병 만든다 “탄소중립 실현될까”

서울시 폐현수막 14톤 SK지오센트릭에 제공, 산업원료 재활용 여부 검증 폐현수막 재활용 방식, 태워서 열에너지로 전환하거나 생활용품 제작 대선, 지방선거 이후 버려진 폐현수막만 24만 장, 재활용은 24.6%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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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미관을 해치고 차량과 보행자 통행 안전에 위협을 끼치는 등 현수막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시각적 공해를 넘어 폐기에 따른 환경 오염 등으로 인해 폐현수막 처리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서울시가 SK지오센트릭과 함께 버려진 현수막을 산업 원료로 재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의 일환이다.

이번 협력으로 서울시는 지방선거 이후 수거해 보관 중인 폐현수막 5,000장(약 3톤)과 자치구가 보관하고 있는 1만9,000장(약 11톤)을 SK지오센트릭에 제공하고, SK지오센트릭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이용해 섬유와 페트병 등 산업원료 재활용 여부를 검증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폐현수막 2만4,000장을 재활용할 경우 온실가스를 9톤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화학적 재활용’은 폐페트(Waste PET)를 원료물질 등으로 분해·정제한 후 불순물을 제거한 정제된 원료(단량체)로부터 다시 재합성해 처음 생산한 플라스틱과 유사한 품질의 재생페트(rPET)를 생산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 방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폐현수막은 대부분 플라스틱 합성섬유로 구성돼 있어 화학적 재활용 원료로 사용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서울시는 새활용 기업과 연계해 폐현수막을 가방, 지갑, 파우치 등으로 제작하고, 자치구와 함께 공공 재활용품 수거 마대, 모래주머니 등으로 제작해 나갈 예정이다. 최철웅 서울시 자원순환과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폐현수막의 재활용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서울시는 앞으로도 다양한 기업, 기관과 함께 자원을 더욱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 정제된 원료(단량체), 오른쪽 재생페트(rPET)/사진=서울시

폐현수막 재활용, 모두 생활 용품 제작에 그쳐

폐현수막의 재활용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태워서 열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식과 생활 용품으로 탈바꿈시키는 업사이클링 방식이다. 그러나 폴리에스테르 등 플라스틱 계열 화학섬유 만들어진 현수막은 소각 과정에서 다이옥신, 1급 발암물질 등을 대기로 배출한다. 매립도 마찬가지다. 화학섬유의 특성상 잘 썩지 않는 데다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하는 탓에 토양을 오염시킨다.

그간 처치 곤란 쓰레기로 치부되어 오던 폐현수막 해결에 손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 농사용 가림막이나 장바구니, 폐기물 마대 등으로 활용할 것을 장려하며 폐현수막을 무료로 배부했으며, 성남시도 폐현수막을 사회적 기업에 의뢰해 폐기물 마대로 제작하도록 하고, 제작한 마대는 성남시가 전량 구입해 환경 정비용으로 쓰기도 했다. 아울러 광주시에서도 폐현수막을 광주북구일터지역자활센터로 보내 건설 현장 안전로프, 등산로 안내 밧줄, 어가 양식용 밧줄이나 마대로 제작하고 있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폐현수막 재활용에 나섰다. CU는 편의점 5대 행사에서 사용했던 폐현수막을 활용해 굿즈로 만드는 업사이클링 프로세스를 시범 도입하고, 업사이클링 전문기업 ‘큐클리프’와 손잡고 행사에 사용되는 현수막을 가방 등으로 만드는 한편, 현수막 제작 단계부터 폐페트병에서 뽑은 재활용 섬유인 리젠(regen)으로 만든 현수막을 새롭게 도입했다. 이어 롯데홈쇼핑도 서울 남산도서관 옥외 공간에 폐현수막을 포함한 업사이클링 자재를 활용해 친환경 독서 공간을 조성하기도 했다.

정부도 지난해 3월 폐현수막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고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기 위해 ‘폐현수막 재활용 지원사업’을 추진하며 22개 지자체를 선정하고 1억5,699만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역시 에코백, 농사용 천막, 생활용품 제작 등에 그쳤을 뿐 화학적 재활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폐현수막을 활용해 환경 정비용 마대를 만들고 있다/사진=성남시

실제 재활용되는 현수막은 30%에 불과, 현수막 없애자는 목소리도

지난해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버려진 폐현수막 양은 상상을 초월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현수막은 약 24만3,282장에 달했다. 이 가운데 대선 기간에 사용된 현수막만 10만5,090장에 육박한다. 이에 반해 재활용 규모는 턱없이 작다. 환경부에 따르면 대선 기간 발생한 폐현수막의 재활용은 24.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4.9%는 매립됐거나 창고에 보관 중이며 50.5%는 소각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도 매년 쏟아지는 현수막 가운데 실제 재활용되는 규모는 30.2%로,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률 44%보다도 낮은 수치다. 매립과 소각으로 인한 환경오염도 문제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특히 현수막 소각에는 톤당 15만~30만원의 비용이 부과된다. 모두 국민 세금이다.

일각에서는 현수막 자체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022년 기준 한국 성인 스마트폰 사용률이 97%에 달하는 만큼 현수막을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는 시대는 저물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옥외광고물법을 재개정하고, 정당에 현수막 사용 자제와 함께 재활용 관련 비용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홍보 수단으로 현수막을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맞다”며 “현재 시행되는 옥외광고물법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국제적인 움직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수막이 아니고서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현수막을 아예 없애는 것보다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더욱 고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황이 이런 만큼 이번 화학적 재활용 기술에 거는 기대가 크다. 폐현수막을 활용해 섬유나 페트병을 생산할 경우 환경 오염을 줄이는 것은 물론 새로운 제품을 제작하는 것보다 에너지와 비용 면에서도 크게 절약되는 만큼 그간 골칫거리로 전락한 폐현수막 처리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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