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상태 심각한 北, 김정은 ‘리더십 위기’→’외교적 기회’로 치환해야

北 김정은, 제7차 전원회의 열고 식량난 타개책 논의 金 총비서 ‘농촌혁명강령’ 실현, 사실상 ‘대실패’ 北의 위기는 韓의 기회, “여유롭지 않아도 놓쳐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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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023년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제8기 제7차 전원회의(이하 제7차 전원회의)를 개최해 최근 악화된 식량난 타개책을 논의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제7차 전원회의의 첫 의제로 ‘농촌혁명강령실현’을 채택, 국정운영에 있어 식량 생산량 증대가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되었음을 알렸다. 북한은 올해 6월 ‘밀·보리 등 봄 작물 생산량 증대’에 국가적 역량을 결집할 계획이다. 식량난으로 인해 사실상 김 총비서의 리더십에 ‘구멍’이 뚫린 상황, 우리는 이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

北 기아 상태 매우 심각해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올해 북한 식량작물 생산량 추정치’에 따르면, 북한의 2022년 식량작물 생산량은 총 451만 톤이다. 이는 2021년 동기 대비 약 18만 톤, 즉 3.1% 감소한 규모다.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감소한 주된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해 파종기의 가뭄과 성숙기의 집중호우 반복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기아 상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아일랜드의 인도주의 단체 ‘컨선월드와이드’와 독일의 ‘세계기아원조’가 공동 발표한 ‘2022 세계기아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기아지수는 100점 만점에 24.9점이었다. 세계기아지수는 각국의 전체 인구의 영양부족 비율과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 저체중과 발육부진 비율 등을 종합해 1점에서 100점까지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산출되는데, 50점 이상은 ‘극히 위험’, 35점에서 49.9점 사이는 ‘위험’, 20점에서 34.9점은 ‘심각’, 10점에서 19.9점 사이는 ‘보통’, 10점 미만은 ‘낮음’ 등 5단계로 분류된다.

즉 해당 보고서에서 북한은 기아 상황이 ‘위험’하거나 ‘심각’한 44개국 중 하나로 분류된 것이다. 지난 2000년 39.5점까지 올라갔던 북한의 기아지수는 2007년 29.6점, 2014년 27.5점 등으로 점차 낮아졌다. 특히 지난 2019년에서 2021년 사이 북한의 영양부족 인구는 전체 주민의 41.6%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김정은, ‘리더십’ 잃을 위기 처했다

김 총비서가 내놓은 2022년도 식량 생산 부진 원인은 ‘내적 요인’이었다. 환경 등 영향이 아니라 북한 내부적인 문제가 식량 생산 부진을 일으켰단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총비서는 “농업 발전에 부정적 작용을 하는 내적 요인들을 제때 찾아내 해소해야 한다”며 “당 농업부장과 내각 농업위원장은 농업지도를 잘못한 데 대해 자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비서는 이번 제7차 전원회의에서 올해 농사의 당면 과업과 목표를 식량 생산량 목표를 달성하는 데 두도록 했다. 2022년 ‘농촌혁명강령실현’ 첫해의 식량 생산량 성과가 좋지 않았음을 인식한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비서가 농업 생산량 증대를 위해 가장 강조한 건 오는 6월 수확을 앞둔 밀과 보리 등 봄 작물 농사다. 김 총비서가 밀·보리 농사의 중요성으로 대대적으로 강조한 건 이것이 농업 생산량 증대를 넘어 ‘농촌혁명강령실현’의 성공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선 지난 2022년 김 총비서는 농촌의 발전과 식생활 개선을 위해 식량 생산 작물을 옥수수에서 수요가 급증한 밀과 보리로 전환한 바 있다. 그러나 2022년 당시엔 밀·보리 수확량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가뭄으로 작황이 좋지 못했던 것을 차치하더라도 인력 및 농기계 부족 등의 물리적 이유로 밀·보리 수확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6월 중순이 다 되도록 북한의 밀·보리 수확은 진척이 없었다. 이에 평안남도 각 시·군 농촌경영위원회 위원장들과 농기계공장 지배인들이 긴급회의를 소집해 해결 방안을 논의했으나, 결국 ‘코로나19로 인해 인력과 식량, 자재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는 답 밖에 내놓지 못했다. 김 총비서가 강조한 ‘농촌혁명강령실현’의 대실패 현장이었다. 당초 김 총비서는 2021년 9월 말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전국적으로 밀·보리 파종 면적을 2배 이상 보장할 것”이라며 “수확고를 높여 인민들에게 흰쌀과 밀가루를 보장함으로써 식생활을 문명하게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조건을 지어줄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김 총비서가 역설한 대로 밀·보리 파종 면적은 북한 전국적으로 2021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그러나 종자 부족으로 인해 적기에 파종하지도 못했을뿐더러 가뭄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실제적인 수확량 증가로 이어지진 못했다. 특히 평안남도 대부분 농장에서는 낫을 이용해 사람이 일일이 수확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낫마저도 동원된 인력보다 부족한 것이 북한의 현실이었다. 만일 이번 2023년에도 밀·보리 수확량이 늘지 않을 경우 10년을 목표로 설정한 ‘농촌혁명강령실현’은 그 당위성을 잃고 말 것이다.

쌀 남아도는 韓, 北에 인도적 지원 가능할 듯

김 총비서는 이번 식량난 문제를 자신의 리더십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선 김 총비서가 식량난을 전체의 책임으로 전가하고 있으나, 막상 실체를 파헤쳐 보면 자신의 리더십 부족이 주요인이었음이 금방 들통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이 같은 북한 및 김 총비서의 위기가 역설적으로 우리나라에겐 핵 문제로 막혀 있는 남북 관계의 긴장을 풀 수 있는 새로운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인도적 차원에서 남는 쌀 중 일부인 약 5만 톤을 해외 원조에 사용하고 있다. 만일 여기서 남아도는 쌀 중 일부를 북한에 전달한다면 인도적인 이미지를 북한에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로서도 그리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그만큼 외교적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과 대만 사이의 관계가 악화되며 중국과 북한, 러시아 사이의 밀월 관계가 확인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는 남북 관계를 잘 풀어냄으로써 러시아·중국·북한 및 대만·미국·일본·한국 사이의 패권 싸움에 카드 패 한 장이라도 더 얻어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쌀이 남아도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쌀은 수년째 과잉 공급 상태다. 2021년 쌀 생산량은 388만2,000톤에 달했고, 2022년 쌀 생산량은 전년 대비 3.0% 감소했으나 여전히 376만4,000톤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자랑했다. 특히 이 중 국내에서 소비되지 못하고 남는 쌀은 매년 5.6%(그해 쌀 생산량 대비) 수준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그리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 쌀 시장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빠르게 침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말썽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해 쌀이 수요량 또는 예상 생산량보다 3~5% 이상 더 생산되거나 가격이 5~8%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 전량을 의무수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여당은 잉여 쌀 증가 등의 이유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다만 여유롭지 못하다 해서 외교적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2021~2022년 사이 북한의 대중 곡물 수입량과 비료 수입량은 2018~2019년 대비 90% 가까이 줄었다. 우리와 국제사회의 식량 추정치보다 북한의 식량 사정이 더 녹록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나라가 북한 및 김 총비서에게 보다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시점이란 소리다. 기회는 찾아올 때 붙잡지 않으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법, 이를 정부는 명심해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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