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유입량보다 수거량이 많은, ‘해양쓰레기 네거티브’로의 전환
획기적인 해양쓰레기 저감 대책 필요 → 해수부 독자적 관리체계 마련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수산물 피해는 인간에게까지, 해양관련 사고에도 영향↑ 중앙정부의 적극적 행보 환영, 쓰레기 수거 로봇 등 다양한 기술 활용해야
정부에서 해양환경 보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20일 해양수산부는 ‘제21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해양쓰레기 저감 혁신대책’을 발표했다.
해양쓰레기 단순 수거를 넘어 ‘쓰레기 영향 제로화 바다’로
해양수산부는 그간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법’을 시행해 해양쓰레기에 대한 독자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지난 2021년 5월 ‘제1차 해양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해양쓰레기 중장기 관리 기반을 구축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일상 속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하고 일상 회복과 함께 국내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더욱 획기적인 해양쓰레기 저감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해안가나 섬·테트라포드 설치 구역 등 접근이 어려운 곳에 방치된 쓰레기는 수거하는 일이 쉽지 않아 문제가 크다. 이에 해수부는 대규모 일제 수거와 시설 확충 등을 통해 연간 해양쓰레기 유입량보다 수거량이 많아지는 ‘해양쓰레기 네거티브’를 달성하겠다고 나섰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우선 공간별로 해양쓰레기 상시 수거 체계가 강화된다. 해수부는 수시로 발생하는 해안가 쓰레기의 경우 전담 인력인 바다 환경지킴이를 활용해 수거를 확대하기로 했다. 해수욕장 평가에 해양쓰레기 관련 항목 비중을 높여 감시·관리도 강화하며, 특히 여름철 집중 호우 시에는 항만 청소선과 해경 방제정을 투입해 더욱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다. 도시 주변과 항만 구역의 오염 퇴적물을 정화하고 폐타이어 수거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더불어 해양환경 분야의 환경·사회·투명경영(ESG) 활성화와 연계해 민간 기업과의 협력 모델을 발굴하고, 대국민 홍보 캠페인을 진행해 지역사회, 기업, 일반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한다.
해양쓰레기 관리 사각지대도 차츰 좁혀 나가기로 했다. 해수부는 보전 가치가 있지만 오염이 심각한 섬 지역을 집중 관리 대상으로 삼고 일제 수거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 맞춤형 도서 정화운반선 건조 지원, 친환경 해양폐기물 에너지 자원화 시스템 조성을 통해 도서 지역에서도 적시에 해양쓰레기 수거·처리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해수부-해군-해경 합동 수거 활동을 통해 테트라포드와 같이 접근이 어려운 곳에 방치된 해양쓰레기도 수거할 예정이며, 해양쓰레기 처리 관련 시설을 확충하고 재활용 활성화를 위한 체계도 정비한다. 나아가 전국 주요 어항 안에 해양쓰레기 현장 집하장을 확충하고 권역별로 해양폐기물 재활용 원료 공급 거점이 될 중간 집하장도 설치할 방침이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해양쓰레기 문제는 해양생태계와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악취 등으로 발생하는 민원도 많은 만큼, 이번 대책에 포함된 과제들을 차질 없이 이행해 해양쓰레기 네거티브를 달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해양쓰레기가 일으킬 나비효과, 인간에게 겨누어질 위험
지난 2017년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회원국으로 하는 북서태평양보전실천계획(NOWPAP)은 5대 생태 이슈 중 하나로 해양쓰레기를 꼽았다. 즉 해양쓰레기가 글로벌 화두로 부상하며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전 세계적인 과제로 부각된 것이다.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해양환경 보호 성명서’를 통해 해양쓰레기의 1차 피해는 폐어망이나 낚싯줄에 감겨 죽은 물개, 코에 박힌 빨대로 숨을 못 쉬어 죽은 바다거북 등의 예시처럼 해양생물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또 해양으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이 미세플라스틱으로 재탄생할 경우 수많은 해양생물이 이를 먹이로 오인하여 섭취하고, 몸에 축적되다 결국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해양생물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축적된 미세플라스틱은 결국 수산물을 섭취하는 인간에게도 악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했다.
해양쓰레기로 인해 관광산업에도 피해가 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2011년 폭우 발생 시 낙동강을 통해 바다로 유입된 쓰레기는 거제 해변으로 밀려와 약 290억~37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냈다. 폐그물에 어류가 갇혀 폐사하게 되는 유령어업의 경제적 피해는 연간 어획량의 10%인 3,787억원이며, 선박 운항 중에 부유물 감김으로 인한 연간 안전사고도 전체 사고의 약 11%인 350여 건으로 집계됐다.
해양쓰레기 대책의 좌표, 중앙정부 주도 ‘긍정적’
현실적으로 해양쓰레기는 해류와 바람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적기에 수거하기 굉장히 어렵다. 그러나 수거되지 못한 쓰레기는 해양에 남게 되고 이로 인한 영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 및 심화되어 피해가 누적되게 된다. 사실 우리나라는 해양쓰레기 탐지나 수거에 필요한 기술이나 장비를 확보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선 관리 체계를 가지고 있다. 해양쓰레기에 관련된 법률과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기본계획, 해양쓰레기 전담 기관, 발생한 해양쓰레기를 조기에 수거하기 위한 전용 수거 선박, 해양쓰레기 탐지 기술,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협력 체계 등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해수부의 계획은 각계에서 두 팔 벌려 환영받고 있다. 그동안 해양쓰레기와 관련된 대책은 중앙정부가 아니라 90% 이상을 지자체에서 전담하고 있었던 탓에 국가 차원의 책임과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해수부 국정감사 자료 ‘최근 5년간 해양쓰레기 수거 현황(2018-2022)’에 따르면 전체 수거·처리된 해양쓰레기 중 해양환경공단·한국어항어촌공단·한국수산회 등 공공기관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5만9,170t으로 전체 10.8%에 불과했고, 나머지 89.2%에 해당하는 48만6,379t은 지자체가 수거·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별로는 전라남도가 총 15만8,839t로 전체 29.1%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고, 그 뒤를 제주 7만2,325t(13.3%), 경남 6만4,780t(11.9%), 충남 6만1,195t(11.2%)이 이었다. 지자체의 경제적 부담 역시 무시 못 할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중앙정부의 해양쓰레기 문제 전담이 오히려 더 많은 인력을 동원시켜 인건비와 관련된 예산이 폭증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하지만 최근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무인 로봇이 개발된 만큼 인건비에 대한 문제에서는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충청남도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해양로봇센터 하경남 박사팀은 항구나 포구처럼 선박과 방파제, 밧줄 등이 곳곳을 가로막은 좁은 바다에서 떠다니며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무인 로봇을 개발했다. 일명 원격 조종과 자율 운항이 가능한 해양 부유 쓰레기 수거 로봇이다.
이 로봇은 길이 1.9m, 폭 1.2m, 높이 1.3m에 중량 250㎏으로 어민들이 폭넓게 사용하는 1t 화물차의 적재함에 쉽게 실린다. 전기 동력을 사용하는 로봇은 초속 1.2m로 4~6시간 움직이면서 항포구에 떠다니는 해양쓰레기를 전방의 컨베이어로 집어삼키고 후방에 달린 그물망에 모은다. 하 박사는 “쓰레기가 밀집된 좁은 구역에서는 운영자가 원격 조종하고, 상대적으로 넓은 구역에서는 스스로 GPS 기반의 항법 시스템을 활용해 자율적으로 이동하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며 효율성 역시 높다고 강조했다. 로봇 외부는 가볍고 튼튼한 ‘섬유 강화 플라스틱(FRP)’으로 만들어져 항구나 포구에 있는 선박이나 다리, 밧줄 등에 걸리지 않도록 튀어나온 장비가 없는 유선형으로 설계됐다.
사실 가장 근본적인 쓰레기 근절 방안은 국민 개개인의 경각심에서 비롯될 것이다. 국민들이 해양쓰레기가 갖는 위험성과 악순환 고리를 인지해 쓰레기 무단투기나 무분별한 플라스틱·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만 가시적인 결과를 볼 수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들고 종이로 된 용기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용량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결국 다음 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