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흐름 끊고 ‘경제살리기’ 나선 정부, 글로벌 투자유치 위해 빗장 푼다

내수 경제 회복됐지만, 제조업 중심 경기 둔화 흐름은 지속 중 현장 애로사항, 현장대기 프로젝트 등 다방면 고려 후 규제 혁신 정부, EU 결정으로 인한 ESG 무역 장벽 허물고자 투자유치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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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제살리기의 일환으로 투자유치를 위한 빗장 풀기에 나섰다. 최근 정부는 기업의 현장 애로에 대한 규제를 개선하고, 현장 대기 프로젝트와 공공기관 발굴 과제를 중심으로 규제 55건을 풀겠다고 밝혔다. 또한 글로벌 제약사인 ‘머크’의 국내 공장 증설을 위해 총 6,000억원 상당의 투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글로벌 제약회사 ‘머크’에 6천억 규모 지원, 규제 개선하며 적극 행보 보이는 정부

지난 19일 정부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 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를 열었다. 추 부총리는 “최근 우리 경제의 내수는 완만히 회복하고 있으나 수출·설비투자 부진 등 제조업 중심의 경기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국내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10.0%(2022년 4분기), 16.4%(올해 1월), 7.5%(올해 2월), 13.6%(올해 3월)라고 밝혔다. 이어 “민간의 수출·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규제혁신 노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이며 제4차 경제 규제혁신 방안과 국가계약제도 선진화 방안을 논의하며 현장 대기 투자 프로젝트를 포함해 총 55개의 규제를 혁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발전사업용 전기저장장치(ESS)에 부과된 환경 규제 또한 완화하기로 했다. ESS는 오염물질의 배출이 경미함에도 일반발전소로 분류되어 발전 용량이 1만 kW(킬로와트) 미만인 경우에만 환경영향평가가 면제되어 있었으나, 앞으로는 태양력·풍력·연료전지 발전소와 같이 10만 kW(킬로와트) 미만까지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한다는 계획이다. 또 반도체 산업 공정안전보고서 심사 규제에 따라 모든 설비 도면을 안전보건공단에 제출해야 하지만, 영업기밀을 이유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들의 입장을 참작해 동일 공정 내 대표설비 도면을 제출하면 나머지 도면 제출을 면제해 주는 방식으로 개선한다.

신산업·신기술 도입을 위한 규제도 완화한다. 해외로부터 수소 도입 확대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선박 안전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탓에 액화수소 운반선 관련 투자가 지연된 일에 따른 것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R&D, 실증사업 및 국제해사기구(IMO) 논의 사항 등을 감안해 조속히 안전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규제 개선 사례로는 독일의 글로벌 제약사 ‘머크’의 공장 증설이 대표적이다. 추 부총리는 “당초 머크에서 희망했던 공장 부지가 배출 물질이 적은 도시형 공장만 설립할 수 있는 곳이어서 설립이 불가능했지만 정부에서 규제·기반 시설 등을 고려해 대안부지를 탐색했고, 신규 투자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기업은 지자체와 MOU 체결 후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머크는 독일의 종합 화학·제약 회사로 현재 화학 분야에서는 액정 및 OLED 디스플레이 소재 및 기능성 특수안료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의약 분야에서는 항암, 난임 치료, 성장호르몬, 다발성 경화증 등 전문 신약을 개발해 명성을 떨치고 있다. 특히 1888년 세계 최초로 액정을 개발한 머크는 디스플레이 소재와 반도체 소재를 통해 전자 산업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ESG發 무역 장벽에 국내 투자유치로 대응 시작한 정부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며, ‘ESG 경영’이란 장기적인 관점에서 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산업 연합체를 꾸려 공급기업까지도 ESG를 확산시켜 지속 가능한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산업 연합체는 공급기업에 산업 표준 ESG 교육과 함께 공급회사의 수준 평가, 현장실사, 그리고 인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노동, 안전보건, 환경, 윤리, 관리시스템 등 5개 분야의 표준화된 행동 규범(Supplier code of conduct)을 제정하고, 공급회사에 의무적으로 준수할 것을 요구해 공급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수준을 공식적으로 승인하는 일까지 도맡고 있다. ESG 경영에 대한 요구가 기업의 경계를 넘어 공급망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한국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유럽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ESG가 필수 요소지만, 매번 해당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우 정보·예산 부족 등으로 정보·예산 부족 등으로 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유럽연합(EU)은 인권·환경보호 강화를 위해 ‘기업의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까지 준비하고 있는 만큼, 지침이 발효되면 인권·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예방, 문제 발생 시 구제 의무를 떠안게 될 수도 있다. 아울러 EU로 수출하는 한국 기업에 인권·환경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제재나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해 ESG 개선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 정부의 이번 빗장풀기가 ESG 관련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역량을 키워가는 동시에 유럽에 소재한 기업들을 한국에 유치함으로써 ESG 무역 장벽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실제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최근 9박 11일간 미국 미시간·뉴욕·코네티컷·펜실베이니아·버지니아, 일본 도쿄·가나가와현 등 총 2개국 7개 지역에서 일정을 소화한 뒤 4조 3,000여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와 미국 유명 대학, 세계한인무역협회(World-OKTA·월드옥타) 등과 협력 계약을 체결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김 지사는 앞서 이번 일정의 가장 큰 목적으로 해외 기업의 투자유치를 내세운 바 있다.

구체적으로 ESR켄달스퀘어(주)로부터 약 3조원 규모의 친환경 복합물류센터를 유치했으며, 산업용 가스업체 에어프로덕츠사와 5,000억원 규모, 린데(Lined) 사와 5,00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맺었다. 또 반도체 소재 분야 기업인 미국 인테그리스사는 종합연구소를 경기도에 설립하기로 했다. 일본의 알박(ULVAC)그룹 역시 평택 어연·한산 외국인 투자산업단지에 기술개발 연구소를 짓고 1,330억원을 투자해 150여 명 규모의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반도체 핵심 소재 포토레지스트의 세계 최대 기업인 일본 도쿄오카공업은 평택 포스(BIX) 지구에 1,010억원을 투자해 포토레지스트 제조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김 지사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유럽 히든챔피언(대중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인 헤레우스일렉트로나이트(Heraeus Electro-Nite) 투자유치에도 직접 나서고 있다.

국가계약제도 선진화 및 혁신 추진

지난 2018년 A 공공기관은 B 업체와 단가 계약 후 소방용 특수방화복을 납품을 받았다. 하지만 무리한 가격 경쟁으로 품질 저하 및 검사 불합격에 따른 납품 지연 문제가 발생해 발주 기관은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었고, 입찰 기업은 경제적 타격은 물론 신용상의 피해를 입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지금까지 끊임없이 잡음을 일으켜 왔던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TF 회의에서는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국가계약제도 선진화 방안’도 논의됐다. 이로써 일반경쟁입찰을 통해 소방·군인·경찰 등 고위험 직종의 안전 장비 계약을 맺을 때 ‘낙찰 하한률’(예정가격 대비 낙찰을 받을 수 있는 최저가격을 결정하는 백분율)을 상향해, ‘저가 낙찰’ 우려를 방지할 것으로 보인다. 직업 특성상 고품질의 안전 장비 확보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일반 물자와 동일한 낙찰 하한률 탓에 가격을 낮추는 것이 유리하게 판단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기업이 발주기관에 계약 가격(납품 대금)을 조정받을 수 있는 요건도 완화해 재료비·노무비·경비를 더한 공사비의 0.5%만 초과해도 해당 자재 계약 금액 조정이 가능하도록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밖에도 공공기관의 자체 규제 개선과 더불어 공공기관이 발굴한 정부의 규제들을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차차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12월 각 부처에서 소관 공공기관을 통해 행하는 규제에 대한 개선 방안 마련 계획 발표한 바 있으며, 실제로 2022년 1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총 57개 공공기관으로부터 규제 개선 과제 115개를 발굴하고 그중 41개의 개선을 완료했다. 이에 대해 추 부총리는 “잔여 과제 74개는 향후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신속한 개선 추진하겠다”며 “또 민간에서 문화재 주변을 개발할 때 정부에서 문화재 영향진단 사전 컨설팅을 진행해 관련 규제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덜어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나아가 문화재 수리 규제도 완화해 보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미한 문화재 수리는 설계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도록 규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재 상가 내 상업용 세탁소에서 CO2 세탁기를 설치할 경우 안전관리자 3인 선임 의무 등이 적용되어 사실상 설치가 곤란한 상황인 만큼, 안전성이 확보된 CO2 세탁기의 상업 용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실증기간을 거쳐 고압가스 안전관리 규제 합리화도 진행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경제 규제혁신 TF를 매달 개최해 수출·투자 활성화 관련 과제를 중심으로 강력한 규제혁신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5월 중 제7차 경제 규제혁신 TF 개최가 추진 중이며, 민간 건의 과제 해소와 함께 신성장 4.0 전략 및 15개 산단 등 국가전략산업 분야에 대한 규제 개선도 추진 중에 있다. 추 부총리는 “지속적인 과제 발굴과 발굴된 과제에 대한 신속한 검토 및 대안 모색, 사후 모니터링까지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규제 개선이 현장에서 체감되도록 밀착 지원하는 등 규제 개선 사이클 관리해 경제살리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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