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감사 4.0’ 추진, 감사팀 조성만으론 쇄신 어렵다
지난 2월 ‘감사 4.0’ 추진하며 감사시스템 혁신 강조해 온 경기도 자체 감사 기능 강화 관련 기관 의견 등 총 4개 분야 점검 ‘적절한 인력의 부재’, ‘외부 감사제의 비효율성’ 등 우려의 목소리도
경기도가 산하 공공기관의 자체 감사 기능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해 ‘공공기관 감사협의체’를 구성하고 감사부서가 없는 5개 기관에 신설을 권고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에 나섰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2월 15일부터 3월 3일까지 산하 공공기관의 자체 감사 기능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경기도는 이번 특별점검이 ‘감사 4.0’ 추진과 연계된 내용이라 밝히며, 공공기관 감사협의체 구성 및 감사부서가 부재한 5개 기관에 신설 권고 등의 개선방안을 내놨다. 한편 전문가들은 그간 공공기관 감사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는 등 문제점을 제기했다.
경기도, 자체 감사부서 없는 5개 공공기관에 신설 권고
지자체 최초로 경기도가 지난 2월부터 실시한 공공기관 자체 감사 기능 관련 특별점검은 △감사제도 △감사조직 △운영실태 △자체 감사 기능 강화 관련 기관 의견 등 총 4개 분야에서 이뤄졌다. 각 분야 점검은 사전 서면 자료 제출과 현장점검을 병행해 심층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점검 결과 감사부서 부재 기관이나 감사 인력이 부족한 기관, 또 외부감사에 의존하거나 감사담당자의 역량 강화가 필요한 기관들을 확인했다.
이번 특별점검 결과에 따라 경기도는 공공기관 자체 감사 기능 강화를 위해 4월 중 공공기관의 감사업무 관리자와 담당자로 이뤄진 ‘공공기관 감사협의체’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협의체는 감사·부패 방지 정책을 협의하고 필요한 경우 공동 대응하는 등 정기적인 소통을 통해 협력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또 독립된 감사부서가 없는 5개 기관에 감사부서 신설과 최소한의 인력이 확보될 수 있도록 ‘경기도 공공기관 감사부서 신설 및 인력 개선 권고’를 제안할 계획이다. 나아가 경기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표 중 내부감사시스템 관련 평가항목에 감사부서 조직·인력 적정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반영하고, 행정안전부·감사원·국민권익위원회 등 중앙부처에 공공기관 자체 감사기구 인력·부서 등 구성 근거 마련을 위한 제도 개선 건의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공공기관 감사역량 강화를 위해 감사업무 담당 직원 역량 교육(연 2회)과 감사매뉴얼 제작·배포, 시설공사 등 자체 감사 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문 분야에도 경기도 시민감사관을 지원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강화에도 나선다.
감사위원회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감사 4.0’
경기도는 지난 2월 감사시스템 혁신을 목표로 ‘감사 4.0’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기도는 4차산업 시대에 걸맞게 도민이 직접 감사에 참여하는 통합적인 감사시스템을 시작한다”고 전하며 경기도형 감사위원회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감사 4.0’을 소개했다.
김 지사에 따르면 감사 4.0은 “독립성, 민주성, 자율성을 가진 감사위원회 운영뿐 아니라 사전예방 감사, 전담 옴부즈맨 지정제, 도민참여 제도, 공공기관 감사시스템 체계화”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사실 경기도가 새로운 감사시스템을 추진한 배경에는 시대변화에 발맞추겠다는 포부가 깔려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남양주시가 경기도를 상대로 낸 ‘도의 종합감사가 지방자치권을 침해한다’는 권한쟁의심판 청구 사건에서 ‘지방자치권 침해’ 결정이 나면서 감사관실 내부에서도 기존 감사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희완 경기도 감사총괄담당관도 “최근 각종 사고 발생 등으로 인해 민생·안전 분야에 대한 도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도정에 대한 도민의 의식변화와 공직기강 및 청렴 정책에 대한 도민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이에 맞는 특단의 쇄신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청렴’한 건 좋지만,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감사 4.0 발표 당시 공직자의 청렴을 강조해 온 김 지사의 태도가 제도에 적극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두고 긍정적인 여론이 높았다. 경기도의회 역시 환영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외부 인력으로 구성된 감사시스템이 도입되면 관례적인 공공기관 평가 대신 중립성과 객관성을 얻을 수 있으나, 전문가라고 한들 외부 인력이 도민에게 서비스되는 무형적, 정성적, 지원적 내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란 한계가 있다. 나아가 감사품질을 높이기 위해 적절한 외부 인력을 찾는 일 또한 문제다.
아울러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외부 감사제가 비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새로운 감사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 전문가로 이루어진 외부 위원들을 구성하기 위한 비용이 든다”며 “특히 외부 지정감사제가 도입된 산업계에서도 감사인-피감기업 간 유착관계 방지에 치중하는 바람에 감사품질이 떨어지고 기업 부담만 증가하는 부작용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 4.0 등 감사 방식을 개선해 일하는 공직문화 조성하겠다는 취지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단순히 외부 인력을 들여 공공기관의 감사팀을 조성하는 데에만 집중된 이번 방안은 ‘감사 4.0’이란 타이틀을 무색하게 만든다. 감사팀 조성만으로는 경기도민의 눈높이에 맞는 ‘쇄신’이 이뤄지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혁신적인 시스템 구축과 인력 양성을 통해 감사 품질을 높이고 비용에 대한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