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북부 섬유산업 고용 위기 해결한다는 ‘고선패 사업’ 2년 차, 47억 효용성 있나

경기 ‘고선패 사업’ 2년 차, 취업장려금 등 47억 투입해 550명 일자리 창출한다 업계서는 인재 양성 효과 부족하고 ‘욱여넣기’식 취업 유도한다는 비판 제기돼 지난해 말 광주서 고선패 사업 수행 기관 관련 ‘지원 몰아주기’ 정황 포착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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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열린 ‘고용안정 선제 대응 패키지 지원사업 추진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이한규 경기도 행정2부지사, 김영중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 김종석 양주 시장 권한대행, 정덕채 포천 부시장, 정순욱 동두천시장 권한대행 등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경기도

경기도가 ‘고용안정 선제대응 패키지 지원사업(이하 고선패 사업)’을 통해 경기 북부지역 섬유산업 역량 강화와 고용안정을 종합 지원한다고 17일 밝혔다.

경기도 고선패 사업은 지난해 경기도와 포천·양주·동두천시의 컨소시엄으로 고용노동부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올해로 2년 차를 맞이한 5년 계속사업(’22~’26)이며, 수행기관인 경기대진테크노파크와 함께 경기 북부지역 섬유산업의 고용 위기 극복과 산업 전환 및 고도화 등을 지원한다.

고선패, 사실상 실직자 취업 지원 서비스 수준에 불과하다

경기도는 전국 최대 섬유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양주, 포천, 동두천 등에는 전국 섬유 사업체의 7.2%가 위치하고 있으며, 종사자 수는 8.2%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섬유기업 경쟁 과잉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투자감소, 코로나19 등 악재로 인해 경기도 양주, 포천, 동두천 지역의 기반산업인 섬유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어 고용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경기도를 ‘2022년 고용안정 선제 대응 패키지 고선패 지원사업’(이하 고선패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했고, 작년 경기도는 총 39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양주‧포천‧동두천 등 경기북부 지역 섬유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박차를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고선패 사업에는 구인난 해소를 위한 재취업 지원프로그램인 ‘실직(퇴직)자 취업 지원 서비스’, 취업 연계 및 사업홍보를 위한 온오프라인 취업 박람회 운영 등 다양한 고용 지원사업이 담겼다. 또한 근로자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채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도 다수 발표됐다. 섬유산업 근로자의 근속 의지를 제고하기 위해 취업장려금은 1인당 최대 300만원, 채용장려금은 1인당 600만원까지 지급하는 취업·채용 장려금 지급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광역 고용안정 선제대응 지원센터와 시군별 취업 지원센터 신설 계획, 양주·포천·동두천 지역의 기업과 근로자를 이어주는 ‘찾아가는 고용서비스’ 지원 정책 등도 포함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기도 고선패 사업은 사실상 실직자 취업 지원 서비스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비판은 고선패 사업의 고용안정 및 인력 양성 효과에 대한 의구심으로부터 출발한다. 업계에서는 고선패 사업을 통한 취업 대부분이 정부가 역량이 부족한 인재를 강제로 회사에 ‘찍어넣는’ 형태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고선패 사업이 실질적으로 회사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가 실무 역량이 부족한 인재를 무작정 산업 현장과 연결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현장 역량에 맞는 인재를 기업과 연결해주는 방식이 아닌 실직자에게 취업을 제공하는 게 우선인 사업이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구직자의 역량 문제로 불만족스럽고, 취업자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없으니 양측 모두 만족할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경기권만의 문제가 아냐, 고선패 사업 효용성에 의문 제기돼

고선패 사업은 주로 고용 위기가 예상되어 고용안정을 위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되며,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 실시된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지방 고선패 사업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1년 말 발표된 고용노동부 고선패 사업 계획을 보면, 광역·기초 자치단체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산업 클러스터 육성·신산업 유치 등 지역의 산업 및 경제정책과 연관한 일자리사업을 패키지로 지원하고, 컨소시엄별로 최대 5년간 연간 40~14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고선패 사업이 결국 근로자에게 ‘생활 보조금’을 지급하는 수준의 지원책이며,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효용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취업장려금 등을 통해 근로자에게 일시적 현금성 지원을 해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선패 사업을 포함한 고용안정 지원사업 등 대부분은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해당 지역의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에 맡겨 운영되고 있어 사업운영기관에 따른 효용성에도 의문이 들 수밖에 없고,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고선패 사업으로 양질의 고용환경은 구축하지 못하면서 국민의 세금만 지속적으로 낭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효율적인 세금 집행과 관리 감독 강화 방안 마련돼야

지난해에는 고선패 사업 관련 비리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광주광역시와 재단법인 광주광역시경제고용진흥원, 재단법인 광주테크노파크 등이 고선패 사업 관련 직무를 유기해 모 비영리법인이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공모 당시 이 법인의 사업 수행 실적이 전무했음에도 불구, 잇따라 세부 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되며 거액의 지방 보조금을 지원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광주광역시경제고용진흥원이 고선패 사업 수행을 포기하며 총괄 기획 운영 사업자로 선정된 신생 법인의 대표 A씨는 2020년 3월부터 6개월간 광주시의 제안으로 광주테크노파크에 근무했다. A씨는 당시 일자리 정책 컨설팅 실무와 고용안정 선제대응 패키지 기획 지원을 담당했으며, 퇴사 한 달 뒤 패키지 사업 공모 추진단에 참여하면서 법인 설립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는 당초 사업 공모 시 광주테크노파크를 수행기관으로 사업 계획서를 제출했으나, 이후 A씨의 신생 법인이 내용은 그대로 둔 채 표지만 바꿔 서류를 다시 제출하며 최종 수행기관으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A씨의 신생 법인은 공모 마감 이후인 1월 27일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설립 등기를 마쳐 사업 수행 실적이 전혀 없었고, 대표 B씨 외엔 다른 직원이 없는 ‘1인 법인’이었다. 해당 법인은 지역 고용 문제 조사 및 학술 연구, 지역 고용 정책 개발 등을 설립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은 광주시가 따낸 일자리 창출 공모사업을 수행하는 데 특화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인이 수행 중인 세부 사업은 모두 4개이며, 지원받은 전체 사업비 규모는 34억원에 달한다. 이에 광주테크노파크가 사업을 포기한 것은 A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속한 신생 법인에 ‘특혜’를 주기 위함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방관과 ‘몰아주기’로 인해 지역 일자리 업무를 책임져야 할 출연기관이었던 광주테크노파크가 신생 법인의 협조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올해 경기도는 고선패 사업에 47억원을 투입해 55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더불어 △고용안정 종합지원 △위기 산업 역량 강화 △위기 근로자 맞춤형 이·전직 지원 총 3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구직자 취업 지원 서비스 제공 △취업·채용 장려금 지원 △취업역량 강화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섬유 기업의 혁신 성장을 도모할 전문 인재 양성, 취업 연계 등을 지원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지난 사업 계획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이다. 지난 몇 년간 지적된 고선패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단순 비전 제시에서 멈춰선 안 된다.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 등 효용성을 제고하고 사업비가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고선패 사업계획에 효율적인 세금 집행 및 관리·감독 강화 방침이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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