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발사 성공의 일등 공신 ‘연구진’, 우주 기술은 G7 수준인데 처우는?

25일 누리호 2차 발사 성공, 실제와 유사한 임무 수행도 완료 발사 성공에 자축하는 정부, 반면 저녁도 못 얻어먹는 항우연 연구원들 국민 세금으로 개발된 기술, 정부 관리 아닌 산업체로의 이전이 옳은가?

160X600_GIAI_AIDSNote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5일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프레스룸에서 ‘누리호 3차 발사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리 독자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가 목표 궤도에 투입돼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성공적으로 분리·안착시켰다.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과 국내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누리호 3차 발사가 국민의 관심과 성원 속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우리 우주 기술이 발사체 성능 검증을 넘어 실제 쓰이는 실용위성을 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보여줬다며 이는 곧 “실제 고객을 태우고 인공위성 등 페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발사체 고유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기술 발전의 주역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은 열악한 처우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 우주기술이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장기적으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연구원들에게 제대로 된 대우와 복지를 실현시켜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7번째로 위성 저궤도 발사체 자체 기술 확보

25일 저녁 6시 24분 발사된 누리호는 정해진 비행 순서, 차례에 따라 모든 비행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됐음을 알렸다. 이전처럼 단순히 ‘발사’에만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한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도요샛 등 실제 임무를 지닌 실용 위성을 궤도에 투입하는 임무를 가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누리호 1·2·3단 엔진은 모두 정상적으로 연소됐으며, 페어링도 정상 분리돼 누리호에 탑재된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큐브위성 사출 과정까지 모두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저녁 7시 7분경에는 남극 세종기지에서 차세대 소형위성 2호의 비콘(Beacon) 신호 수신도 확인됐다. 비콘 신호란 위성에서 주기적으로 지상으로 보내는 고유의 식별 신호를 말한다. 항우연 관계자는 “누리호 3차 발사는 본격적으로 실용급 위성을 탑재, 발사하는 발사체 본연의 역할을 최초로 수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누리호에 실린 차세대 소형위성 2호와 도요샛은 자체 발사 역량 보유의 장점을 잘 보여준다. 영상레이더(SAR) 기능을 핵심으로 하는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많은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태양 빛을 가장 잘 받을 수 있는 ‘여명-황혼 궤도’에 올라가야 한다. 이 때문에 발사 시간이 오후 4시에서 오후 6시 24분으로 변경된 것이다. 도요샛 역시 지난해 러시아 소유즈 로켓에 실어 보낼 계획이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사가 어려워져 누리호를 이용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우주 인터넷의 전략적 경제적 가치가 재확인됐다”며 “우주 인터넷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세계 소형위성 산업의 시장 규모가 커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즉 발사체 서비스 역량 확보는 더 중요한 과제가 된 것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정부는 앞으로 2027년까지 누리호를 3차례 반복 발사함과 동시에 누리호보다 성능이 향상된 차세대발사체 개발을 추진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따뜻한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과 누리호 3차 발사 준비를 위해 땀과 열정을 아끼지 않은 연구자, 산업체 관계자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도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누리호 3차 발사의 성공을 축하하며 “우리가 우주 산업 분야에서 그야말로 G7에 들어갔다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번 2차 때는 우리가 실험용 위성을 탑재했지만 이번 발사는 우리 카이스트, 천문연구원, 청년 스타트업 기업들이 제작한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안착시키고 가동을 시킨다는 측면에서 아주 큰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누리호 발사 성공, 갈려 나간 노동력에도 희소식일까?

그러나 이같은 대통령 및 장관의 치하 발언에도 불구하고 항우연 근로자들은 “기뻐하기도, 슬퍼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6월 누리호 2차 발사가 성공한 뒤에도 항우연은 상여금 지급도, 나로호의 실패로 삭감된 연봉 인상도, 열악한 복지환경조차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항우연 노동조합은 “연구자들을 기계 부품 취급하는 곳에서부터 위대한 성취는 무너지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들은 “담당 부처와 기관책임자들은 (누리호 성공에 대한) 언론팔이에 바쁘지만, 연구자들은 타 연구원에 비해 낮은 임금과 시간외수당도 법대로 받지 못하는 처량한 신세”라면서 “일터를 사천으로, 고흥으로 옮기겠다는 정치인들에 의해 삶의 터전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가 힘을 싣고 있는 항공 우주청의 사천 건립 문제를 겨냥했다.

실제로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경남 사천에 항공 우주청 연내 개청’을 목표로 지난 2일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대한 특별법’을 입법 예고했지만 “전문가들은 우주항공청 입지로 대전·세종권을 선호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다. 지난 3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산하 국가우주정책센터(SPREC, 이하 센터)가 발간한 ‘우주개발 확대에 따른 국가 우주개발 거버넌스 개편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센터가 산·학·연·정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우주항공청 입지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행정부처와 정부 연구기관이 모여있는 대전·세종권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6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지역은 주요 고려 대상이 아니다’는 16%, 대통령 공약사항인 ‘사천’은 8.0%, ‘서울권’은 7.0%, ‘기타’는 2.0% 순이다.

항우연 노조는 누리호 성공 이후 정부에 ▲타 출연연과 유사한 임금수준 ▲시간외근무수당 보장 ▲기관 차원의 재해 사망보험 가입 ▲2019년 지급 거절된 연구수당 지급 ▲연구개발능률성과급의 합리적 지급안 마련 ▲기술용역 정규직 전환 등의 대우 개선을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우주개발사업에 참여 중인 기술용역 중 위성총조립시험센터 소속 5명과 나로우주센터 비행 안전기술부 소속 4명이 10년 이상 우주개발사업에 동참했음에도 비정규직 신분으로 6개월마다 재계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항우연 위성연구소 소속 연구원 8명이 2019년 9월부터 2022년 4월까지 3교대 근무했음에도 총청구 금액 3,000만100원의 야간 휴일 근로 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집단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연구원 A씨는 직장인 인터넷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항우연에서는 출장을 갈 때마다 오히려 마이너스”라며 출장비 산정 시 선임연구원 기준 식대 한 끼는 6,000~7,000원꼴이고, 숙소는 최대 5만원(단 서울과 제주는 7만원)까지 실비 정산해 준다고 밝혔다. 또 항우연 특성상 출장지가 대도시가 아닌 지방 소도시이기에 자차로 가야 하지만 유류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새마을호(기차)나 고속버스 기준으로 지급한다고도 전했다. 즉 전남 고흥으로 출장 갈 경 순천까지 새마을호 기차 요금에 순천에서 고흥까지 시외버스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다. 대전 항우연에서 고흥까지 자차로는 4시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7시간 넘게 걸린다고도 덧붙였다. 이외에도 야근은 거의 매일 있는 일이며 발사가 성공해도 저녁도 제공되지 않는다고도 토로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생은 연구원이, 기술 부심은 고위층이? 연구원 복지는 언제 개선되나

누리호 2차 발사 성공 이후 지난 10월 항우연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기술을 이전받을 체계종합기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에 우주 기술을 이전하고 세계 선도 기업으로 성장시켰던 사례처럼 한국형 스페이스X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산업체로의 기술 이전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소식이 발표되자 항우연 내부에서는 ‘기업 좋은 일만 하는 것 아니냐?’, ‘세금이 투입된 기술을 왜 기업에 넘겨주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이 사안이 최종 결정될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설계와 시험, 발사 운영, 발사체 개발 전주기 기술 등 10년 동안의 모든 기술과 노하우를 이전받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2일에는 ‘누리호 고도화사업 사업착수 회의’에 고정환 항우연 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을 포함해 사퇴서를 제출한 항우연 소속부장 5명이 모두 불참하면서 항우연 내부의 내홍을 숨기지 않았다. 해당 회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자로 선정한 후 처음 열린 누리호 관련 회의였지만 항우연 측에서 ‘제대로’ 불편한 의사를 드러냈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다만 이와 별개로 기술 이전은 차 질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항우연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본계약을 체결했고 기술 이전 협의를 했다”며 “엔진 등 누리호 핵심 구성품도 산업체가 만들었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기술 이전은 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민의 세금으로 개발된 기술이 왜 산업체에 이전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드러냈다. 항우연 내부 관계자는 “고위 관계자들은 어차피 기술 자체를 산업체에 이전할 생각을 하고 있으니, 연구원들에 대한 대우가 처참한 것”이라고 밝혔다. 즉 기술 경쟁력이 국가의 위상을 좌우하는 시대에, 대통령이 중시한다는 우주 산업의 노동력이 그야말로 ‘노동착취’일 뿐만 아니라 기술 이전이라는 이슈로 더럽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위 관계자들은 상업화와 산업체 발전을 위해 기술 이전을 진행한다지만 항우연 연구원들 입장에서는 눈뜬 채로 코 베이는 꼴이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기술 사업화가 힘든 나라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술 보호를 위한 광범위한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허청 등 다양한 부처에서도 기술 유출 방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술 유출은 여전히 빈번하게 일어난다. 전문가들은 이제 기술 유출이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 ‘근본적 원인’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자체가 기술 사업화에 척박한 환경이라고 비판했다. 연구에 매진해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국내에서 기술의 가치를 인정받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받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 출연연의 경우 항우연의 사례처럼 앉은 자리에서 기술을 빼앗겨 버릴 가능성도 농후하다. 아무리 우리나라의 우주 기술이 ‘우주강국 G7’에 들었다 한들 기술을 연구하는 이들을 대우하지 않으면 뉴스페이스 시대는 절대 올 수 없다. 기술이 곧 힘이 된다는 기술 패권 시대에 상대적인 저임금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발전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연구원들에 대한 합당한 대우가 필요한 시점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