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카페 단속 나선 여가부, ‘姓 보수성’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여가부, “룸카페 가림막 없고 잠금장치 없어야 청소년 출입 가능” 룸카페 손님의 95%가 학생, 99%는 성관계 맺는다 룸카페 단속 과하다는 지적도, “청소년의 성행위도 양지화돼야”

160X600_GIAI_AIDSNote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청소년 보호 현장 전문가들과 불법·유해환경 차단 및 피해 청소년 치유 지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가 ‘룸카페’에 칼을 빼 들었다. 룸카페가 청소년들의 ‘모텔’ 공간으로 활용되는 데 사회적 우려가 커지면서다. 앞으로 청소년들은 가림막과 잠금장치가 없고 통로에 접한 1면이 투명창이거나 1면이 개방되어 있는 룸카페에만 출입할 수 있다.

여가부, ‘청소년 모텔’ 룸카페 단속 나섰다

여성가족부는 최근 청소년의 변종 룸카페 등 유해업소 이용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를 개정 고시했다. 이에 따라 청소년은 신설된 고시 기준을 충족하는 룸카페만 이용할 수 있다. 이번 고시를 통해 룸카페 사업자는 청소년 보호법 위반에 대한 부담을 덜고 안정적인 영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여가부는 보고 있다.

새로운 개정 고시에선 청소년 등의 안전한 이용을 위해 투명성과 개방성 등의 요건을 강화했다. 우선 룸카페 등 장소 제공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영업의 경우 큰 투명창 등을 설치해 시설 형태의 개방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통로에 접한 1면은 바닥으로부터 1.3m 이상~ 2m 이하의 부분에 대해 전체가 투명해야 하고, 출입문은 1.3m 높이부터 상단까지 투명해야 한다.

잠금장치는 없어야 한다. 또한 벽면과 출입문의 투명창 일부 또는 전체에 가림막 등 어떠한 것도 설치되어 있거나 가려져 있지 않아야 한다. 단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TV 등 비디오물 시청 기자재와 컴퓨터 등이 설치된 ‘청소년 출입 금지’ 업소인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존의 밀폐 형태의 룸카페는 기존과 같이 시설 형태와 시설 내부 설비 및 영업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 업소 여부를 판단토록 했다. 다만 룸카페가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 업소로 지정된다 하더라도 성인을 대상으로는 영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위반할 때마다 3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에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 출입 제한 위반 혐의로 적발된 제주시 소재 A 룸카페 내부 모습/사진=제주도 자치경찰단

‘밀폐형’ 룸카페, 미성년 성범죄에 이용되기도

룸카페는 기존의 카페와 달리 독립된 방들로 꾸며진 ‘밀폐형’ 공간이다. 당초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위해 조성된 룸카페는 어느새 청소년들이 성관계를 위한 모텔로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밀폐된 공간 내부에서 청소년들의 성관계 사례가 나온다 한들, 지금까지는 이를 막을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었다.

룸카페를 방문하는 청소년 중 일부는 오픈 채팅방 등 온라인을 통해 만남을 갖기도 한다. 룸카페를 중심으로 불건전한 만남이 성행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것이다. 실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2021년 청소년들의 온·오프라인 생활 실태 등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처음 알게 된 사람을 직접 만났다고 응답한 학생(10.2%) 가운데 룸카페에서 만남을 가졌다는 비율(복수 응답)은 20%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룸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 있다는 한 누리꾼은 “여기(룸카페) 오는 손님의 95%는 학생 커플이고, 여기서 99%가 방에서 성관계를 한다”며 “청소할 때 남자 화장실 쓰레기통에 사용된 피임 기구들이 많이 쌓여 있기도 하다”고 전했다.

룸카페가 미성년 성범죄에 이용된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7월 서울의 한 룸카페에선 20대 남성이 초등학생을 부산의 한 룸카페로 데려가 술을 먹이고 성추행하다 적발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룸카페에서 발생한 성폭행 가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도 다수 적발되고 있다. 해당 사례들은 형사 사건화된 사례들인 만큼,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성범죄는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무작정 단속해선 안 돼, 청소년 성적 자기 결정권 존중하라”

다만 일각에선 여가부의 룸카페 단속이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청소년단체를 중심으로 “룸카페 단속은 청소년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청소년의 신체 접촉이나 성관계가 가능한 곳이란 이유만으로 룸카페를 청소년 유해업소로 취급하는 건 청소년의 신체 접촉 및 성관계 자체를 범죄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청소년의 애정 행각이나 성관계 등은 범죄 행위도, 비윤리적 행위도 아니다. 단지 성인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서로 간의 애정을 확인하거나 성적 교감을 나누는 성행위일 뿐이다. 그런데도 행동의 주체가 ‘청소년’이란 이유만으로 이를 부정적으로 몰고 가는 건 청소년에 대한 과도한 통제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룸카페를 무작정 금지할 경우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3년 ‘멀티방’을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 업소로 지정한 바 있다. 이후 멀티방 대용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룸카페다. 결국 룸카페에 대한 단속이 강력해질수록 또 다른 변종 업소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나마 성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룸카페가 사라질 경우 악질적인 범죄에 빠질 확률이 높아질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최근 정부 통계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중 성 경험을 가져본 이들은 약 5%에 달한다. 멀티방을 단속하든 룸카페를 단속하든 이들의 성적 행위를 완전히 막을 방법은 실질적으로 없다. 그런 만큼 일각에선 차라리 청소년의 성적 행위를 양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애플리케이션 ‘서치통’의 최근 여론조사에선  여가부의 룸카페 단속에 대해 ‘적절하다(39.6%)’와 ‘적절하지 않다(40.6%)’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청소년의 성행위가 음란하다거나 위험하다는 양극단만 강조하는 보수적 성교육은 이미 실패한 지 오래다. 청소년들은 이미 성적 주체로서 다양한 성적 경험을 시작했다. 그런데도 사회는 여전히 성을 보수적으로 바라보고 청소년들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성의 보수성을 강조함으로써 청소년들의 성적 행위를 음지로, 청소년들을 악인으로 몰아가고 있다. 세상이 변한 만큼 사회도 변해야 한다. 청소년의 성(姓)에 대해 다시금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