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마크롱 대통령에게 대만 ‘리트머스 시험지’란?
마크롱 대통령, 방중 이후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강화해야 한다 발언해 비판받아 중국이 대만 근처에서 군사 훈련 시작한 시점에 나온 발언, 프랑스 전문가와 외교부는 다른 의견 보여 6월 열릴 27개국 정상회의에서 대중 정책 수정될 전망, 무엇이 대만 ‘리트머스 시험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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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폴리시코리아(The Policy Korea)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2023년 4월 9일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은 중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뒤 일련의 지정학적 논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유럽이 미국의 ‘가신(vassal)’이나 대만에 대한 ‘미국식 움직임과 중국식 과민반응(American rhythm and a Chinese overreaction)’에 적응하는 추종자가 되는 게 아니라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발언을 던진 건데, 당연히 엄청난 비판을 받았습니다.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종종 ‘타인을 강요’한다고 비난하며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자연스럽게 추켜세웠습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네덜란드 국빈 방문 중 기자회견에서 해당 발언을 해명해 달라는 질문을 받은 후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를 지지한다고 강조하며 이는 변함이 없는 ‘프랑스와 유럽의 입장’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발언은 시기가 그렇게 좋지 못했습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캘리포니아에서 케빈 매카시(Kevin McCarthy)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자 중국이 대만 주변에서 군사 훈련을 시작한 직후에 나왔기 때문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방중 이전에 전문가의 조언을 받았지만, 실제로 중국에 가서는 그 조언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프랑스 외교부의 의견도 아니었을 겁니다. 캐서린 콜로나(Catherine Colonna) 프랑스 외무장관도 대통령 발언으로부터 불과 6일 뒤에 한 연설에서 대만해협 현상 유지에 대한 일방적 변경과 해협에서의 무력 사용에 반대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번 국빈 방문의 목적은 외교적, 경제적 목적 두 가지였는데, 우선 외교적 목적을 살펴보겠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독려해 ‘러시아를 정신 차리게 만들고 모두가 협상 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하려고 했지만 시 주석은 26일 ‘조건과 시기가 맞으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접촉하겠다는 약속만 했습니다.
그렇다면 경제적 목적은 어떨까요? 마크롱 대통령은 브뤼노 르메르(Bruno Le Maire) 경제재정부 장관 등 60명의 프랑스 고위 간부와 함께 중국에 대한 프랑스의 투자를 촉진하고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난 2020년 12월 유럽연합과 중국이 합의한 포괄적투자협정(Comprehensive Agreement on Investment)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 유럽은 중국에 대한 ‘위험 제거(de-risking)’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강조한 바 있기도 하죠. 중국을 향한 대서양 횡단 격차(Transatlantic differences)는 아마 신기루에 불과할 것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다극화된 글로벌 체제에서 프랑스와 유럽이 다자주의를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은 중국을 단순한 위협이 아닌 ‘파트너-경쟁자-체계적인 라이벌’이라는 세 가지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미국이 대만을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만들고 있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는데, 미국이 시진핑 치하의 중국과 중국에 대한 초당파적 전략을 고수하는 미국 간의 강대국 경쟁에서 해당 국가가 어느 편에 서는지를 대만 문제에 있어 그 나라가 취하는 태도를 보고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 의회뿐 아니라 대부분의 영미권 국가에서 대중국 매파(hawks, 중국에 대한 강경책을 지지하는 사람)에 속한 이들은 대만에 대한 견해를 명확히 밝히며 충성심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은 중국이 또 다른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실존적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유럽이 미국의 대중국 매파나 시진핑의 중국과는 다른, 어떤 포스트 제국주의적 견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탈위험’처럼 유럽이 대서양 동맹의 다극성과 전략적 자율성을 지지하는 것은 유럽 권력의 본질에 대한 냉철한 분석에 따른 결과물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제국을 건설하겠다는 욕망이 없다는 겁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연합 기관이나 다른 회원국 지도자들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좋은 경찰’을 자청하며 대만 문제에서 한 발짝 물러났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다른 이들이 더욱 단호한 태도를 보일 수 있게 도와주려 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으로부터 약 일주일 뒤 중국에 방문한 아날레나 베어복(Annalena Baerbock) 독일 외무장관은 친강(秦刚) 중국 외교부장에게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공포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한편 조셉 보렐(Josep Borrell)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대만해협의 중요성을 언급했습니다. 보렐 대표는 2023년 4월 23일 낸 논평에서 겉으로는 달라 보이는 중국에 대한 유럽의 견해를 하나로 모아 제시했는데,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한 유럽의 약속을 언급함과 동시에 대만과 그 주변의 상황이 유럽의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유럽연합 회원국의 해군이 항행의 자유 원칙을 수호하고자 ‘절대적으로 중요한’ 지역인 대만해협을 순찰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이나 보렐 대표에게는 다행스러운 소식일 텐데, 최근 중국은 유럽에서 큰 실수를 했습니다. 중국은 늑대와 같은 거친 힘을 외부에 과시한다는 ‘전랑(戰狼; 늑대 전사) 외교’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이 전략에 앞장서는 인물 중 하나인 루사예(盧沙野) 주프랑스 중국 대사가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구소련 국가들에게는 국제법상 유효한 지위가 없다”라는 폭탄 발언을 던진 것입니다. 구소련 국가들은 물론이고 동유럽 국가들이 강력히 반발했고, 중국 외교부는 루 대사의 발언을 부인했습니다. 유럽연합 회원국 외무장관들의 4월 회의에서는 ‘중국에 대한 우리의 전략을 재평가하고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샤를 미셸(Charles Michel) 유럽 이사회 의장 역시 다가오는 6월 열릴 27개국 정상회의에서는 유럽연합의 대중 정책이 핵심 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과연 유럽연합의 수정된 대중 전략에서는 어떤 부분이 대만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까요?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적어도 이러한 질문을 던졌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What Macron makes of the Taiwan Litmus Test
French President Emmanuel Macron triggered a series of geopolitical debates after returning from his state visit to China on 9 April 2023. Strong criticism was provoked by his remarks that Europe should reinforce its strategic autonomy and avoid becoming either a ‘vassal’ of the United States, or a follower which adapts to an ‘American rhythm and a Chinese overreaction’ over Taiwan.
Beijing naturally grasped this opportunity to applaud President Macron’s vision by denouncing the United States as often ‘coercing others’. President Macron clarified his take on Taiwan three days later, emphasising support for the status quo in the Taiwan Strait which he said has been an unchanged ‘French and European position’.
The caustic reaction to President Macron’s remarks was due to the timing. While his remarks were being made, Chinese military exercises had been launched around Taiwan following Taiwan’s President Tsai Ing-wen’s meeting with US House Speaker Kevin McCarthy in California.
It would seem that President Macron did not follow the advice of the experts he consulted — and quite probably his own foreign ministry — prior to his visit. They had argued that reference needed to be made to the preservation of peace and stability across the Taiwan Strait. It was only days later in remarks by French Foreign Minister Catherine Colonna that the subject was mentioned.
The state visit had two purposes, one diplomatic and the other economic. Macron sought to encourage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to bring Russia back to its senses and everyone back to the negotiating table’ over the war in Ukraine. Xi merely promised that he would contact Ukrainian President Volodymyr Zelensky when ‘conditions and the timing are right’ — carried out on 26 April 2023.
The other purpose of the visit was economic. Accompanied by his Economic and Finance Minister, Bruno Le Maire, and 60 top French executives Macron sought to promote and protect French investment in China at a time when an EU Comprehensive Agreement on Investment with Beijing has become a dead letter. The shared European mantra in relations with China today is that of ‘de-risking’. This keyword has been underlined by European Commission President Ursula von der Leyen and echoed by US National Security Advisor Jake Sullivan. Transatlantic differences on China are perhaps more apparent than real.
Macron’s remarks can also be contextualised as the French and European promotion of multilateralism in a multipolar global system. European political leaders do not see China as a threat to a unipolar world, but the ‘partner–competitor–systemic rival’ triptych. Paris views Washington to be making Taiwan a litmus test on which side a country is found within the great power rivalry between China under Xi’s rule and the United States with bipartisanship on its China strategy. In the US Congress — and in much of the Anglosphere — China hawks have made declared commitments towards Taiwan a test of allegiance.
The emergence of China as another great power is not seen in Europe as an existential threat. Europe is a post-imperial power unlike the United States of the China hawks or Xi’s China. European support for multipolarity and for strategic autonomy within the transatlantic alliance, like ‘de-risking’, is grounded in a cold-blooded assessment of the nature of European power grounded in an absence of ‘imperial desire’.
President Macron has the possibility of taking a step back on Taiwan — being the ‘good cop’ — because other leaders of EU institutions and Member States can help take on a more assertive stance. German Foreign Minister Annalena Baerbock, a week after Macron’s visit, confronted her Chinese counterpart Qin Gang with the ‘horror scenario of a military escalation in the Taiwan Strait’.
The EU’s High Representative of Foreign Affairs and Security Policy and Vice President of the European Commission Josep Borrell also stated the importance of the Taiwan Strait. He synthesised the seemingly different European positions on China in an op-ed published on 23 April 2023. Aside from expressing the European commitment to its One China policy, he underlined that the situation in and around Taiwan has direct impact on European interests. He further called on EU countries’ naval forces to patrol the Taiwan Strait — in his words, an ’absolutely crucial’ area — to uphold the principle of freedom of navigation.
Fortunately for Macron and Borrell, in another Chinese own goal, China’s Ambassador to France Lu Shaye, questioned the sovereign status of former Soviet countries. This diplomatic blunder was condemned in Europe and the Chinese Foreign Ministry later disowned Lu’s remarks. The April meeting of EU foreign ministers broached the need to ‘reassess and recalibrate our strategy towards China’. The European Council President Charles Michel also announced that the EU’s China policy would be a key topic at the upcoming summit of the 27 head of states and governments in June — to be preceded by an updated China strategy paper.
The question remains as to the place the Taiwan litmus test is given in a revised EU strategy on China. That is, perhaps, the salutary aspect provoked by Macron’s original rema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