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 특별 단속 나선 경찰청, 수년의 ‘퇴치 작전’ 빛 발하나

경찰청, 7월 14일까지 ‘찌라시 특별 단속’ 벌인다 처벌 수위도 높은 명예훼손, 그런데 왜 반복되나 행위-결과 직결성 낮은 찌라시 유포, 결국 인식 부족이 근본적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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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15일부터 오는 7월 14일까지 총 2개월간 불법 사설 정보지 및 온라인 허위사실 유포, 즉 ‘찌라시’에 대한 전국 특별 단속을 하겠다고 밝혔다. 각종 사회적 현안마다 허위정보가 발생해 국민의 불안감이 조성된 데 따른 조치다. 특히 사설 정보지 및 온라인을 통해 유포되는 허위사실은 전파력이 매우 강력한 만큼, 경찰청은 보다 심도 있는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지난해 모욕죄 건수 15.7% 증가, “허위사실 유포 문제 심각해”

최근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각종 온라인 콘텐츠 및 플랫폼이 발달함에 따라 연예인·유명인 등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명예훼손·모욕 등 각종 고소·고발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명예훼손죄 발생 건수는 지난 2021년 7,071건이었던 데 비해 2022년 7,555건으로 총 6.8%가 늘었고, 정보통신망 명예훼손죄는 11,347건에서 12,377건으로 9% 늘었다. 모욕죄는 23,463건에서 27,146건(15.7%)로 증가 폭이 더 컸다.

이에 국수본에선 수사국장을 팀장으로 한 ‘불법 사설 정보지 등 허위사실 유포 단속 전담반’을 구성하고 불법 사설 정보지 및 인터넷·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활용한 허위사실 유포 행위를 엄정 단속하기로 했다. 주요 단속 대상은 무등록·무신고 정기간행물 발행 유포 행위 및 인터넷·SNS를 이용한 명예훼손·신용훼손·업무방해 등이다.

특히 악의를 갖고 의도적·반복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사회·경제적 불안감을 일으킬 우려가 큰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해서는 시·도청에서 직접 수사할 예정이다. 다만 경미한 사안의 경우 수사 착수를 지양하고 단순 허위사실 유포 등 행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협의해 차단 또는 삭제 조치함으로써 마무리하기로 했다.

‘찌라시 퇴치 작전’ 수차례 단행했지만

경찰청이 허위사실 유포를 억제하기 위해 단속을 벌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지난 2005년부터 허위사실 유포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당시 경찰청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사설정보지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전파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타인을 헐뜯고 정부 정책을 음해하는 행위는 사회 전체적으로 공동체의 존립 기반인 신뢰를 좀먹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문제시되고 있는 ‘아니면 말고’가 비단 오늘날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2018년에도 경찰청은 허위사실 유포 행위를 집중 단속한 바 있다. 당시 경찰청은 메르스, 국민연금 등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안과 관련한 가짜뉴스 유포 사범에 대한 특별 단속을 실시했다. 경찰청은 본청 사이버수사과·수사과·형사과 등 4개 부서가 협업해 ‘허위사실 유포 사범 특별단속 추진체’를 꾸림으로써 특별 단속에 동력을 달고 본격적인 ‘가짜뉴스 퇴치’를 시작했다.

지난해엔 금융감독원이 악성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특히 특정 기업에 대해 정확한 근거 없이 신용 및 유동성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강력히 제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당시 금감원이 제시한 허위사실 유포 억제 방안은 ▲합동 루머 단속반 운영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 강화 ▲수사기관과의 공조 강화 등이었는데, 사실 이것이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었는가엔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실제 현 2023년까지도 악성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시장교란, 위기감에 편승한 사익 추구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기꾼이 판을 치는 형국에 변함은 없다는 의미다.

허위사실 유포는 처벌 수위가 낮다? 사실은

찌라시 단속은 매번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면 강화할수록 허위정보는 은밀한 형태로 가공되어 더욱 멀리 전파될 뿐이었다. 특히 은밀하게 거래되는 만큼 그 희소가치가 커져 찌라시의 가격이 대폭 상승하는 부작용까지 나타났다. 과거 찌라시를 받아보던 이들이 ‘금단현상’을 겪으며 구하려고 애를 태우는 탓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부·국회를 향해 ‘처벌 수위가 너무 낮으니 범죄 행위가 끊이지 않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내놓기도 한다. 재판부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화된 데 따른 것인데, 사실 이는 일반화의 오류다.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명예훼손은 결코 처벌 수위가 낮지 않다.

현행 법률상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특히 명예훼손이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사이버 명예훼손의 경우 가중 처벌된다. 온라인 공간의 특성상 불특정다수에게 명예훼손 내용이 전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이버 명예훼손은 일반 형법이 아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처럼 처벌 수위가 결코 가볍지 않음에도 비슷한 사건들이 수없이 발생하는 이유는 우선 처벌 수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애초 법조계 종사자가 아닌 이상 일반인이 법률 내용을 줄줄이 꿰고 있을 리 없다. 또 음주운전, 교통사고 등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뉴스에 익숙해지다 보니 이보다 약하다 생각되는 명예훼손죄에 대해선 자연스럽게 무뎌질 수밖에 없다.

온라인의 특성상 익명성이 높다는 점, 반대로 행위-결과의 직결성은 낮다는 점도 허위사실 유포자들의 감각을 무뎌지게 하고 있다. 행위-결과의 직결성이 낮다는 건 결국 자신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모른단 의미다. 즉 ‘내가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면 당사자가 자살할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없단 것이다. 허위사실 유포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꼽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인 대규모 찌라시 단속을 벌이기 시작한 건 지난 2005년 ‘연예계 X파일’ 사건 이후였다. 정부의 강경한 대응이 나오자 잠시 잠잠해진 찌라시는 지난 2008년 배우 최진실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다시금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당사자의 고통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허위사실 유포 및 악성댓글로 인해 과거 가수 겸 배우 설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구하라 또한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허위사실 유포 및 이에 따른 명예훼손은 중대한 ‘범죄’다. 익명성을 등에 업고 행한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가를 국민들에 똑똑히 알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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