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과 함께 ‘저출생’ 대안 찾는 경기도 인구2.0 위원회, ‘둘째 아이’에 초점 맞춘다?

인구2.0 위원회 발족하는 경기도, 현장 도민 의견 청취해 ‘저출생 대책’ 마련 ‘저출산’ 아닌 ‘저출생’, 지자체 차원에서 ‘저출산’ 용어에 대한 비판 수용 ‘둘째아’에 초점 맞췄지만 논점 엇나가,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 청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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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s

경기도가 도민 200명과 함께 저출생 대책 마련에 힘쓴다. 경기도는 피부에 와닿는 저출생 대응 정책을 도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 도지사와 도민참여단 200명이 직접 참여하는 ‘(가칭)인구2.0 위원회’를 발족한다고 밝혔다.

인구2.0 위원회는 결혼, 임신‧출생, 육아, 초등돌봄 현장에 있는 도민이 직접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다. 경기도는 차후 도민을 중심으로 저출생 대응을 위한 정책 구상을 구체화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담아내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경기도가 이번 위원회 발족 소식을 전하며 ‘저출산’이 아닌 ‘저출생’이라는 용어를 채택한 점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도민과 함께 저출생 대응 정책 강구한다

경기도의 ‘(가칭)인구2.0 위원회’ 발족은 김동연 지사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김 지사는 민선 8기 시작부터 저출생을 주요 현안으로 지목하며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 1월 청년, 육아맘 등 도민 40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FGI)를 실시하고, 3월에는 500여 명 규모의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번 인구2.0 위원회 발족은 이 같은 경기도의 현장 의견 청취 방안 중 하나로, 도민참여단 인력 풀은 △출생, 육아, 돌봄의 현장에 있는 도민 △가족친화경영 인증기업 대표 △사회학자(인구학) △육아 정책 전문가 △청년·일자리 전문가 등 총 200여 명 규모다. 경기도는 위원회 인력 확보를 위해 15일부터 오는 30일까지 도민참여단 ‘아이원더’를 공개 모집할 예정이다. 아울러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월 1회 정기위원회를 직접 주재할 계획이다.

아이원더 도민참여단은 6개월에 걸쳐 활동할 예정이며 ▲결혼(미혼, 예비·신혼부부 포함) ▲임신·출생(무자녀·난임 포함) ▲육아(만 1~5세) ▲초등돌봄(1~3학년) 분야별로 31명씩 총 124명으로 구성된다. 이 밖에도 경기도는 같은 기간 가족친화경영 인증기업 대표와 전문가, 경기도의 남성 육아 참여 지원사업 ‘아빠하이’ 참여자 등을 같은 기간 별도 모집한다. 경기도 각 시‧군은 결혼, 임신‧출생, 양육, 초등돌봄 등 4개 분야에서 심층 인터뷰(FGI)와 온‧오프라인 활동을 실시하는 등 인구2.0 위원회 의견을 중심으로 현실적인 저출생 대응 정책을 강구하는 데 힘을 쏟을 전망이다.

사진=경기도

‘저출산’이 아니라 ‘저출생’?

경기도가 인구2.0 위원회 발족 소식을 전하며 공식적으로 ‘저출생’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저출산’이라는 용어를 ‘저출생’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자체 차원에서 수용한 것이다. ‘저출산’이라는 용어는 인구 감소 현상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함은 물론 출산을 강요하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특히 저출산은 여성이 아이를 적게 ‘낳는’ 것에 초점을 맞춘 반면, 저출생은 출생인구 감소 그 자체에 무게를 둔 용어라는 해석이다.

실제 저출산이라는 용어를 저출생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일부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여야 불문 4건이나 발의된 바 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용어 변경을 통해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 인구 감소의 책임이 국가에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 서울특별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저출산에서 저출생으로 용어를 변경하기도 했으며, 경기도 역시 인구2.0 위원회를 발족하며 이 같은 흐름에 편승한 것이다.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출처=서울시

한편 일각에서는 용어 변경이 출산율 제고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학계에서 출산율과 출생률은 명확히 구분되어 쓰이는 별개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합계출산율’과 ‘조출생률’이 대표적인 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가임 기간(15세~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나타내며, 조출생률은 인구 1,000명당 새로 태어난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2021년 한국 합계출산율은 0.81명, 조출생률은 5.1명이다. 혼용할 수 없는 명백히 다른 개념인 셈이다.

반면 ‘저출생’이라는 용어가 오히려 인구 문제의 근본적인 논점을 흐릴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저출산’은 출산의 주체인 여성이 처해 있는 현실적인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성평등적 관점에서 해결해 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개념이라는 주장이다.

둘째아 출생에 초점 맞춘 경기도, 현실은?

경기도는 인구2.0 위원회 발족 계획을 밝히며 ‘둘째아 출산’에 초점을 맞췄다. 보건복지부,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등 정부 부처의 손이 비교적 닿지 않는 문제를 지자체 차원에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통계청의 ‘2022년 출생·사망 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는 24만9,000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첫째아는 전년 대비 8,000명 증가한 15만6,100명(62.7%)에 달했다. 반면 둘째아 출산은 1만5,000명 감소한 30.5%, 셋째아 이상은 4,000명 감소한 6.8%에 그쳤다.

첫째아 출생은 청년층의 혼인 건수 감소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지자체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비교적 제한적이다. 결혼은 수많은 사회적 요인이 얽혀 있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2011년 32만9,000건 수준이었던 혼인 건수는 매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며, 2019년(23만9,000건) 이후로는 매년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혼인 건수는 19만2,000건 수준이다.

경기도는 첫째아를 이미 낳은 부부에 초점을 맞춰 정책적인 장애 요인을 개선하고, 이들의 둘째아 출생을 통해 저출생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등 해법을 함께 논의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둘째아 출생이 결혼 문제와 무관하다고 단정 지을 수만은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출산한 여성의 평균 연령은 33.5살로 조사됐다. 연령대별 출산율(해당 연령 여성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을 보면 30∼34살이 73.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35∼39살이 44.0명, 25∼29살이 24.0명 순이었다. 35살 이상 고령 산모 비중은 35.7%로 전년에 비해 0.7%포인트 늘었다.

일반적으로 혼인 및 출산 시기가 늦어지면 인구 감소 문제가 한층 심화하게 된다. 초혼 연령대가 상승하면 여성의 출산 가능 시기도 짧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의 첫째아 출산 여성의 평균 연령은 주요국에 견줘 높은 편이다.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관련 자료가 있는 34개 회원국의 평균 첫째아 출산 연령은 29.3살인 반면 한국은 32.3살 수준으로 집계됐다.

둘째아 출산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근본적 원인이 정책적 장애가 아닌 결혼 적령기에 대한 사회 인식에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논의의 초점을 둘째아 출생에 맞추겠다고 결정한 경기도는 먼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실을 한층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구2.0 위원회가 도민을 중심으로 발족하는 만큼, 차후 결혼·출생과 관련한 현실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타개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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