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460건 쏟아진 尹 지지율 조사, 전문성 없는 조사 업체 난립이 원인

부실 조사도 여심위에 등록하면 국가기관서 공인받은 조사로 간주되어 문제 문재인 정부 때 같은 기간의 244건보다 88% 급증, 하루 평균 1.26건씩 쏟아진 셈 시급 만원짜리 사회조사분석사가 조사하는 여론조사 난립, 더 높은 기준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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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심위)가 집계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여론조사는 취임 1년 동안 무려 460건으로, 전임자인 문재인 대통령 첫 1년에 비해 8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1.26건의 여론조사가 발표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여론조사의 증가는 비단 대통령 지지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업체 수는 2017년 말 60개에서 지난해 말 91개로 급증했다.

혼란스러운 여론조사 수치의 세계

여론조사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의아함을 자아낸다. 대통령 지지율이 여론조사에 따라 20% 포인트 이상 변동하고 있는 데다, 정당 지지율도 비슷하게 차이가 나는 만큼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는 응답을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어 회의론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5월 열흘 동안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국민리서치·뉴시스의 여론조사에서 42.1%,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의 여론조사에서 18.7%로 최대 23.4%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이러한 불일치는 국민에게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진정한 민심을 파악하려는 여론조사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여론조사가 통계로 포장된 가짜 뉴스 생산공장이 되었다”고 개탄할 정도로 수치 차이가 극명하다.

여론조사 품질 저하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ARS 조사’의 증가가 꼽힌다. ARS 조사는 2017년 대선에서는 전체의 24.2%를 차지했으나,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는 무려 77.7%로 급증했다. ARS는 비용 효율적인 여론조사 수단을 제공하지만, 통계 품질 저하의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방식이다. 즉 아이러니하게도 여론조사의 수는 급증한 반면, 그 품질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여론조사의 품질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인 응답률이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어 전문가들의 우려가 크다. 2017년 대선에서 응답률이 10% 미만인 여론조사는 48.8%에 불과했지만 다음 대선에서는 이 수치가 60%로 증가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응답률이 5% 미만인 여론조사가 2017년 18.8%에서 2022년 선거에서는 26.7%로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부적절한 감독과 느슨한 요건

많은 사람들은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 엄격한 규제와 감독의 부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여심위가 존재하고 있지만, 현행 규정상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만 하면 전문성이나 방법론의 질과 상관없이 누구나 ‘국가 공인 여론조사’로서의 권한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저질 여론조사를 억제하는 역할과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편 전문성이 떨어지는 여론조사의 실태는 윤 대통령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표본 여론조사는 표본 설정 체계가 과학적이고 대표성이 객관화돼야 한다”며 “(여론조사의) 질문 내용과 방식도 과학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공직선거관리규칙 제2조 3항 2호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은 사회조사분석사 자격증을 소지하거나 2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느슨하게 정의된 기준은 경험이 없거나 부실한 교육을 받은 사람도 여론조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취업 시장에서 사회조사분석사 2급 자격증을 우대사항으로 기재하는 공고에서는 시급 만원이 적정선으로 제시되고 있다. 특히 명시된 최소 인증 요건은 양질의 여론조사를 보장하기에는 너무 기본적인 수준이다.

한 전문가는 “사회조사분석사 2급은 시험문제 수준도 평이할뿐더러 아무나 딸 정도로 가치가 없다”지적했다. 이처럼 경험과 능력이 부족한 여론조사 기관이 시장에 유입됨에 따라 질보다 양이 우선시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는 대중과 정치 담론에 해를 끼치고 있는 수준으로까지 악화됐다. 이에 대통령의 발언대로 국민을 오도하는 저품질 여론조사를 규제하기 위해 여심위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사진=국회사진기자단

선거여론조사의 객관성·신뢰성 확보를 위한 전향적인 검토 요구

한편 지난달에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여론조사 규제 강화 법안’이 중앙선관위의 반대로 인해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법안은 대통령 탄핵, 특검, 정책 평가 등 정치적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선거여론조사에 포함시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심의와 규제를 받도록 하고, 응답률이 5% 미만인 여론조사의 공표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적 이슈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며 과도한 규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앞서 장 의원은 지난달 22일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박찬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에게 “의원 질의 도중에 멋대로 이석을 한다”며 공개적으로 질책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특히 선관위의 반대가 공개 질책 직후에 이어진 터라 정치권 안팎에선 “시점이 묘하다”는 말도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관위 수장이 공개적으로 망신당한 것에 대해 선관위 내부에서 억하심정이 있단 얘기가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여심위는 작금의 지속적인 위기를 인식하고 여론조사 업체 등록 요건을 강화하고 규정을 위반하는 업체를 처벌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여론조사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모바일 쿠폰과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나아가 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이슈에 대한 여론조사를 선거여론조사로 따로 분류하여 공정한 여론조사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여론조사 ‘품질 등급제’ 제안과 더 높은 기준에 대한 필요성

일부 전문가들은 여론조사에 대한 ‘품질 등급제’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획기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품질 등급제가 도입되면 좋은 여론조사와 나쁜 여론조사를 구분할 수 있어 대중이 각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품질 등급제도 좋지만 여론조사 품질 저하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려면 여론조사원을 채용하고 교육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 문제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각 지자체 선거관리위원회가 통계학 및 언론학 학부 전공자 중에서 선거여론조사 분석요원을 찾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여론조사는 고급 통계학 지식이 필요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채용 기준이 놀라울 정도로 낮게 설정되어 있다. 학계에서 통계학 같은 분야는 고도의 분석을 위해 대학원 수준의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식이다.

특히 현재 한국의 여론조사 현황은 질보다 양을 우선시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저품질 여론조사 기관의 난립으로 인해 정치 지형을 명확히 하기보다는 국민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여론조사의 신뢰성과 목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더 엄격한 규제, 여론조사원에 대한 더 나은 교육, 양보다 질에 중점을 두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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