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청정국가 대한민국’은 옛말, 엄벌주의 적용해 청소년 보호 나설 것

5년 새 청소년 마약사범 300% 증가, 정부 종합대책 마련 발표 마약류 불법 유통 단속 강화할 것, 실태조사 진행해 청소년 대상 교육도 확충해야 마약 청소년에 엄벌주의 적용, 청소년에 유통할 경우 최대 ‘사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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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강남 대치동에서 불특정 다수의 고등학생에게 마약이 함유된 음료를 시음시키고, 해당 학생의 부모에게 자녀가 마약을 섭취했다며 사실을 함구하기 위해 돈을 내놓으라는 협박을 가한 일당이 경찰에 잡혔다. 마약 청정 국가로 칭송받던 대한민국에서 조직적인 마약 범죄가 청소년들에까지 미친 것이다.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청소년 마약 범죄 건수는 149건에서 481건으로 약 3.8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정부에서 청소년 대상 마약 공급 사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신·변종 유해업소에 대해서도 집중 관리에 나설 전망이다.

청소년 위협하는 변종 유해환경, 범부처 간 종합대책 마련

지난 9일 여성가족부(장관 김현숙)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신‧변종 유해환경으로부터 청소년 보호 강화 방안’을 수립, 발표했다. 이번 종합대책은 청소년 보호 환경의 변화를 적시성 있게 정책에 반영하고, 청소년 보호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청소년 유해업소 단속 및 신‧변종 발굴 강화 ▲마약류 등 유해 약물 차단 및 치유지원 ▲사이버 도박 등 사행심 차단 및 예방 강화 ▲사이버 폭력 방지 및 피해 회복 지원 ▲디지털 성범죄 조기 감지 및 대응체계 강화 등 5가지 중점 추진 과제를 중심으로 한다.

특히 청소년 마약사범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마약류 불법 유통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민관 협력 대응체계를 구축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온라인 마약 거래와 광고를 신속하게 차단하기 위해 서면 전자 심의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경찰청과 지자체는 학교와 학원 주변 마약 음료 제공 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해 집중 순찰을 벌이고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미 마약류에 중독된 청소년들의 치유를 위해서도 범부처 간 방안을 마련했다. 보건복지부는 청소년 대상 마약류 노출, 사용, 중독 현황 등 실태조사를 실시해 마약류 중독 재활을 위한 기반을 확충하고, 법무부와 여가부는 소년 처우의 모든 단계에서 마약류 사용 모니터링과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치유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 연계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식약처와 여가부는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약 예방 교육 교재를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최근 청소년들이 자주 찾는 룸카페에 대해서도 집중 관리에 나선다. 룸카페는 개별적으로 나뉜 공간에서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인기가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객실마다 매트리스와 쿠션이 깔려있는 데다 별도의 성인 인증 없이도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볼 수 있어 청소년들의 탈선을 부추기는 퇴폐 장소라는 신고가 잇따랐다. 이에 정부는 규정에 따라 청소년이 출입할 수 있는 시설의 통로와 인접한 벽면은 바닥으로부터 1.3-2m 부분이, 출입문은 1.3m 부분 위쪽으로는 전체가 투명하게 바뀌도록 시설 기준을 제시하고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룸카페에 잠금장치 설치는 불가능하며 벽면과 출입문을 가릴 수 있는 커튼이나 가림막 설치도 모두 제한된다.

나아가 ‘우울증 갤러리’ 등의 사건을 바탕으로 고위기 청소년에게 전문적인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임상심리사를 배치하고, 사이버도박 위험군 청소년을 조기 발굴하고 맞춤형 전문 상담 지원도 강화하며, 디지털 성범죄 피해정보 삭제·차단, 수사 요청 등 성범죄 피해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신고 ARS’도 구축할 예정이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최근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변종 룸카페에 청소년 출입 문제 등 청소년의 일상을 위협하는 불법‧유해환경이 확산하는 현실을 엄중히 인식하며 관계부처와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했다”며 “청소년 대상 불법·유해 환경을 선제적으로 차단해 안전하게 보호하는 한편, 피해 청소년을 빠르게 찾아내 일상을 회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신·변종 유해환경으로부터 청소년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여성가족부

10대 청소년들의 마약 범죄, 전 세계적으로 몸살

일각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의 마약 관련 범죄가 범람하는 이유로 마약에 대한 접근성이 쉬워진 탓이라고 지적했다. 마약 김밥, 마약 옥수수 등 식품 명칭이나 상호에 ‘마약’이라는 표현의 남용이 이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고대균 충남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예전엔 마약 김밥, 마약 떡볶이 같은 표현이 유희적이라고 봤는데, 마약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요즘엔 자칫 이런 표현이 마약과 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심리적 허들을 낮출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청소년들이 이런 표현이나 상품마케팅에 무분별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사회적 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과거에 비해 사회적 분위기나 정서가 변해 ‘마약’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의 경계를 느슨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에 있는 마약 소재 콘텐츠가 청소년의 모방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영화 리뷰 영상이나 Youtube Shorts(유튜브 쇼츠) 등으로 무분별하게 마약에 취한 연기를 하는 작품 등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펜타닐 좀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만큼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의 과다복용으로 한 해에 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다. 청장년층 사망 원인 1위가 ‘펜타닐 중독’으로 집계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대적으로 인력을 늘려 펜타닐 생산과 판매를 단속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펜타닐은 한 알당 2~3달러에 거래될 정도로 저렴하며, 치사량은 고작 2mg에 불과하지만, 중독성은 헤로인의 50배, 모르핀의 100배에 달해 위험성이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청소년들이 병원에 방문해 펜타닐 패치를 구하고 쿠킹호일에 올려 열을 가해 흡입한 사건 등이 발생하고 있다. 펜타닐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마목’으로 분류돼 이를 사용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소지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기도 한다. 또 마약범죄는 중범죄로 분류되어 아무리 소년범이라 할지라도 성인처럼 형사재판을 받게 된다.

강력한 처벌로 마약 유통 차단할 것, 최대 사형까지

지난달 30일 대검찰청은 청소년 마약범죄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며 영리 목적으로 청소년에게 마약, 항정신성의약품, 대마 등 마약류를 공급·투약하는 범죄를 저지를 경우 원칙적으로 구속기소 할 뿐만 아니라 현행법상 최고형인 사형까지 가중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에게 마약을 공급하거나, 청소년을 마약 유통에 가담시킨 경우, 청소년과 함께 마약을 투약한 사범 등이 적용 대상이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은 미성년자에게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마약류를 수수·조제·투약·제공한 자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며, 영리 목적이나 상습적으로 범행한 경우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청소년이 의료용 마약을 불법 유통·판매하는 경우도 무관용 원칙으로 구속 기소할 계획이다. 대검에 따르면 청소년 마약사범 증가율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약 300% 달한다. 같은 기간 전체 마약사범 증가율(30.2%)에 비하면 무려 10배나 높은 수치다. 검찰 관계자는 “단 1~2회 투약으로도 중독될 수 있는 청소년기 마약류 사용은 신체·정신 발달과 이후 삶의 기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성인보다 그 폐해가 더욱 심각하다”고 강조하며 처벌 강화 이유를 밝혔다. 다만 마약류 단순 투약 청소년에 대해서는 교육·선도·치료 조건부 기소유예를 적극 활용해 치료·재활 기회를 우선 제공하고, 청소년 맞춤형 교육과 예방 활동도 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부모나 교사가 마약 투약 청소년을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마약류별 투약 시 증상과 신고·상담 채널 역시 적극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다.

검찰은 새로 출범하는 대법원 산하 독립위원회인 제9기 양형위원회에 ‘마약사범 양형기준 강화’ 안건 상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엄벌주의 자체만으로 성공하긴 어렵겠지만, 다각도로 검토하는 여러 대책 중의 하나”라며 “이번이 마약 근절의 마지막 기회라는 데 공감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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