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저하에 ‘공공 산후조리원 의무화’까지 등장, 인구 위기 해법 이것 뿐인가?

2022년 합계출산율(잠정) 0.78, 나아질 기미 안 보이는 저출산 문제 해법으로 공공 산후조리원 제시한 국회인구위기특위, 의견 분분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 원인 탐색이 중요” 납세자 이해 위한 대안 마련도 필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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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의 문제는 점차 우리 사회에 시급하고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에서 출산 장려를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산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발족해 문제 해결과 대안 마련을 주문했으며, 국회에서도 ‘인구위기특별위원회(인구특위)’가 조직됐다. 인구특위는 프랑스나 독일 등 선진 국가들이 출산율 하락을 방어한 사례를 통해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장기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공공 산후조리원 의무화, 아동수당 지급 등 여러 대안을 발표했다.

저출산 위기 해법, 장기적 관점으로 대안 마련하는 것이 중요

지난 3일 김영선 국회 인구특위 위원장(국민의힘)은 육아 워라밸 없이 근본적인 저출산 해결은 불가능하다며 “공공 산후조리원같이 첫 육아 시기에 피부에 와닿는 정책부터 내실 있게 하나씩 실행에 옮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국회 인구위기특위 자체가 본격적인 논의를 막 시작한 단계에 있지만 과거와 다른 접근법, 전 세계의 입법례 분석, 부처 간 칸막이를 지우는 정부 혁신 등의 기본 틀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책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은 사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2018년 저술한 ‘한국이 소멸한다’라는 책에서 이미 인구 위기를 지적한 바 있다. 당해 합계출산율은 처음으로 0.98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고, 정부가 2월 발표한 2022년 합계출산율 잠정치는 0.78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출산율 하락세는 일본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일본의 장기침체 원인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저출산·고령화’인데, 일본은 합계출산율 수치를 1.3(2022년) 수준으로 방어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저출산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출산장려금과 같은 일시적 지원이 아닌 아이의 성장에 따른 장기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인기 영합성 파격 정책보다 실현가능한 지속적인 과제들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공 산후조리원처럼 산모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산후조리원 477곳 가운데 97%는 민간, 나머지 16곳(3%)이 공공 산후조리원이다. 지자체에서 공공 산후조리원을 설치하도록 법제화되어 있으나 의무가 아닌 권고 조항이기에 재정 부담을 이유로 운영이나 설립을 중단하는 지자체도 많다. 이에 김 위원장은 인구특위 위원장으로서 저출산 입법 대책 1호로 지자체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 의무화,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 및 일부 운영비 국비 보조, 저소득 취약층 이용자에 이용료 감면 등의 내용을 발의했다.

필수인가 사치인가? 산후조리원을 둘러싼 찬반 경쟁 치열

산후조리란 출산 후 여성을 임신 전 건강 상태로 회복시키는 과정을 말하며, 대체로 분만 후 6주간 진행한다. 사회적으로 출산 후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빈도수는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지난 2018년에 이어 2021년 산후조리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산후조리원 이용률은 75.1%에서 81.2%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장소별로는 ‘본인집’(88.8%), ‘산후조리원’(81.2%), ‘친정’(13.7%), ‘시가’(1.5%) 순으로 집계됐으며 산후조리를 위해 친정이나 시가에 의존하기보다는 산후조리원과 본인 집에서 산후조리 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0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산후조리원’에서는 산후조리원에서의 일상과 실제 출산 시의 모습을 그리며 많은 여성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사실 산후조리는 한국에만 있는 특별한 시스템으로,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산모와 신생아를 돌봐줄 마땅한 사람과 장소가 줄어들어 산후조리원이 생겨났다. 문제가 되는 것은 너도나도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다 보니 민간 시설의 이용료가 점차 높아졌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 몸의 건강을 위해 산후조리원을 당연히 선택할 것이라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기준 산후조리원의 이용 요금이 일반실 평균 232만원, 특실은 294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국 최고가는 2,600만원, 최저가 90만원으로 이용 요금이 28배나 차이가 난다.

한 인터넷 켜뮤니티에서는 산후조리원 가격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찬성 측은 체계적인 관리로 추후 합병증을 예방해 주며, 영아 건강관리나 모유 수유 등 기초적인 교육도 해 준다고 강조했다. 비싼 가격에 대해서도 산후조리를 잘못할 경우 평생 뼈가 시리거나 체질이 바뀌어 버릴 수 있다며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고수했다. 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친정이나 본인 집에서도 산후조리사의 도움을 받아 몸조리할 수 있으며, 육아 방법, 집 청소, 식사 제공까지 훨씬 저렴한 가격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산후조리원은 일종의 ‘사치’이지 필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대다수는 산후조리원 자체에 찬성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대해서는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공공 산후조리원, 저출산 해결 위해 산후조리에까지 세금을?

일각에서는 산후조리가 아무리 필수라지만 김 위원장이 제시한 대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 산후조리원을 의무화한다’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에는 성남시 의회가 공공 산후조리원을 설치해 무상 산후조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보건복지부에서 제동을 걸기도 했다. 복지부는 국가가 시행 중인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사업을 확대하고 출산장려금을 확대하면 충분하다며 성남시 안을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강영호 서울대 의료관리학 연구소장 역시 “산후조리원이 산모에게 도움이 된다는 학문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산후조리원에 다녀온 산모가 더 우울감을 느낀다는 보고가 있다”고 밝혔다. 또 면역력에 취약한 신생아들을 집단으로 모이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천정부지로 값이 오르고 있는 민간 산후조리원에 공공 산후조리원이 견제 역할을 해야 한다며 공공 산후조리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귀영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은 “산후조리원이 고급화되면서 많게는 이용료가 10배 넘게 차이가 난다”며 “공공 산후조리원이 산후조리 서비스의 표준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공공 산후조리원은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며, 산후조리에까지 세금을 투입해야 출산 장려가 되는 심각한 상황에 놓인 것이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시민은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결국 혼인율이 떨어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통계청은 2012년 총혼인 건수 327,073건, 조혼인율 6.5이며,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직전인 2019년까지 총혼인 건수 239,159건, 조혼인율 4.7까지 하락했다고 밝혔다. 가장 최근인 2022년의 경우 총혼인 건수 191,690건, 조혼인율 3.7로,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감안하더라도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물론 ‘인구 위기’인 상황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학계에서는 2070년까지 총인구 1,241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며 ‘국가 소멸’까지 거론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임신 및 출산 시 바우처를 지원하고 최근에는 부모수당도 지급하기 시작했다. 반면 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을 위해서는 선택적 복지 수단이 마련되고 있는 상황이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 문제지만 출산을 기피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서부터 기인했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공공 산후조리원도 그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국민 세금을 이용하는 만큼 납세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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