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 위해 필요하다”는 산업銀 부산 이전, 정말일까?

국토교통부,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공기관 지정 고시 산업銀 노조 측 “서울 벗어나면 銀 자금 조달 능력 떨어질 것” 정권 내서도 불만 목소리, 원희룡 “과거 분산 정책 모두 실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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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된다. 3일 부산시는 국토교통부가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으로 관보에 지정·고시했다고 밝혔다. 이전 공공기관 지정에 따라 2005년 공공기관 지방 이전계획의 잔류기관에 포함된 산업은행은 이번에 수도권 잔류기관에서 제외됐다.

부산시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공기관 지정 고시 환영”

부산시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공공기관 지정 고시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단순히 공공기관 하나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차원을 넘어 부산을 서울에 상응하는 한 축으로서 성장시키려 하는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의지”라며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의의를 거듭 역설하기도 했다.

부산시는 앞으로 산업은행 본사 기능의 충분한 이전과 임직원들의 주거·교육 등 양질의 정주 여건 조성에 온 힘을 다할 방침이다. 또 산업은행법을 조속하게 개정해 이전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산업은행과 정부, 국회에 지속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공공기관 지정 고시를 시발점으로 산업은행 지방 이전 계획 승인 및 산업은행법 본점 조항 개정이 마무리되면 산업은행 부산 이전 작업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이전을 둘러싼 ‘동상이몽’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지역균형발전을 이유로 내건 공약 중 하나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5월 110대 국정과제에 해당 공약을 포함시키며 빠르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정부 차원의 ‘밀어주기’ 덕에 지난달 3일 금융위원회에서 국토교통부에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을 제출했으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의결 등도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장제원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한 의지를 거듭 내비치며 이를 자신의 ‘치적’이라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공약인 지방시대를 실현하기 위한 상징적인 공약이 바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라며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항만과 물류, 금융이 만나는 지점을 설정했다는 데에 의의가 크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나 동상이몽이라 했던가, 산업은행 노조는 부산 이전 공공기관 지정 고시에 그다지 호응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1월 산업은행 노동자들은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반대 아침 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산업은행 노동자들은 “산업은행 본점 이전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법안 개정 여부를 논의한 후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등 부산 지역구 여당 의원들이 ‘묻지마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낸 것이다.

장 의원에 대한 힐난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산업은행지부는 “신중한 논의와 법 개정이 필요한 본점 이전을 윤석열 정부가 급하게 추진하고 있는 건 부산 지역구 의원인 장 의원의 입김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실제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이 당선인이던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도 나왔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윤 정권이 강조하던 게 법치주의인데, 왜 산업은행 이전은 법을 어기면서까지 졸속으로 진행하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산업은행이 대선 결과의 전리품이 됐다며 한탄하기도 했다. 현행 한국산업은행법 4조는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업은행지부는 이를 근거로 “법 개정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본사를 이전하는 건 불법이자 졸속”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DB산업은행 전경/사진=산업은행

산업은행 부산 이전, 업무 역량 강화에 도움 되나?

산업은행 부산 이전 옹호론자들은 은행이 부산으로 이전될 경우 업무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 강조하고 있다. 혁신성장을 위한 투자 업무는 정주권이 우수한 곳에서 이뤄져야 하며 현장 방문 산업지역과 가까운 곳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주장이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이후 혁신성장금융의 대체투자 시장을 중심으로 한 운용 업무 중심지로서 부산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다르다. 산업은행 노조는 “산업은행은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으로 재원을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에서 조달해야 한다”며 “그런데 각종 금융기관이 모여 있는 서울을 벗어나게 될 경우 정책금융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자금 조달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은행이 서울을 벗어날 경우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이 축소되고 지역 산업 육성 및 특화 산업 육성 등 정책금융의 영역도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현준 산업은행 위원장은 “산업은행 노동자 2,000명이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보단 지방 기업에 2,000억원을 지원해 주는 게 산업은행의 역할 아니겠나”라며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면 기업에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산업은행의 기능이 약화돼 오히려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산업은행은 타 금융기관들과 협업을 이어가야 할 ‘시정형 정책금융기관’으로 분류된다. 다른 금융 공공기관의 경우 기관별 사업이 있지만, 산업은행은 그렇지 않다. 지난 2021년 말 기준 유효벤처기업(벤처기업을 유지하는 기업)은 비수도권 대비 수도권 기업 수 비율이 77%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4년 제정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공공기관 이전이 진행됐음에도 산업은행이 수도권에 남은 건 괜한 일이 아니다. 부산 이전 시 산업은행의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우려되는 이유다.

정권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과거 수도권 시설을 지방으로 강제 이전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는 데 몰두했으나 이런 분산 정책은 결국 실패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권 vs 노조 기 싸움 ‘강 대 강’, 승리의 여신은 누구에게 미소 짓나

산업은행은 부산 이전이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정책금융 역할을 강화해 나가기 위한 초석이라며 직원들을 설득하겠단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노조와의 갈등은 갈수록 강 대 강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 측은 “서울서 근무한다는 합리적 기대를 갖고 입사한 은행 직원들이 부산 발령으로 생활상 불이익을 겪은 점 등을 적시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인사 발령과 관련한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법적 대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수백일째 지속되고 있는 ‘부산 이전 반대 집회’도 이들의 갈등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부산 이전 이슈로 인해 산업은행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직원들은 98.5%에 달한다. 거의 대부분 직원이 부산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부산 이전 논란이 본격화된 후 은행을 떠나는 퇴사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임금피크를 제외한 산은 퇴사자는 105명으로, 이는 전년 대비 약 2배 늘어난 수치다. 정책 드라이브 의지가 강한 윤 정권과 이를 극렬히 반대하는 산업은행 노조 간의 치열한 기 싸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승리의 여신은 누구에게 미소지을까. 아직은 지켜봐야 할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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