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처 ‘EU 청년정책 강화안’ 소개, ‘대한민국 청년살리기’ 위해 주목해야 할 것은?

2022년 청년실업률 역대 최저치 달성(6.4%), 대다수 음식점·숙박업에 몰려 EU 청년 보장제도 강화 권고·2022 청년의 해 지정해 맞춤형 지원 “청년 문제 해결은 매우 중요” EU서 시사점 찾아 문제해결·사회발전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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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과도기적 생애 단계의 특성, 경험·전문성 부족·높은 직업 진입장벽 등으로 인해 저임금·불안정 고용 등 노동시장에서 여러 위기에 직면할 때가 많다.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도 청년실업률은 일반실업률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이 문제는 보다 심각해졌다. 청년실업의 증가는 개인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미래의 실업 위험 증가, 소득수준 감소, 인적 자본 손실, 빈곤의 대물림 등 사회에도 장기적 상흔을 남길 수 있다.

이에 사회 각국에서는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유지를 위한 정책 추진에 주력하고 있으며, 지난 2020년 10월 EU 이사회는 회원국에게 기존 청년 보장 제도를 강화하도록 권고하고, 2021년 말 유럽의회에서 2022년을 ‘유럽 청년의 해’로 지정하는 등의 노력을 펼쳤다. 국회입법조사처(이하 입법처)는 EU의 청년정책이 대부분 한국과 유사하나, 취약 집단 맞춤형 지원방안을 단계적·구체적으로 제안한 점과 청년과의 다양한 소통·이해에 기반한 실제적 작동 기제를 강조한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했다. 이에 우리나라 청년의 삶의 질 향상과 어려움 극복을 위해 제도 보완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년실업률 낮아졌지만, 일자리 질도 낮아진 대한민국 현실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2022년 기준 6.4%로 2000년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2023년 1분기(1~3월) 통계는 6.7%로 역대 1분기 중 가장 낮게 기록됐다. 하지만 일자리의 질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청년들이 주로 내수 경기와 직결된 음식점·숙박업에 몰려 고용 안정성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마이크로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올해 3월 근로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청년층 상용 근로자(249만3,000명)는 전년 대비 4만5,000명 감소했다. 반면 계약 기간 1개월 이상∼1년 미만인 청년 임시직(106만8,000명)과 계약 기간 1개월 미만인 청년 일용직(13만8,000명)은 각각 1만3,000명, 1만 명 남짓 늘어났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숙박·음식점업은 전통적으로 근속 기간이 짧고 이직과 전직이 매우 활발해 고용 안정성이 높은 업종이 아니다”라며 “경기가 악화하면 청년층 실업 문제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향후 내수 소비가 나빠지면 청년층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청년들은 ‘거지방’으로 불리는 단체 채팅방을 통해 서로의 지출 내역을 질타하고 무한 절약을 강조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욜로 챌린지에서 무지출 챌린지로 SNS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치킨을 사먹지 않고 직접 만들어 먹거나 여건이 되지 않으면 밀키트를 활용하는 등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며, 유튜브에서도 관련 영상들이 다수 업로드되는 실정이다. 니트족(NEET,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1분기 자신의 활동 상태를 ‘쉬었음’이라고 답한 청년 수는 1년 전보다 5.1% 늘어난 45만5,000명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년 퇴직자나 고령층, 노약자와 달리 ‘쉬는 청년들’이 급증하는 것은 사회에 좋은 신호가 아니다.

국회 미래연구원은 최근 무기력증에 빠진 청년들에 대해 동아시아 청년들이 북유럽 등에 비해 성인기 진입이 다소 늦은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청소년기에서 성인기 사이를 뜻하는 ‘성인 이행기’라는 개념을 추가하고 있다. 국회 미래연구원은 한국 청년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만 28세를 성인으로 인식한다며 졸업, 취업, 분가, 결혼, 출산 등 인생의 주요 사건을 경험하기 전 교육과 노동시장에 머무는 기간이 길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청년 노동시장 관련 지표상 학업-노동 병행 비중이 높고 구직 기간이 짧으며, 고학력자 니트 비중도 적은 북유럽에 비해 동아시아 국가들은 주요 생애 전환 시기가 늦은 탓에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결혼, 출산 시점이 밀집돼 있다는 것이다.

취업난도 문제다. 2018년 기준 한국의 청년층(25~34세) 고등교육 이수율은 69.6%로 2008년 이후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높은 교육 수준에도 불구하고 한국 청년들은 특정 직무나 직업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교육과정 중 특정 직종·직업과 관련된 특수 지식을 습득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 미래연구원은 한국 사회는 청년들에게 개방적이라고 말하지만 매우 계층화된 기회를 제공한다고 꼬집었다. 교육열이 과열된 만큼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졌다. 더 많은 사람이 동일한 기회를 추구하면서 성공과 실패의 격차는 더 벌어졌고 이러한 상황은 2010년대 들어 한국 청년들이 사회로 나가는 시기를 늦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 교육과 취업 사이의 갭이 큰 탓에 사회적으로 위축된 개인이 대량 양산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된 것이다.

EU의 청년정책: 취약계층에 맞춤화 지원을, 청년들에게 포괄적 기회를

EU는 청년실업률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청년 보장제도(Youth Guarantee)를 시행한 바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2013년 EU 청년실업률이 24.4%에 달했던 때에 발표된 것으로 청년실업 해소와 장기실업 비활동인구로의 이탈 방지를 위해 25세 미만 청년의 실직 또는 정규교육을 마친 시점부터 4개월 내에 양질의 일자리, 지속적 교육, 견습·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EU는 청년 보장제도 지원을 위해 EU 기금인 청년고용 이니셔티브’(Youth Employment Initiative)에서 2020년까지 90억 유로의 예산을 편성했으며, 추가적인 재정은 ‘유럽사회기금’(European Social Fund:ESF)과 EU 회원국 국가 예산을 통해 추진했다.

그 결과 2013년 이후 7년간 약 2,400만 명 이상의 청년이 일자리를 구하거나 교육 및 훈련의 기회를 얻는 성과를 보였다. 또 공공 고용서비스 개선의 동인으로 작용하며 청년 고용서비스가 전 유럽 사회에서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이에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20년 2월 유럽의 청년실업률은 14.9%까지 낮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봉쇄 조치가 취해지자,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급격하게 높아졌고, 감소 추세에 있던 청년실업률과 니트족의 비율이 상승할 것이란 예측도 이어졌다. 이에 EU 국가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청년 위기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해 2020년 10월 기존 EU 청년 보장제도를 대체하는 ‘청년 보장제도 강화 권고’를 발표했다.

강화안에는 ▲제도 대상 확대(기존 25세에서 29세로) ▲청년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포괄적 청년 일자리 지원에 중점) ▲취약 집단에 개별화된 맞춤형 지원 등이 강조됐다. 이 같은 EU의 권고에 대해 회원국들은 ‘매핑-선제적 접근-준비-기회 제공’의 단계별 권고 사항을 토대로 계획을 구성했고, EU는 각 회원국의 계획 이행을 재정적·정책적으로 지원했다. 이와 더불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은 2021년 9월 국정연설에서 2022년을 청년의 해로 지정할 것을 제안하면서, 더 나은 미래 건설을 위해 청년의 비전·관심·참여를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청년에게 보다 친환경적이고 디지털적·포용적인 미래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입법처는 이 제안의 이면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청년의 교육·고용·사회적 포용 및 정신건강에 끼친 영향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며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제약을 받게 된 청년들에 다양한 기회를 부여하고 청년의 역할을 강화하고자 하는 EU의 의지가 잘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청년의 해 지정 이후 2022년 한 해 동안 EU 이사회는 유럽의회, EU 회원국, 지역 당국, 청년단체 등과 활동을 조율하고 국가조정관과 청년단체 대표의 회의를 소집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 54개국에서 8,000여 개 활동이 이뤄졌다.

EU 청년 강화 정책 시사점, 니트족 줄이는 것이 관건

EU는 청년 보장제도를 강화하고 청년의 해를 지정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우리나라 역시 ‘청년기본법’을 제정하고, ‘청년의 삶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등 청년정책 마련에 힘썼으며, 고용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한 바 있다. 청년희망적금, 내일 저축 계좌, 경기도 청년 기본소득 등 목돈 마련을 위한 국가적, 지자체적 노력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EU와 한국의 청년정책은 청년의 삶 전반에 대한 포괄적 지원 및 정책 결정 과정의 청년참여 강화, 코로나 위기 대응이라는 공통적 방향성을 띠고 있다.

하지만 EU를 통해 우리나라는 ▲니트 등 중점 지원 대상을 세분화해 대상에 대한 이해 및 후속 조치에 이르기까지 맞춤형 접근방안을 단계적·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며 ▲청년정책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다양한 청년층을 이해하고 포용해야 하고 ▲청년들이 삶에서 직면하는 장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긍정적·실질적 제도 및 평가 방법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프랑스는 청년 니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과 시민의 날(JDC)을 활용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파악하고 청년 보장제도와 재도전학교 등을 통해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미션 로칼레’와 같이 청년 고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센터를 설치해 공공 고용 서비스 간 협력과 역할 분담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청년실업 통계와 특성을 분석해 프랑스의 ‘가랑티 쥰’과 같은 대표적인 청년 니트 지원 프로그램도 설계해 도입하고 있다.

입법처는 “청년 니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국의 사회·경제적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프랑스의 정책, EU의 정책 등에서 영감을 얻어 한국도 청년들의 안정적인 고용과 사회 통합을 돕기 위한 종합적이고 효과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단순 저소득층만이 아닌 청년 니트족도 취약계층으로 분류해 관련된 제도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청년 니트족이 직면한 문제를 고려해 다각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정부와 민간 부문 간의 협력을 촉진 및 고용 서비스를 위한 지역센터를 구축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청년 니트족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 교수는지난 정부에서 많이 신경 썼던 니트 청년, 구직 단념 청년, 은둔 청년 등의 자립 지원 정책이 현 정부 들어 미흡해진 것 같다면서청년 고용 정책에 소극적이더라도 최소한 약자에 집중한 정책이라도 잘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국 시대는 흐르고, 기성세대는 노령 세대로, 다음 세대는 기성세대로 발전할 것이다. 청년들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궁극적으로는 사회의 발전을 위해 청년 정책에 좀 더 힘을 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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