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국빈방문, 한·미·일 동맹 강화로 경제 침체 뚫는다?
윤 대통령 미국 국빈방문, 얻은 것 없어, 외화내빈(外華內貧) 혹평 핵무기 보유 요구는 핵 공유를 위한 협상 테이블 마련하는데 그쳐 중국, 러시아 무역 막힌 것에 대한 보상도 빈약하다는 평가
지난달 30일 기획재정부(기재부)의 발표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미국 기업 8곳이 총 50개의 양해각서(MOU)를 맺고 합계 59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한국에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제부처 장관, 4대 그룹 총수 등 122명의 경제사절단이 방문했고,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앞서 본인의 박사 재학 대학인 미시건 대학 및 보스턴 일대에서 투자유치 활동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전후로 유치한 59억 달러는 지난해 미국이 우리나라에 직접 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FDI)한 금액의 3분의 2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59억 달러(7조8천억원)의 투자 유치, 한미 동맹의 결실일까?
발표된 59억 달러 중에는 OTT 콘텐츠 전문업체 넷플릭스가 향후 3년간 25억 달러(3조3천억원), 소재과학 기업 코닝사의 15억 달러(2조원)가 포함되어 있다. 이에 OTT 업계 전문가들은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는 한국의 영상 콘텐츠가 확실한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동남아 지역에서 강세인 만큼 예견된 것이었다며 평가 절하하는 분위기다. 지난 5년간 넷플릭스가 한국에 투자한 금액에 비해 오히려 적은 금액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코닝사의 투자도 생산 공장으로 한국의 가치를 본 것이지, 기재부가 주장하는 대로 인력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기회라는 주장에 의구심을 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재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투자 내용 측면에서도 첨단 산업 분야가 주를 이루고 있어 양국 기업이 보유한 우수한 기술과 제조, 인력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초격차 확보에 상호 협력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으나, 이 역시 코닝이 이미 충남 아산 일대에 지난 50년간 100억 달러 이상 투자했던 사실을 미뤄봤을 때 대규모 신규 투자를 유치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코닝은 1970년대 초 한국에 진출해 삼성전자에 OLED 등 첨단 디스플레이용 유리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 및 LG 등에서 OLED 수요가 계속 있었던 만큼, 한국에 신규 투자를 대규모로 계획한 것은 분석도 뒤따른다.
핵무기 보유에 대한 의지, 얻은 것은 미국의 동아시아 내 군사력 강화 지원
올해 초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핵무기 보유에 대한 의지를 표현하자, 국내 우파 지식인 단체에서는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할 만큼 북한의 위협이 중대한 문제가 됐다는 발언을 연이어 쏟아냈다. 여당에서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핵무기 보유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논의가 있었다는 것을 간접 시인한 바 있으며, 해외 석학들과의 면담에서도 한국의 핵무기 보유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경우가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워싱턴 선언’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했던 1990년대 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단지 ‘한-미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 설립을 통해 실무진에서 미국의 핵무기를 한국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핵무기가 포함된 한미상호방위 개념으로 확장되었다는 것이 작게나마 얻은 성과다. 한국에서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와 같은 수준의 협의라고 평가하고 있는 반면, 미국 내에서는 한국의 핵 보유 열망을 잠재우기 위한 적절한 외교적 대응이었다는 평가라는 것이 외교가 관계자의 설명이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의 대만 침공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중국에 대한 견제 목적에서 동북아시아에 핵무기 배치 물량을 더 늘리고 싶은 미국의 고민을 우리가 덜어준 셈이라는 설명을 내놓는다. 북한과 안보 위협이라는 명목을 이용해 한반도에 미군의 무장을 강화하는 것이 중국 견제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미국의 진정한 목표라는 것이다.
얻은 것과 잃은 것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중국, 러시아에 수출이 차단되면서 잃게 된 수출액 보전과 핵보유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었다. 그러나 수출액 보전으로 제시됐던 미국의 당근은 이미 한국에 투자한 회사들이 기존의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것이 대부분이고, 실질적으로 한국의 기술력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정책은 많지 않았다. 기술 협력 및 이전에 관한 것도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아라티 프라바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실장이 한-미 양자과학기술 협력 공동성명서에 서명한 것이 전부다. 덕분에 미국이 주요 양자과학기술 선도국 중심으로 설립·운영해 온 정부 간 양자 다자협의체(2ⁿ vs 2N)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 독일, 프랑스, 영국, 스위스,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일본, 호주 등과 협력할 수 있게 된 것도 한국의 기술력 대비 늦어진 것이라는 것이 과학계의 설명이다.
한·미·일 삼각 동맹에 완벽히 편입되면서 잃게 된 것도 많다. 일본은 러시아의 저렴한 천연가스를 수입하면서 무역수지 적자를 상당부분 극복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미국 및 서유럽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는 구조를 전혀 바꾸지 못했다. 무역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8월과 올해 1월을 포함해 올해 3월까지 지난 9개월 동안 누적된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617억9,000만 달러에 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인 2020년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448억6,500만 달러였다.
지난 1일 잠정 집계된 4월 무역수지 적자 역시 26억2천만 달러에 달하는 데다 3월부터는 수출액도 빠르게 감소하는 상황이다. 3월 들어 수출액은 작년 3월 대비 17% 감소했고, 4월에도 14.2%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주요 수출처였던 중국과 러시아 수출이 사실상 닫힌 만큼, 올 상반기 내내 수출 감소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한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국빈 방문으로 얻은 것은 많지 않은 반면 한국 경제 성장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반도체 수출, 미래 기술 이전 등에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지 못한 만큼, 외화내빈(外華內貧) 방문이 아니었냐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