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녹색채권’ 3조9,000억원 발행한다는 정부, ‘정책’이 ‘경제 근간’ 흔들어선 안 돼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눈앞으로, 당초 목표 수치 뛰어 넘어 우리나라 국가 부채 수준 심각, “5년 새 15%p 상승” 기후위기도 당면 문제지만, ‘경제위기’도 함께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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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녹색분류체계 확산을 위한 실천 협약식’에 참석해 협약서에 서명했다/사진=환경부

올해 3조9,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녹색채권이 발행된다. 당초 목표 수치 3조원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으로, 기업들의 많은 관심에 부응한 결과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 중 우리 정부가 재원을 활용해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영역은 상당히 좁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가 부채 문제를 의식해 민간 자금을 최대한 유용해 보겠단 꾀인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부, 23개 기업과 ‘한국형 녹색채권 업무협약’ 맺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2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사업’에 참여한 23개 기업과 ‘한국형 녹색채권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국형 녹색채권이란 발행자금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의해 정의된 녹색경제활동에 사용되는 채권이다. 다시 말해 탄소중립과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친환경 경제활동’의 기준인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적용해 발행되는 채권이란 뜻이다.

녹색채권 발행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시장에 안착시켜 녹색위장행위, 즉 ‘그린워싱’을 방지하고 우리 사회의 녹색전환을 달성하는 과정에 민간 자본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시작됐다. 정부는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지원사업’을 통해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했거나 발행할 예정인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의 규모와 사업의 성격을 고려해 이자 비용의 일부를 보전할 계획이다.

이날 협약에 참여한 23곳 기업은 재생에너지 발전과 무공해 운송 수단 보급 확대, 폐배터리 재활용설비 구축 등 각종 녹색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한국형 녹색채권을 약 3조9,000억원 발행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간 373만 톤 감소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환경 개선 효과가 더불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녹색채권 발행 주요 절차/출처=환경부

정부, ‘녹색채권 발행 가이드라인’ 마련

국제사회는 파리협정 발효 이후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 자발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경우 지난 2019년 12월 사회 전 분야의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로드맵인 ‘유럽그린딜’을 발표했으며, 2021년 7월엔 ‘유럽기후법’을 승인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실천에 법적인 구속력을 더하기도 했다.

이에 우리나라도 지난 2021년 8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가 단위의 대책을 법제화했으며, 이후 2022년엔 ‘한국형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특히 가이드라인 내 녹색채권 발행 절차를 명확히 밝히며 발행자의 편의성을 제고하고 시장 적용성을 높인 점이 눈에 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한국형 녹색채권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따른 녹색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상장 원화 녹색채권에 우선 적용된다. 여기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란 녹색경제활동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해 더욱 많은 녹색 자금이 녹색 프로젝트나 기술로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개발된, 녹색경제활동을 정의하는 하나의 지침서다.

가이드라인은 녹색채권 발행 절차 계획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이에 따르면 발행자는 우선 녹색 프로젝트와 관련한 자금 조달 수요를 확인하고 이에 따라 녹색채권 발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후엔 보다 명확한 채권 관리를 위해 △회사 소개 및 녹색채권 개요 △관리체계 목적 △자금 사용처 △평가 및 선정 절차 △자금 관리 방법 △보고 등 주요 내용에 대한 관리체계를 작성해야 한다. 이외에도 △적합성 판단 요청 △사전 외부 검토 △채권 발행 △사후 보고 △사후 최종 보고 △사후 외부 검토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녹색성장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우리 정부는 국가 차원의 녹색성장을 위해 기업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번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시범사업에 대해선 다소 발을 뺀 모습이다. 정부는 3조9,000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한국형 녹색채권 중 약 77억원가량의 예산만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국가 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등 악재가 겹치자 최대한 민간 자금을 유용해 보겠단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우리나라의 국가 부채 비율 상승 속도는 비교적 빠른 편이다. 지난 2018년까지만 해도 40% 수준이던 부채 비율 상승 속도는 5년 새 15%p가량 뛰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재정 지출이 늘어난 것이 큰 출혈을 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국가 부채 비율이 앞으로도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 윤석열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7년 말엔 우리나라의 국가 부채가 57.8%까지 뛰어오를 것이라는 게 IMF의 견해다.

기후위기는 멀리 있지 않다. 지난 17일엔 유엔(UN) 산하 기구 ‘세계기상기구(WMO)’가 오는 2027년 안에 지구 평균 기온이 66%의 확률로 1.5°C 기준점을 넘을 것이라고 밝히며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1.5°C 기준점’ 돌파란 전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화로 인해 화석연료 배출량이 실제로 증가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보다 1.5°C 더 올라간다는 의미로, 사실상 ‘기후 변화의 마지노선’이 깨지는 것이다.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이 고무적인 성과로 꼽히는 이유다. 다만 그것이 우리나라의 근간을 흔들어선 안 된다. 건전재정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재원을 쏟아부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기후위기는 물론 경제위기 또한 돌파해야 할 하나의 장애물임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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