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화되는 캐나다 인력난, 한국 워킹홀리데이 인원 연 쿼터 3배 늘린다
한국-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인원 연 4,000명에서 12,000명으로 증가 호주 비해 까다로워 후순위로 밀리던 캐나다 워홀, 청년 참여 늘리나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발전된 캐나다 경제, 부족한 인력 워홀로 메꾼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캐나다의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캐나다 내부에서 노동력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한편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청년교류 업무협약(MOU)를 통해 기존 4,000명으로 유지되던 워킹홀리데이 쿼터 인원을 12,000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국과 캐나다의 청년교류, 200명으로 시작해 12,000명으로 쿼터 증가
올 초 한국과 캐나다 양국 정부는 2023년 수교 60주년을 맞아 청년 교류 확대 및 이해증진을 위해 워킹홀리데이 대상 인원을 한시적으로 기존 4,000명에서 6,500명까지 확대한 바 있다. 한국은 캐나다와 1996년 200명을 시작으로 4,000명까지 꾸준히 쿼터를 늘려왔다. 현재는 연간 지원자 1만 명이 넘을 정도로 국내에서 인기가 많다.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 청년 16,544명이 캐나다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최근 한국과 캐나다는 2024년 워킹홀리데이 연간 쿼터를 기존 4,000명에서 1만2,000명으로 3배 확대하기로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교부 장관이 지난 17일 한-캐 정상회담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가 임석한 가운데 기존 워킹홀리데이 협정을 전면 개정·확대 개편한 한-캐나다 청년교류 MOU에 서명했다. 이로써 한국은 MOU를 체결한 국가 중 쿼터 무제한인 호주를 제외하고 1만 명이던 일본을 넘어 캐나다에 최대치 쿼터를 갖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에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허용한 국가는 24국으로 쿼터 무제한은 5국, 그 외 나머지 국가들은 순차적으로 제한 인원이 정해져 있다.
양국은 내년부터 인턴십, 차세대 전문가 프로그램을 새로 도입하고 참가자 연령 상한도 기존 30세에서 35세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청년교류 MOU 체결은 양국 정부의 미래세대 교류 협력 강화에 대한 의지가 반영됐다“며 “양국의 다가올 60년을 책임질 청년 세대의 교류를 확대해서 한-캐 관계의 미래를 견인해 나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양국 관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일이 청년 교류 확대와 이해 증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식 영어 배울 수 있는 캐나다 워홀, 비자 발급 탓에 호주에 밀려
우리나라 청년들이 선호하는 워킹홀리데이 국가는 크게 호주, 영국, 일본, 캐나다 등이 있다. 특히 호주의 경우 높은 최저시급과 최고의 자연환경, 쉬운 비자 발급 등의 장점으로 인해 오랜 기간 전 세계 청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워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캐나다의 경우 미국 근교에 위치해 있는 데다, 미국식 표준 영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이 최고의 장점이다. 국립공원이나 시민의식도 잘 발달되어 있으며 치안이 좋고 미국, 중미, 남미, 하와이, 유럽 등으로 여행 가기도 좋다. 하지만 이같은 캐나다 워킹홀리데이의 장점에도 상당수 청년들은 캐나다 대신 호주를 선택한다. 호주식 영어의 경우 독특한 악센트로 인해 미국식 영어보다 상대적으로 후순위임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워홀의 낮은 최저임금과 까다로운 비자 발급이 청년들이 발길을 돌리게 만든 것이다. 캐나다 워홀에 다녀온 A씨는 “캐나다는 너무 좋지만 비자 받기가 너무 어렵고 겨울에는 상상 이상으로 춥다”는 피드백을 하기도 했다.
일자리 대비 인력 부족 심각한 캐나다, 코로나19 이후 장벽 낮췄다
그런 만큼 이번 청년교류 MOU를 통해 캐나다로 향하는 우리나라 청년들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는 이미 작년 말부터 워킹홀리데이 모집 인원을 대폭 증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상적으로 캐나다는 추첨을 통해 지원자의 40%만 선별해 초청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한국 역시 2022년 기준 지원자 1만8,000명 중에 7,530명만 초대장을 받았으며, 비자는 4,000명에게만 발급됐다.
캐나다 정부는 더 많은 국제 청년에게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허용해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포함한 고용주들이 효과적으로 노동 인력을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마르시 엔(len) 여성·성평등·청년부 장관은 “젊은 청년들에게 캐나다 문화, 언어, 사회를 탐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노동력 부족을 메울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소회를 전했다.
사실 캐나다의 인력 부족 문제는 익히 알려져 있다. 전 세계에 불어닥친 저출산 고령화라는 위기와 경제 불황 속에서도 캐나다는 오히려 경제 활황을 맞이해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2023년 1월 기준 캐나다는 ‘Payroll Employment, Earnings and Hours and Job Vacencies’ 보고서를 통해 모든 경제 분야에 걸쳐 883,200개의 일자리가 인재를 기다린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통계청은 운송 및 창고업, 의료 및 사회 지원 부문을 개방하다 보니 많은 일자리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1월 의료 및 사회 지원 분야의 채용 공고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근로자 부족을 호소하며 인력을 찾는 일자리는 162,100개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캐나다 통계청은 운송 및 창고 부문 49,600개, 관리 및 지원·폐기물 관리 및 개선 서비스 부문 53,900개, 정보 및 문화 산업 15,700개, 부동산 및 임대 부문 12,300개의 일자리에서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전했다.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 부문 역시 50,700개의 일자리에서 채용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는 이러한 노동력의 격차를 메우기 위해 많은 수의 워킹홀리데이 참가자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워홀 참가자들은 식품 서비스, 숙박 시설, 소매업을 포함한 서비스 부문의 일자리를 채운다.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한 노동력 부족 문제로 이민국마저 너그러워진 캐나다에서 오히려 이번 워킹홀리데이 쿼터 증가를 반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역시 일부 직종에서 채용난을 겪고 있는 만큼 많은 인원이 해외로 유출되는 문제에 있어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직은 지표상 드러나는 명백한 문제가 없으나,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