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린다고 살려지지 않을 지방사립대학, 출구전략 모색해야

학교법인 출연자에게 자발적 해산과 폐교를 유도할 유인책 전무한 실정 학령인구 급감으로 인한 사립대학 재정 위기 가속화 폐교는 정해진 수순, 부작용 최소화할 과감한 구조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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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의 대학들이 빠르게 문을 닫고 있다. 특히 사립대학의 미충원 정원은 2022년에만 총 29,535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2021년 기준 53.5%에 달하는 높은 등록금 의존율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다가오는 사립 대학의 재정 위기를 시사하고 있다.

현재 사립대학과 학교법인의 구조개선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목적으로 하는 3건의 제정법률안이 교육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물론 대학 자체의 부실 경영 문제도 있으나, 제일 근본적인 문제는 학교에 입학할 학생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건은 폐교밖에 답이 없는 대학들에 어떤 출구전략을 마련해주느냐에 있다. 그러나 간단해 보이는 이 문제는 법적, 재정적, 사회적 문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결이 쉽지만은 않다.

대표적인 부실대학교로 꼽히는 제주국제대학교는 현재 부실대학교들의 실정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제주국제대학교는 2000년 이사장의 185억원대 교비 횡령 사건을 시작으로 수년 동안 논란에 시달려 왔다. 2016년 상임이사회로 전환하는 등 상황을 바로잡으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교수와 직원들의 체불 임금만 80억원에 달하는 등 재정난에 시달리는 와중에 학생 등록률 저조로 인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결국 제주국제대학교는 2021년 등록률이 26.7%로 급락하면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어 2023년에는 8.9%의 충원율과 33명의 학생만 등록하는 등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학교법인의 이해

문제의 핵심을 파헤치기 전에 학교법인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학교법인은 관련 당국의 허가를 받은 비영리 단체다. 재단 또는 법인으로 설립할 수 있으며, 둘 다 학교 운영에 필요한 토지, 건물 및 기타 필수 자산을 포함한 300억원 규모의 수익용 부동산 보유 등 특정 전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비영리법인은 소유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폐교 시 해당 재산은 법인 정관에 명시된 법인에게 귀속된다.

단, 이 주체는 개인일 수 없다. 다른 비영리법인이나 정부여야 한다. 평시에는 별문제가 없으나, 대학이 폐교 위기에 처했을 때는 문제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특히 학교법인 설립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설립자들은 투자금이 증발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은 막대한 재정적 기여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문을 닫으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또한 정부도 재정 지원을 제공했기 때문에 법인 청산에 대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한편 일부 법인은 꼼수를 부리면서까지 재산 지키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일례로 일부 학교법인 설립자들은 초·중·고등학교보다 설립이 쉬운 유치원을 설립하고 학교법인의 모든 재산을 유치원에 양도하려고 시도했다. 이를 통해 재산 손실을 피하려는 것이다. 강원준 제주국제대학교 총장은 “지금처럼 유치원을 대학에서 분리하면 대학이 문을 닫을 경우 대학 재산이 유치원 재산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법인이 대학을 존속시킬 유인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지방 사립대학교를 인수하고자 했던 사학법인 관계자에 따르면 ”폐교 위기에 처한 데다, 임금 체불로 교직원들의 소송까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매각 금액으로 500억을 부르더라”며 “학교 정상화가 아니라 법인으로부터 계속 돈을 빼돌리려는 모습에 학을 뗐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몰래 자신들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바쁠 뿐, 학교를 정상화하고자 하는 의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교육위원회의 사립대학 구조개선 관련 입법공청회 

이처럼 지방 대학의 존폐가 걸린 상황에서 국회 교육위원회는 사립대학, 대학교, 학교법인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 3건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태규, 강득구, 정경희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들은 사립대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이다.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태규의원 대표발의)」은 학교법인과 사립대학의 구조개선을 위하여 사립대학구조개선심의위원회 및 사립대학구조개선 전담기관을 두고, 구조개선이 필요한 사립대학을 경영위기대학으로 지정하여 그에 대한 구조개선조치 및 특례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강득구 의원안과 정경희 의원안은 이태규 의원안과 대동소이하나, 강득구 의원안은 추가적으로 재정진단 실시, 경영위기대학 지정 등의 주체를 교육부 장관이 아닌 전담기관의 장으로 규정하고, 폐교대학 특별지원지역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경희 의원안은 추가적으로 해산하는 학교법인 중 법인의 잔여재산 일부를 사학진흥기금의 청산지원계정으로 귀속시키는 경우 그 귀속재산의 100분의 30 이내의 범위에서 잔여재산 처분계획서가 정한 자에게 해산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청산지원계정은 정부의 출연금과 학교법인의 청산 후 잔여재산 등을 재원으로 청산에 필요한 자금의 융자를 위해 사용되는 계정이다.

학교법인 청산 후 정부 출연금과 잔여재산으로 조성되는 계정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학기관에 생명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2008년부터 현재까지 10개 학교법인이 해산 및 파산됐고, 19개 대학이 폐교되었으나, 청산이 완료된 곳은 1개 법인에 불과한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폐교로 인하여 자산매각과 부채 청산이 장기화하는 현실에서 청산 후에 국가에 귀속되는 재산의 30% 범위에서 재산출연자에게 환원하는 것만으로는 사학경영자가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만한 메리트로 작용하기 어렵다.

그런 만큼 법안은 학교법인 설립자의 ‘출구전략’을 좀 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학교법인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한 설립자들에게 있어 학교가 문을 닫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당연한 것이다. 또한 학교법인을 개인 재산으로 취급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청산 수익금의 일정 비율을 설립자에게 지급하도록 법에 규정해 설립자가 투자금의 일부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설립자의 재정적 기여에 대한 보상의 합리적인 메커니즘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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