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가능인구 감소에 일반대학까지 폐교 ‘목전’ 교육부 뒤늦은 대책 마련 나서

교육부,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와 산업체 변화, 대학 뒤처지지 않으려면 혁신 이뤄야 교육부 대대적인 규제 개선, 대학 간·대학-산업체-연구기관 협력 기반 확대 및 학교 밖 수업 활성화 학령인구 감소로 줄어든 대입 정원, 변화 없으면 향후 10년 대학 줄폐교 현실화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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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 겸 부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경감대책’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교육부

교육부가 고등교육법 시행령 총 115개 조문 중 33개 조문을 정비해 대학 규제를 대폭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주호 교육부 장관 겸 부총리는 대학이 학생과 산업계의 요구에 맞춰 담대하게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대학 1학년 전과 허용, 온라인 학위과정 사전승인 폐지, 산업체 위탁교육 활성화 등의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같은 교육부의 조치는 대입 정원이 줄어 폐교 위험에 놓인 대학이 자체적인 혁신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대학 자율성 강화·산업체와 교류·협력 증진 등

28일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계획을 오는 8월 8일까지 입법 예고하겠다고 밝혔다. 개정 중점방향은 ▲경직적 대학 운영을 유발하는 대학 내 벽 허물기 촉진 ▲국내외 대학 및 산업체·연구기관과의 교류·협력 강화 ▲재직자와 지역주민의 고등교육 참여 기회 확대 등이다.

교육부는 먼저 시행령에 규정된 학과·학부의 칸막이를 폐지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개정한다. 이에 따라 대학은 융합학과(전공) 신설이나 자유전공 운영, 학생 통합 선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조직을 자유롭게 구성·운영할 수 있게 된다. 또 학생의 전공선택권 확대를 위해 1학년 학생의 전과와 신설 학과(전공)로의 전과를 허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진로 변경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을 이수하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일반대학의 온라인 학위과정 개설도 자율화할 수 있도록 시행령 및 훈령을 개정할 전망이다. 교육부 측은 “학령 인구 감소 속 유학생 유치를 위해 온라인 과정을 확대할 수 있게 해달라는 대학들 요구가 많았다”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국내외 대학 및 산업체·연구기관과의 교류·협력도 강화한다. 교육부는 대학 간 강점 분야를 연계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과정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연합체를 통한 국내외 공동교육 과정 운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더불어 국내대학의 해외 진출 촉진을 위해 교육부의 사전 승인 없이 대학 간 협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절차도 개선할 예정이다. 또 국내대학 간 공동교육 과정 졸업학점 인정 범위(1/2 이내)는 대학 협약을 통해 정할 수 있도록 개선해 학점 규제로 발생한 교육과정 연계 제약과 학생들의 커리큘럼 설계 및 과목 선택 제한을 해소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학교 밖 수업 제도를 이동수업과 협동수업으로 유형을 구분하고, 사전 승인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되 편법 학습장 운영을 방지하기 위한 요건을 마련한다. 구체적으로 이동수업은 장애인·국가대표 선수·군인 등으로 한정하며, 협동수업 제도를 신설해 산업체·연구기관 등의 시설·장비·인력 등 활용이 필요한 경우 해당 기관과의 협약으로 학교 밖 수업을 허용할 예정이다. 학사과정까지만 운영하던 산업체 위탁교육은 석·박사 과정으로 확대하며, 평생 직업교육 수요를 우수한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춘 대학이 흡수할 수 있도록 시간제 등록생 신청 가능 학점을 상향하고 지방대학의 시간제 등록생 선발 가능 인원도 늘린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주요 개정내용/출처=교육부

코로나19로 충분히 증명된 국내 온라인 교육 역량

대다수 대학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 중 특히 ‘온라인 학위과정 허용’과 관련해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행법상 대학이 온라인 학위과정을 개설하려면 교육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며, 교육 분야도 첨단·신기술 분야나 외국 대학과의 공동 교육과정에 한정된다. 하지만 개정안이 적용되면 모든 교육 분야에서 사전 승인 없이 일반대학 온라인 학위과정 운영이 가능해진다. 이는 교육부에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대학의 온라인 강의 노하우가 축적됐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에 학생들은 온라인을 통해 보다 자유롭게 학사·석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으며, 대학은 외국 거주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한류나 한국어 교육과정의 온라인 강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온라인 학위과정은 수준 높은 교육 과정과 우수한 수업 도구, 신속한 학습 상담(피드백) 등으로 해당 과정을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학습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데다, 반복학습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온라인 학위과정을 수료한 한 학생은 “교육부의 규제 개선으로 일반대학에 다양한 온라인 학위과정이 마련돼 앞으로 학생들의 선택폭이 넓어질 것”이라며 호평했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줄어든 대입 정원, 대학 폐교 막을 교육부 선택은 ‘대학 품질 제고’

한편 이같은 ‘담대한 교육 혁신’의 배경으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학령인구 급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2021년 12월 대학교육연구소에서 발표한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대입 정원의 경우 2003년 65만여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보고서는 만일 별다른 변화 없이 2021년 대학 입학정원인 47만2,496명 수준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정원 미충원 규모는 2021년 4만여 명에서 2024년 8만여 명으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래교육정책연구소 역시 ‘향후 10년 뒤 한국 대학 사회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33년 대입 정원은 총 39만7,157명으로 집계되며, 이 수치에 최근 2~3년 대학지원율 71.5%를 적용해 미충원 수를 계산할 경우 전체 대학의 입학정원 대비 7만5,339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두 조사의 핵심은 ‘인구절벽으로 인한 대입 정원 감소로 인해 대학 폐교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교육부에서는 지난해 8월 대통령 업무추진 보고 당시 대외 비공개 시뮬레이션을 적용한 결과 ‘회생 불가한 한계 대학(2021년 기준)’을 4년제 18곳, 전문대 12곳 등 30여 곳으로 계산한 바 있다.

한 교육 관계자는 “대입 정원 감소가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한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있지만, 시시각각 진보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의 커리큘럼이 너무 낡은 탓도 있다”며 대학 교육이 산업체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학생들이 이를 ‘시간 낭비, 돈 낭비’로 여겨 대입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대학 품질 제고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4차 산업혁명형 인재를 기르는 데 대학이 자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대학의 강도 높은 자구책도 요구되는바, 부실대학을 솎아내기 위해 학교 간 합병·폐교 등을 통한 ‘대학 수 줄이기’ 등의 고육책도 필요하며, 유력한 지방 거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집중 투자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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