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설비’ 설치, 대기·충전 소요시간에 기현상 펼쳐질 수도

개정된 소방법, 29일부터 도심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설비 설치 가능 비싼 급속충전기에 완속충전기 보급됐지만, 완충시간 오래 걸려 수익성↓ 끝나지 않는 전기차 충전전쟁, 충전속도 당겨야 도심 충전소 대기문제 해소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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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소방청은 주유소 내 전기자동차 충전설비 설치 이격거리 기준을 완화하는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규칙을 29일 자로 발령·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도심 주유소에서도 전기차 충전을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만 업계와 전기차주들은 전기차 충전 속도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충전설비에도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만큼 우려를 표하고 있다.

내연기관차 줄고 미래 자동차 늘고, 정부 본격적인 인프라 개선 발동

전 세계적으로 전기·수소차 등 미래 자동차 보급이 확산됨에 따라 내연기관차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본격적인 전기자동차 보급에 대비해 국민 편의를 위한 규제 완화 및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소방청은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규칙을 발령하고 ▲충전공지 이격거리 완화 ▲분전반 설치 이격거리 완화 ▲충전기기 설치 이격거리 완화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기존 시행규칙은 주유소 내 충전기 설치를 위해서는 주유기와 6m 이상의 거리를 둬야 하는 등 일률적 거리 기준을 규정하고 있어 부지가 좁은 도심지역 주유소의 경우 충전기 설치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을 통해 전기차 충전설비 설치기준이 주유소 부지 실정에 적합한 ‘폭발위험 장소 외의 범위’로 지정되면서 전국적인 전기차 충전설비 확산의 실질적 기반이 마련됐다.

박진수 소방청 위험물 안전과장은 “이번 개정을 통해 도심 내 주유소에도 전기차 충전설비 보급이 확대돼 이용자 편의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에도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되 경제성과 환경영향을 고려한 규제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충전설비 급속충전기 위주로 돼야, 수익·품질 제고 위해 필수

일각에서는 전기차 충전설비 시장 확대를 위해 전기차 급속충전기 보급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국내 전기차 충전기는 완속충전기 위주로 보급되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급속충전기는 2만 기가량으로, 전체 전기차 충전기가 20만5,000기인 것을 감안하면 급속충전기 비중은 10%에 불과한 셈이다. 이는 턱없이 적은 정부 보조금의 영향이 크다. 급속충전기 설치비용은 1기당 4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에 달하는 반면, 정부 보조금은 1기당 200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보조금이 적은 탓에 어쩔 수 없이 완속충전기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는데, 완속충전기만으로는 수익모델 구축이 어렵다”고 밝혔다. 완속충전기는 시간당 7㎾를 충전할 수 있어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양이 고작 1~2대 수준에 불과한 데다, 공급 전력도 낮아 충전요금을 올리기 어려우며, 이용대 수도 절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급속충전기 보급 활성화를 전기차 충전설비 시장 확대의 선결과제로 지목하며, 정부에서 시장 전반에 걸친 민영화 작업을 추진해 각 기업들이 충전요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식으로 수익 실현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현재 급속충전기 1대당 평균적인 영업손실 규모가 연 300만원이 넘는다”며 “공공이 요금 기준을 세우고 있어 민간에서 적정 수준의 충전요금을 매기지 못하기 때문에 적자는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급속충전기 시장만큼은 민간에 완전히 이양하고 수익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시장이 활성화되고 서비스 품질도 제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급속도 1~2시간 걸리는 전기차충전, 도심 주유소에서 괜찮을까?

급속충전기 보급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산재해 있다. 전기차 충전이 아무리 ‘초급속’으로 된다 한들 충전시간이 기본적으로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까지 소요되기 때문이다. 전기차를 이용하고 있는 차주 A씨는 “장거리 출장을 갔다 오면 충전에 1시간 이상을 버려야 한다”며 “장거리 운전이 많아 큰맘 먹고 전기차를 구입했는데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이는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심지어 고속도로 전기차 충전소에서는 충전 시간 외에 대기시간만 2~3시간은 기본으로 넘어가는데도 줄이 엄청나게 늘어서 있다”고 전했다.

현행법상 전기차 충전 구역 앞에 이중 주차를 할 경우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되며, 충전 구역 내 일정 시간을 초과했음에도 계속 주차하고 있는 경우에는 급속충전 구역 1시간, 완속충전 구역은 14시간이 지나면 과태료 10만원 부과 대상이 된다. 문제는 충전 시간 내내 기다렸다가 바로 차량을 빼내더라도 도심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 대기 줄이 늘어설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전기차 고객 유입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는 전기차 충전 시간 동안 주유소에서 따로 대기 장소를 마련해야 할 가능성이 높고, 충전 대기차량 관리 및 충전설비 관리에 추가적인 인력을 운용해야 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서 이번 소방청의 발표를 마냥 반길 수 없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은 “충전 인프라를 늘려야 한다는 목적 아래 급한 불을 끈다는 개념으로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주차장에 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방향을 틀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전기차 및 수소차 보급률이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내연기관차를 줄이는 것이 트렌드화 돼 가는 만큼 전기차 충전설비 확충은 필수적이지만 일명 ‘전기차 충전 전쟁’은 쉽게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민간인 전기차 유입과 충전 인프라 설치, 기업의 수익 창출이 서로 긴밀히 연결된 만큼 정부에서는 전기차 충전설비와 관련된 부분을 민간 기업에 조속히 이양해 이용자의 편의와 공급자의 수익을 동시에 제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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